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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463

2021.8. 29. 있을 때 잘 하라고? 있을 때 잘 하라고? 이현숙 하와이 사는 지인이 카톡을 보냈다. 새벽에 나와 함께 산에 가는 꿈을 꾸었단다. 그러면서 남편을 이해할 걸, 재밌게 살 껄 하는 후회가 밀려온단다. 이분은 나와 면목중학교에서 같이 근무한 분이다. 집도 우리 동네라서 가끔씩 만나 산에도 가고 가깝게 지냈다. 면목중학교를 떠난 후에도 면목 로터리라는 모임을 만들어 매달 만나 영화도 보고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며 10여 년을 지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남편은 이민 가기 싫다고 하여 혼자 갔다. 친정의 형제·자매가 모두 미국에 있으니 가고 싶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남편을 두고 혼자 간다는 것은 보통 용기가 아니다. 남편의 간섭이 심하다고 불평이 많기는 했지만 그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남편도 아마 놀랐을 .. 2021. 8. 30.
2021. 8. 25. 남편의 방역수칙 남편의 방역수칙 이현숙 아침부터 수필교실 카톡방에 사진이 올라온다. 문우가 한강 천을 산책하며 찍은 사진이다. 이 길을 걸으며 가끔 만나는 거지가 있는데 몸에서 냄새도 나고 해서 멀리 피해 걸었단다. 그래도 거지가 운동도 하는구나 생각하면서 곁눈으로 보며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면 눈이 선하게 생겼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은 어떤 젊은 남자가 가방에서 먹을 것을 꺼내주는 것을 보았단다. 자기는 상상도 못 한 일인데 이 젊은이를 보니 너무도 훌륭해 보였다고 한다. 나도 이런 상황이면 멀리 피해 다녔을 것이다. 세상이 험하다고, 요즘 젊은 애들은 싸가지가 없다고 종종 뇌까렸는데 알고 보면 세상에는 악한 사람보다 선한 사람이 훨씬 많다. 선한 일은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고 악한 일만 크게 보도를 하니 온 세상이 악해.. 2021. 8. 25.
2021. 8. 9. 매미와 면도기 매미와 면도기 이현숙 면도기 소리가 요란하다. 남편은 일어나자마자 화장대에 있는 면도기로 이부자리에 앉아 면도를 한다. 나는 조금 더 누워있으려고 이불깃을 당긴다. 면도 소리에 맞춰 매미 소리도 들린다. 둘이서 합창을 하는 듯하다. 요즘은 복중이라 잘 때도 창문을 열어놓고 잔다. 면도기 소리는 매미 소리와 참 흡사하다. 매미는 5년 정도 땅속에서 애벌레로 살다가 땅 위로 올라와 한 달 정도 살고 죽는다. 한 달 동안 부지런히 짝을 찾아 교미해야 한다. 수컷은 교미 후 즉시 죽고, 암컷은 나무에 알을 낳고 죽는다. 한 달 안에 결혼하고 자식까지 낳으려면 바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매미는 그토록 밤낮으로 울어대나 보다. 수컷은 울음주머니가 있어서 울지만 암컷은 이것이 없어 울지 않는다. 요즘 산에 다니면 매.. 2021. 8. 9.
2021. 8. 5. 냉수 한 모금의 행복 냉수 한 모금의 행복 이현숙 올여름은 유난히 덥다. 열대야가 20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그래도 매일 용마산자락길을 걷는다. 하는 일이라고는 이것뿐인데 이마저 하지 않으면 무기력증에 빠져 헤어나오기 힘들 것 같다. 며칠 전 자락길 입구에 도착하니 조그마한 공터에 웬 냉장고가 보인다. 냉장고 문에는 ‘중랑옹달샘’이라고 쓰고 무더위에 힘들고 지친 분들을 위해 중랑구에서 준비했다고 적혀있다. 이게 웬 떡이냐 싶고 이런 생각을 해준 중랑구청 관계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절로 우러났다. 다른 사람을 위해 1인당 1병만 가져가라는 당부의 글도 쓰여있다. 남편도 한 병, 나도 한 병 꺼내어 손에 들고 사진도 찍었다. 사실 물 한 병이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이런 배려를 해준 직원들이 고맙고 행복감이 넘친다. 뭔가 감사.. 2021. 8. 5.
2021. 8. 2. 꿀맛 같은 친구 꿀맛 같은 친구 이현숙 미국 사는 친구가 100달러짜리 수표를 보냈다. 이걸 어떻게 쓸지 몰라 미국서 살다 온 아들에게 사진을 찍어 보내며 어떻게 쓰느냐고 물었다. 은행에 갖다 내면 미국 은행으로 연락해서 받아주는데 수수료가 30~40%나 떼고 서너 달이 걸린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고 생각하고 있는데 아들이 다시 카톡을 보냈다. 자기의 미국 계좌로 보내면 자기가 찾아주겠다는 것이다. 친구에게 zelle을 하느냐고 물어서 한다고 하면 이메일 주소를 보내고 하지 않는다고 하면 계좌번호를 보내라는 것이다. 친구에게 물어보니 자기는 zelle을 하지 않으니 아들 계좌로 송금하겠다고 한다. 얼마 전 내가 수필집을 냈다고 하니 두 권만 보내달라고 해서 보낸 적있다. 그냥 선물이라고 해도 굳이 우리 주소를 묻더니 .. 2021. 8. 2.
2021. 7. 25. 손자 시집살이 손자 시집살이 이현숙 아들네가 오는 날이다. 남편과 나는 37℃나 되는 폭염에 땀을 뻘뻘 흘리며 청소를 한다. 나는 진공청소기를 돌리고 남편은 대걸레질을 한다. 청소를 마치면 손소독제를 키친타올에 묻혀 각 방의 손잡이와 엘리베이터 버튼까지 일일이 닦는다. 손자 이안이는 위생관념이 너무 철저한 것 같다. 미국에서 와서 자가 격리할 때도 그곳 오피스텔에 있는 컵이 지저분하다고 쓰지를 않았다. 아들이 누나에게 부탁하여 일회용 컵을 배달해 주었다. 일회용 그릇과 수저도 주문하였다. 우리 집에 와서도 손을 씻은 후 우리 수건을 쓰려고 하지 않는다. 새로 꺼내놓은 수건인데도 그냥 바닥에 손을 털거나 자기 옷에 닦는다. 함께 식사를 할 때도 우리 컵이나 그릇을 쓰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일회용 컵과 그릇, 수저 등.. 2021. 7.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