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2. 22. 쓸모없는 것의 쓸모 쓸모없는 것의 쓸모 아 네모네 이현숙 안방 머리맡의 상 위에 성경책 두 권이 나란히 놓여있다. 한 권은 대학교 졸업할 때 고대 다니던 남학생이 선물한 것이고, 한 권은 아들이 준 것이다.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성경을 조금씩 보는데 항상 아들이 준 것으로 읽는다. 고대생이 준 성.. 나의 이야기 2019.02.24
2019. 2. 1. 2018 우리집 10대 뉴스 2018 우리집 10대 뉴스 1. 남편이 우울증, 불안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다. 2. 남편이 119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에 가다. 3. 봄에 안나푸르나 라운딩과 베이스캠프 트레깅을 하다. 4. 여름에 동유럽 트레킹 다녀오다. 5. 미국에 있는 손자가 그곳 초등학교에 입학하다. 6. 동생들과 횡성으로 자매.. 나의 이야기 2019.02.24
2019. 1. 31. 나는 신이로소이다 나는 신이로소이다 아 네모네 이현숙 나의 주인은 바보다. 동생과 그린북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는데 서울극장을 어떻게 가야할지 몰라 나에게 묻는다. 내 얼굴에 있는 지하철 종결자를 누르고 역 검색을 누른다. 출발역은 사가정, 도착역은 종로 3가라고 치고 나의 처분을 기다린다. 나는.. 나의 이야기 2019.02.24
2019. 1. 25. 벽에 부딪친 벽 벽(壁)에 부딪친 벽(癖) 아 네모네 이현숙 사람마다 어딘가에 집착하는 버릇이 있다. 무엇인가에 꽂혀서 수집하는 수집벽도 있고, 남의 물건을 탐내는 도벽도 있다. 물건을 마구 사는 낭비벽도 있고, 결벽증도 있다. 어떤 사람은 구두에 관심이 많아서 몇 천 켤레를 사 모은 사람이 있는가 .. 나의 이야기 2019.02.24
2019. 1. 20. 3월은 잔인한 달 3월은 잔인한 달? 아 네모네 이현숙 집 근처 공원을 산책한다. 까치가 나무 위에서 작은 나뭇가지를 톡톡 자른다. 몇 개를 잘라서 땅에 버리고 한 개를 입에 물고 날아간다. 나는 막연히 까치들이 땅에서 잔가지들을 주어다가 집을 짓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고 가는 가지를 몇 개 잘.. 나의 이야기 2019.02.24
2019. 1. 11. 너와 나는 하나 너와 나는 하나 아 네모네 이현숙 남편이 서울의료원 진료를 받으러 갔다 오더니 간호사들이 근조 리본을 달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 뉴스를 보니 신내동에 있는 서울의료원 간호사가 유서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집에서 링거를 맞고 있기에 몸이 안 좋은가 하고 봤더니 죽어있.. 나의 이야기 2019.02.24
2018. 12. 28. 공공의 적 공공의 적 아 네모네 이현숙 중학교 때 음악시간이다. 나는 주번이라 교실에 남아있었다. 그날은 음악 실기시험을 보는 날이다. 나는 교실을 지키느라 시험을 볼 수 없었다. 지금 애들 같으면 선생님을 찾아가 주번이라 못 보았다고 혼자라도 보게 해달라고 했을 것이다. 선생님을 찾아갈 .. 나의 이야기 2019.01.01
2018. 12. 27. 동반자살 안한 상 동반자살 안한 상 아 네모네 이현숙 오늘은 2018년 마지막 수필 수업이 있는 날이다. 수필교실 선생님이 급한 용무가 있어 우리끼리 자습하는 날이다. 우리 중의 수제자가 대신 수업을 진행했다. 몇 개의 주제를 주고 이 중 맘에 와 닿는 것으로 돌아가며 발표하라고 했다. 그 중 하나가 ‘20.. 나의 이야기 2019.01.01
2018. 12. 14. 서울을 이기지 못해 서울을 이기지 못해 아 네모네 이현숙 조영일 시인의 ‘신유년 겨울’이란 시에 ‘서울을 이기지 못해 돌아선 천 리 먼 길’이란 구절이 있다. 서울을 이기지 못했다는 말에 공감한다. 나는 서울 종로 5가에서 태어나 칠순이 된 지금까지 서울에 살고 있다. 중심가에서 점점 밀려나 이제는.. 나의 이야기 2018.12.17
2018. 11. 25. 돌보는 낙으로 살라고? 돌보는 낙으로 살라고? 아 네모네 이현숙 “나 죽을 것 같애. 오늘은 가지마.” “안 죽어.” 올 봄부터 남편이 기운이 없다고 죽을상을 한다. 병원에 가서 혈액검사와 소변 검사를 해도 뚜렷한 이상이 없단다. 한의원에 가서 진맥을 해도 특별한 병은 없는 것 같다고 한다. 보약도 먹여보.. 나의 이야기 2018.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