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463 2021. 10. 11. 내 인생의 균형잡기 내 인생의 균형 잡기 이현숙 오래전 같이 모임을 하던 지인이 자전거를 타러 가자고 한다. 난 자전거 못 탄다고 했더니 자기가 가르쳐주겠다는 것이다. 그 말만 믿고 미사리 조정경기장으로 갔다. 호수 주위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트랙이 있다. 넓은 공터에는 자전거 대여점이 있다. 여기서 자전거를 빌리기는 빌렸는데 평생 한 번도 타보지 않은 자전거를 다 늙어서 배우려니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가르쳐주겠다던 지인은 말로만 몇 마디 하고는 휑하니 달아나 버린다. 혼자서 자전거를 끌고 다리를 올려놓고 돌리려 하면 넘어가고, 다시 돌리려 하면 또 넘어간다. 한 시간 가까이 혼자 질질 끌고 다니려니 지나가던 아저씨가 보기에 딱했는지 자전거에 올라탄 후 바로 코앞을 보면 안 되고 멀리 바라보라고 가르쳐준다. 아무리.. 2021. 10. 11. 2021. 10. 2. 타칭 할머니 타칭 할머니 이현숙 “할머니, 베틀 바위까지 가세요?” “네.” “정말 대단하시네요.” 동해시에 있는 두타산에 갔다. 두타산에는 지난 6월 10일, 40년 만에 개방된 마천루 코스가 있다. 오늘은 화요트레킹에서 마천루까지 다녀오기로 했다. 작년에는 베틀 바위까지만 개방되어 더 이상 갈 수가 없었다. 베틀 바위까지만 다녀오려면 약 3km 정도만 걸으면 된다. 마천루까지 간다고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내가 뭐 이 사람에게 자랑할 일이 있나 하는 생각도 들고 어쩐지 멋쩍기도 했다. 그 순간 내가 왜 할머니지? 하는 생각이 든다. 어린아이들이 할머니라고 할 때는 아무 느낌이 없는데 60은 되어 보이는 아저씨가 할머니라고 하니 어쩐지 어색하다. 혼잣말로 ‘내가 왜 니 할머니냐 이놈아.’ 하고 반문한다. 이날 .. 2021. 10. 3. 2021. 9. 25. 열받네 열받네 이현숙 가게마다 재난지원금 받는다는 글을 써 붙였다. 코로나19로 정부에서 재난지원금을 1인당 25만 원씩 주었다. 전 국민을 다 주는 건 아니고 건강보험료 내는 기준으로 하위 88%까지 준단다. 우리는 면목동에 껄렁한 집 2채 있다고 건보료를 매달 37만 원씩 낸다. 그런데 28만 원까지만 준다는 것이다. 집은 점점 낡아서 값이 내려가는데 공시지가가 계속 오르니 건보료도 자동으로 오른다. 사가정시장 가게들이 재난지원금도 받는다고 모조리 써 붙였다. 이걸 볼 때마다 공연히 열받는다. 우리는 지역 보험이라 매달 건보료를 무지막지하게 내는 것도 억울한데 지원금도 못 받는다니 어쩐지 배신감 느낀다. 우리가 명실공히 소득이 상위 12%에 든다면 말도 안 한다. 직장 보험 드는 사람들은 우리보다 훨씬 부자.. 2021. 9. 25. 2021. 9. 12. 강아지 수준 강아지 수준 이현숙 남편과 용마산 자락길을 걷는다. 모처럼 하늘이 화창하니 정상까지 가보자고 했다. 남편은 종아리가 아파서 못 가겠다고 한다. 밤에 종아리에 쥐가 나서 지금도 아프다는 것이다. 아프다는데 별수 있나 싶어 그냥 뒤에서 천천히 따라간다. 나는 옆의 숲을 바라보며 이것도 찍고 저것도 찍고, 이것도 만져보고 저것도 만져보며 마냥 늦장을 부린다. 요즘 야생화 이름을 알아가는 재미에 푹 빠졌다. 한 번은 조그마한 꽃에 깨 같은 열매가 붙은 것을 찍어 모까에 올렸더니 들깨풀이란다. 그 후 비슷한 것을 또 찍어서 올렸더니 쥐깨풀이란다. 그 차이를 도저히 모르겠다. 인터넷에 찾아보며 아무리 읽어봐도 모르겠다. 들깨풀에는 털이 많다고 하는데 아무리 들여다봐도 잘 보이지 않는다. 맨 위의 잎이 들깨풀은 잎자.. 2021. 9. 20. 2021. 9. 11. 그래 이맛이야 그래, 이 맛이야. 이현숙 몇 달 만에 아들, 며느리, 손자까지 세 명이 우리 집으로 들어선다. 그동안 낮에는 4명, 6시 이후에는 2명까지만 사적 모임이 허락되어 며느리는 몇 달 동안 오지 못했다. 아들과 손자만 낮에 왔다가 저녁도 못 먹고 6시 전에 부지런히 갔다. 생각할수록 이게 무슨 짓인가 싶다. 9월 6일부터 사적 모임이 6명까지 허용되었다. 그것도 조건이 까다롭다. 6시까지는 백신접종 완료자 2명 + 미완료자 4명이고, 6시 이후에는 백신접종 완료자 4명 + 미완료자 2명이다. 작년부터 웬만한 모임은 모두 스톱 됐다. 인원 제한에 걸려서 만날 수가 없다. 아들은 대전에 근무하기 때문에 주말에만 올라온다. 토요일마다 세 식구가 우리 집에 와 함께 저녁을 먹고 갔다. 손자는 우리 집에 오는 걸 좋.. 2021. 9. 20. 2021. 9. 4. 가장 행복한 부자 가장 행복한 부자 이현숙 “자매분들인가 봐요?” 서울창포원 직원이 우리들을 보고 하는 말이다. 작년 12월 나보다 열 살 아래인 5번 동생이 친구와 서울둘레길을 시작했다고 카톡방에 올렸다. 나는 순간 욕심이 생겨서 나도 합류해도 되냐고 물었더니 대환영이란다. 자기는 친구와 1코스를 했지만 나를 위해 다시 1코스를 같이 걸어주겠단다. 이게 웬 떡인가? 나이 70이 넘다 보니 이제 누구에게나 선뜻 따라나서기가 힘들다. 이런 노약자를 누가 데리고 다니겠는가? 나도 모르게 주눅이 들어 눈치를 보게 된다. 그런데 동생이 대환영이라고 하니 신이 나서 따라나섰다. 12월 엄동설한에 도봉산역에서 만나 서울창포원 앞으로 가니 여기부터가 1코스 시작이란다. 동생이 가져온 스탬프 북을 열어 1코스 수락 불암산 코스에 도장을.. 2021. 9. 5. 이전 1 ··· 17 18 19 20 21 22 23 ··· 7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