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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463

2021. 7. 19. 눈 뜬 장님 눈 뜬 장님 이현숙 거미 한 마리가 나무에서 거미줄을 타고 내려온다. 땅에 닿자 부지런히 걸어간다. 순간 개미 한 마리가 다가와 순식간에 덮친다. 거미는 아야 소리 한 번 못 치고 순식간에 황천길로 간다. 개미는 제 몸보다 큰 거미를 질질 끌며 집으로 향한다. 동생과 불암산에 갔다. 당고개역에서 만나 철쭉동산에서 덕릉고개를 지나 정상에 올랐다. 무더위 때문인지 코로나 거리두기 4단계라서 그런지 정상에도 별로 사람이 없다. 느긋하게 태극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간식도 먹고 하산을 했다. 상계동쪽으로 내려오다가 불암산 둘레길을 만나 당고개 방향으로 걸었다. 백사마을 위 의자에 앉아 빵을 먹다가 바라본 풍경이다. 거미는 나무에서 내려올 때까지만 해도 자신의 인생? 아니 거미생이 거기서 끝날 줄은 상상도 못했.. 2021. 7. 22.
2021. 7. 8. 단 하루만이라도 단 하루만이라도 이현숙 “단 하루 만이라도 저 의자에 앉아봤으면.” 같이 근무하던 선생님이 교감 자리의 의자를 가리키며 하는 말이다. 의자는 언제부터 사용했을까? 우리나라에서는 방바닥에 그냥 앉아서 지내는 일이 많아 의자는 별로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서양문물이 들어오면서 입식 생활이 익숙해졌다. 식당에서도 장례식장에서도 요즘은 입식으로 의자가 있는 곳을 선호하는 편이다. 의자는 그 물건 자체를 의미할 때도 있지만 그 지위를 말하는 경우도 많다. 장관이 되고 싶고 사장이 되고 싶고 대통령이 되고 싶어 할 때도 그 자리에 앉는다고 말한다. 의자는 곧 자리고, 자리는 곧 지위다. 성수중학교 근무할 때 한 남자 선생님은 퇴직하기 전에 교감을 꼭 해보고 싶었나보다. 교감을 하려면 교감 연수를 받아야하고 연수를.. 2021. 7. 18.
2021. 7. 5. 깨소금 맛 깨소금 맛 이현숙 내 통장으로 교보문고에서 돈이 들어왔다. 액수는 미미하지만 깨소금 맛이다. 작년부터 제부의 도움으로 교보문고 퍼플에서 무료출판 책을 만들었다. 작가가 직접 편집을 해서 올리니까 출판비가 들지 않는다. 대신 작가도 책을 사야만 자기 책을 볼 수 있다. 도무지 컴맹 수준인 주제에 겁도 없이 달려들었다가 아주 꼭지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제부가 전미애의 무료출판이란 책까지 사주면서 해보라고 하여 시작했더니 첫 단계부터 막혀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수시로 제부와 카톡을 주고받으며 한 줄씩 해나갔다. 그래도 모르는 것은 주말에 아들이 왔을 때 아들, 며느리에게 물어보며 겨우 겨우 엉성한 책을 만들었다. 교보에 올리고 승인이 날 때까지 기다리려니 은근히 긴장된다. 며칠 후 승인이 떨어지자 .. 2021. 7. 5.
2021. 6. 19. 아무도 모른다 아무도 모른다 - 류시화의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를 읽고 - 이현숙 책 제목에 이끌려 이 책을 선택했다. 책을 만들 때 제목을 잘 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류시화의 책은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와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에 이어 이번에 세 번째다. 하나 같이 책 제목이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류시화는 1959년 충북 옥천에서 태어났다. 경희대 국문학과를 나와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했다. 50권의 도서를 출간했다는 데서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야말로 밥 먹고 하는 일이 글 쓰는 일밖에 없나보다. 생긴 것도 완전 예술가 냄새가 풀풀 난다. 책에 두른 띠에는 ‘신이 쉼표를 넣은 곳에 마침표를 찍지 말라’는 글이 있는데 이 글은 이 책에.. 2021. 7. 1.
2021. 5. 28. 싱글벙글 아들곰 싱글벙글 아들곰 이현숙 나는 별로 사물에 대한 집착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만은 아닌 것 같다. 아들이 신혼 때 내 생일 선물로 사준 곰 인형이 있다. 근 20년 가까이 되어 먼지도 뒤집어쓰고 색깔이 바래서 볼품없는데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안방 화장대 옆 의자에 앉아 항상 우리 부부를 바라보고 있다. 나도 아이들에게 인형을 사준 적이 없고 아들도 인형 같은 것은 산 적이 없는데 아마도 며느리의 아이디어가 아닐까 생각한다. 어찌 됐건 받는 순간 뜻밖의 선물에 나도 모르게 입이 귀에 걸렸다. 내 평생 처음 받는 인형이라 감개가 무량이다. 이 인형은 우리 아들처럼 몸도 뚱뚱하고 얼굴도 둥글넓적하여 꼭 아들을 보는 기분이다. 하루 종일 나갔다 돌아오면 빈 집에 이 녀석 혼자만 둔 것이 안쓰럽기도 하고 미안하.. 2021. 5. 29.
2021. 5. 20. 인간에게 준 뿔 인간에게 준 뿔 이현숙 ‘하늘은 두 개를 다 주지 않는다. 이빨을 준 자에게는 뿔을 주지 않았다. 날개를 준 자에게는 발은 두 개만 주었다.’ 한서에 나오는 말이다. 생각할수록 기막힌 표현이다. 사자나 호랑이는 무시무시한 이빨이 있는 대신 뿔이 없다. 들소나 코뿔소를 보면 날카로운 송곳니는 없어도 위협적인 뿔이 있다. 하늘을 나는 새는 발이 두 개다. 날개가 두 손을 대신하나보다. 조물주는 참 공평한 분이다. 그런데 인간은 뿔도 없고 날개도 없다. 이거 너무 불공평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렇게 억울해 할 일이 아니다. 인간에게는 가장 뛰어난 무기를 주었다. 두뇌다. 이 두뇌를 이용하여 뿔도 만들고 날개도 달았다. 패러글라이딩을 하며 하늘을 나는가 하면 비행기를 발명하여.. 2021. 5.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