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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161

100일간의 세계일주 29 3월 15일 요코하마에서 도쿄로 일찌감치 일어나 하선 준비를 했다. 로밍이 되니 블로그도 열린다. 기다리면서 블로그에 글도 올렸다. 갑판에 올라가니 눈에 익은 요코하마가 발 아래 펼쳐진다. 96일만에 다시 보니 그야말로 감개가 무량이다. 배에서 내려 어제 맡긴 짐을 찾는데 직원이 짐이 하나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니 놀라는 눈치다. 입국심사장으로 가니 거기 직원이 또 짐이 하나뿐이냐고 묻는다. 노인네가 짐을 잃어버리고 나오는 줄 아나 보다. 사쿠라기초역까지 셔틀버스가 있다. 어마무시한 짐을 끌고 셔틀버스를 타러 갔다. 거의 이삿짐 수준이다. 셔틀버스에서 내려 전철역 앞 택시 정류장에서 택시 비용을 알아보려고 기다렸다. 2만엔이라고 해서 택시를 탔다. 도쿄 신주쿠 워싱톤 호텔에 .. 2025. 3. 16.
100일간의 세계일주 28 3월 10일 항해 6 (사모아에서 요코하마로) 지난 번에 10기가 산 것이 계속 줄어들지 않고 있더니 어젯밤에 갑자기 0기가로 떨어졌다. 그동안 3기가로 내려갔다가 다시 4기가로 올라가기를 두 달 가까이 반복했는데 이제 제 정신이 돌아왔나 보다. 신정 때 세일 한다고 30기가 산 것을 이제 연결했으니 반의 반도 못 쓰겠다. 인터넷이란 못 믿을 존재다. 사이버 공간에 있는 것은 있는 게 아니다. 오늘도 요가를 마치고 갑판으로 나가니 새가 다섯 마리나 보인다. 아주 가까이에 섬이 있나 보다. 보긴 봐도 뭔 새인지 모르겠다. 수잔이 있었으면 잘 가르쳐 줬을 텐데. 날씨가 화창하니 바다색이 곱다. 부서지는 파도를 볼 때마다 그 신비한 색을 뭐라 표현할 수 없다. 인간이 만들 수 없는 색이다. 태양은.. 2025. 3. 15.
100일간의 세계일주 27 3월 5일 항해 1 (사모아에서 요코하마로) 이제 10일 동안 죽어라고 달리는 일밖에 없다. 하긴 뭐 내가 달리는 건 아니고 배가 달리는 거다. 중간에 기항지도 없으니 방콕이 아니라 배콕이다. 요가도 없으니 느지막이 일어나려고 했는데 이것도 맘대로 안 된다. 5시부터 깨서 잠이 안 온다. 누워서 빌빌 대다가 할 수 없이 아침밥을 먹으러 갔다. 식사 후 7층 갑판을 걷는다. 오늘은 해가 배의 오른쪽으로 들어온다. 북쪽으로 방향을 틀었나 보다. 이제 열흘 동안 요코하마를 향해 북서쯕으로 계속 달려야 한다. 방으로 오니 물풍선이 잘 매달려 있다. 크기가 반도 안 되게 쪼그라 들었다. 쪼그랑 바가지 내 모습과 똑 같다. 나도 키가 5cm나 줄었다. 무릎 연골도, 척추 마디 미디 연골도 다 닳아 폭삭.. 2025. 3. 5.
100일간의 세계일주 26 2월 28일 항해 1 (타이티에서 사모아로) 오늘이 벌써 2월 말일이다. 새해가 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두 달이 후딱 갔다. 아침 먹으러 가기 전에 빨래부터 했다. 밖에 나갔다 온 다음 날은 세탁실이 붐빈다. 방에 와서 씻고 30분 후에 다시 가서 건조기로 옮긴 후 밥을 먹으러 갔다. 어제 다들 피곤했는지 식당이 한산하다. 식사 후 다시 세탁실에 가서 빨래를 꺼내왔다. 약간 덜 마른 것이 있으니 온 방에 가득 널어 놓았다. 청소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 수건만 받아 놓은 후 7층 갑판을 돌았다. 아침인데도 후덥지근하다. 오늘은 연필로 스케치하는 사람이 보인다. 어떤 일에 집중하면 잡념이 없어져 좋을 것 같다. 두 다리를 쩍 벌리고 누워 깊은 잠에 빠진 쩍벌남도 있다. 아무데서나 깊은 잠을 잘 수 .. 2025. 3. 1.
100일간의 세계 일주 25 2월 25일 항해 5 (이스터섬에서 타이티섬으로) 오늘도 계속 항해다. 요가를 마치고 갑판을 돈다. 배 후미에서 발성 연습을 하는 사람이 있다. 성악을 전공한 사람인지 소리가 엄청 크고 멋지다. 역시 사람이 최고의 악기다. 후미는 터빈 돌아가는 소리와 터빈에서 나오는 물소리 때문에 가장 시끄러운 곳이다. 다른 곳에서 하면 자신의 소리가 너무 튀니까 여기서ㅈ하나 보다. 옛날 우리 나라 명창들도 폭포 아래에서 목청을 단려ㆍ했다. 폭포의 기를 받기 위함인지 폭포 소리를 이기기 위함인지 모르겠다. 끝이 보이기 때문인가 슬슬 지루해진다. 배가 좁다는 느낌이 든다. 하긴 어머니 자궁 속에 비하면 엄청 큰데 말이다. 우리가 지구에 갇혀 사는데도 좁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태양에너지만 공급되면 자급 자족으로 .. 2025. 2. 28.
100일간의 세계일주 24 2월 21일 항해 1 (이스터섬에서 타이티섬으로) 어제부터 왼쪽 눈이 약간 아프고 간질 간질하다. 선내에서 안과와 치과 치료는 못 한다고 했으니 진료실에 가 봤자 소용없다. 집에서 가져온 안약이나 넣어야겠다.서울엔 길바닥에 널린 게 병원인데 여기선 수천 명에 달랑 의사 하나 뿐이니 그게 가장 불편하다. 게다가 진료실에서 보내온 안내문을 보면 넘어져 골절> 수술> 귀국, 수분 부족으로 탈수> 체력저하> 귀국, 약 복용 까 먹음> 지병 악화> 귀국이라고 공갈 협박이 심하니 항상 불안에 떨며 지낸다. 이억만리 타향에서 쫓겨나면 그 무거운 짐을 끌고 어떻게 집에까지 가느냐 말이다. 선내 의사는 병을 고쳐주는 사람이 아니라 내쫓는 사람 같다. 아침에 일어나니 금형씨도 입이 부르텄다고 약을 찾고 있다. 어제 섬.. 2025. 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