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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463

2021. 4. 25. 내가 행복한 곳은 어디에? 내가 행복한 곳은 어디에? - 김이재의 ‘내가 행복한 곳으로 가라’를 읽고 - 이현숙 김이재는 경인교대 교수로 내가 즐겨보는 ‘세계테마기행’이란 프로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다. 목소리가 낭랑하고 생기발랄하여 뭔가 보는 이에게 에너지를 주는 인상이다. 그녀는 세계 100여 개 국을 여행한 행복한 문화지리학자다. 그녀가 좋아하는 것 두 가지는 나비와 말괄량이 삐삐라고 한다. 그래서 책 표지에도 나비로 도배를 했다. 부제로 ‘운명의 지도를 바꾸는 힘, 지리적 상상력’이라고 했듯이 지리적 상상력의 막강한 힘을 굳게 믿는 듯하다. 여는 글 앞 페이지에 ‘만 권을 독파하고 가슴에 만감을 품고 만 리의 길을 간 다음에 붓을 들라.’ 는 중국 청나라의 미술 교과서인 ≪ 개자원 화보 ≫ 서문을 실었는데 이 글을 보자 양.. 2021. 4. 30.
2021. 4. 16. 더 납작해진 내 코 더 납작해진 내 코 이현숙 “너희 언니는 왜 그렇게 공부를 안 하니?” 제부가 내 동생에게 한 말이다. 나도 모르게 찔끔한다. 제부는 온라인 강의를 잘 듣는다. 서울 공대를 나와 평생 컴퓨터 회사에서 일해서 그런지 컴퓨터 박사다. 얼마 전 무료출판에 관한 강의를 듣고 재작년 알프스 트레킹 갔을 때 쓴 글과 사진으로 책을 만들었다. 내가 봐도 그럴 듯하다. 나에게도 무료출판에 관한 온라인 강의를 들으라고 권했는데 컴퓨터에 자신이 없어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얼마 후 동생이 책 한 권을 주며 제부가 이 책을 보고 한 번 만들어 보라고 했단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주제 파악도 못한 채 책을 보며 도전을 해봤다. 첫 번부터 난관에 부딪친다. 무료 서체 내려 받기를 하라는데 책에서 보여준 화면이 나.. 2021. 4. 18.
2021. 3. 14. 짝퉁 같은 명품 짝퉁 같은 명품 이현숙 세익스피어가 한 말 중에 이런 것이 있다. ‘경제가 허용하는 한 몸에 걸치는 것에는 돈을 아끼지 마라. 그렇다고 지나치게 차려입어서는 안 된다. 대개 입은 것으로 그 인물을 알 수 있으니까’ 이 글을 보는 순간 뜨끔했다. 나는 입는 것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대충 입어봐서 들어가면 그냥 입는다. 옷에다 돈을 퍼붓느니 차라리 여행에 쓰는 것이 더 보람 있다고 생각한다. 입은 것으로 그 인물을 알 수 있다는 것에는 공감한다. 옷에는 그 사람의 성격도 많이 드러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명품 옷은 딱 두 번 입어봤다. 한 번은 남편이 재직할 때 학부형에게 받아온 상품권으로 산 옷이다. 상품권에 쓰인 곳으로 찾아가니 강남에 있는 멋진 드레스 샵이다. 상품권에는 금액이 적혀있지 않았다.. 2021. 3. 14.
2021. 2. 19. 택씨 택씨 이현숙 한 문우가 카톡방에 기대수명 측정법이란 사이트를 올렸다. 이런 게 올라오면 유혹을 견디기 힘들다. 대충 이것저것 체크했더니 기대수명이 117세라고 하며 45년 남았다고 한다.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온다. 동생들 카톡방에도 올리고 고교친구 카톡방에도 올렸다. 다들 측정해보고 너도 나도 기대수명을 올린다. 5번 동생은 93세가 나왔다고 “30년 동안 뭘하지?” 한다. 3번 동생은 98세가 나왔는데 너무 좋게 대답했나보다고 다시 해보고는 94세란다. 4번 동생은 100세가 넘게 나왔다고 그 긴긴 시간을 어찌 보낼까 걱정한다. 나도 100세가 넘게 나왔다고 실토를 했다. 117세라는 말은 차마 못하겠고 다시 심사숙고하면서 측정하니 99세가 나온다. 이것도 너무 많다. 내가 그 밑에 이런 소리 아이.. 2021. 2. 22.
2021. 2. 17. 바보들의 행복 바보들의 행복 이현숙 남편과 용마산 자락길을 걷는다. 어제 눈이 내린 후 오늘은 영하 10도가 넘으니 눈이 별로 녹지 않았다. 데크길 난간 여기저기 낙서가 보인다. 첫 번째로 보이는 것이 ‘바보’다. 웃음이 픽 나온다. 자신이 바보라는 것인지 보는 사람이 바보라고 놀리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좋다. 왜 우리는 똑똑한 사람처럼 보이려고 애쓰는 것일까? 누구든지 바보라고 하면 화를 내기 마련이다. 사실 바보들이 똑똑한 사람보다 훨씬 행복한 삶을 사는 것 같다. 똑똑한 사람들은 자살하는 경우가 많지만 바보는 그런 경우가 거의 없다. 중학교 때 가정시간에 인형을 만들었다. 완성시킨 후 인형의 이름을 달아서 제출하라고 했다. 나는 ‘멍청이’라고 써서 제출했다. 너무 똑똑한 아이들이 많아 잔뜩 주눅이 들어 살.. 2021. 2. 17.
2021. 2. 14. 사오정이 될 수 밖에 사오정이 될 수밖에 이현숙 동생들과 서울둘레길을 걷는다. 두 동생은 걸음이 빠르니 저만치 앞서 간다. 동생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긴다. 열심히 따라가도 부족한데 여기저기 한 눈을 판다. 개울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오리도 보고 탄천에서 유유자적 노니는 철새도 보며 동영상까지 찍는다. 동생들은 내가 안 보이면 가끔씩 서서 기다린다. 내가 종종 엉뚱한 곳으로 빠지기 때문이다. 동생들이 서로 바라보고 즐겁게 얘기하는 걸 보며 문득 내가 사오정이 되는 이유를 알겠다. 대화를 많이 해도 제대로 이해를 못해 엉뚱한 소리를 하기가 일수인데 이렇게 혼자 걷다보면 나도 모르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게 된다. 사오정은 귀가 좀 어두웠다고 한다. 그래서 잘 알아듣지 못해 엉뚱한 소리를 잘 했다는 것이다... 2021. 2.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