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463 2021. 12. 13. 바람칼 바람칼 이현숙 순우리말에 바람칼이란 말이 있다. 이는 하늘을 나는 새의 날개를 이르는 말이다. 생각할수록 기막힌 표현이다. 우리 조상들은 어쩌면 이다지도 신기한 단어를 떠올렸을까? 새의 날개는 말 그대로 바람을 가르는 칼과 같다. 창공을 유유히 나르며 유선형의 날개로 공기를 가른다. 남미에 갔을 때 하늘에 떠서 바람을 가르며 나는 콘도르를 본 적이 있다. 말 그대로 칼이다. 날개 끝이 어찌나 뾰족하게 생겼는지 칼이란 말이 딱 어울린다. 사람도 빨리 달리는 사람을 표현할 때 바람같이 빠르다고 한다. 사람도 달릴 때는 바람을 가른다. 성경에 보면 니고데모라는 사람이 나온다. 그는 유대인의 종교적 지도자인 바리새인이다. 그가 밤에 예수님을 찾아왔다. 낮에는 다른 사람들의 이목이 신경 쓰였는지 밤에 왔다. 그리.. 2021. 12. 13. 2021. 12. 11. 내게 묻는 안부 내게 묻는 안부 이현숙 아침에 일어나면 화장실부터 간다. 거울 속의 내 얼굴을 들여다본다. 혈색이 어떤가 살핀다. 눈의 실핏줄은 터지지 않았나 눈을 이리저리 굴려본다. 날이 갈수록 추해지는 내 모습이 별로 보고 싶지 않다. 나는 나이에 비해 더 늙어 보인다. 40대부터 할머니 소리를 들었다. 얼마 전 같이 수필 교실 다니는 청일점 문우가 내게 한마디 한다. “80은 넘으셨죠?” 이때는 이분이 좀 사람 보는 눈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 후 예봉산에서 내려와 전철을 탔다. 옆에 앉은 아저씨가 한마디 한다. “연세도 있으신데 대단하시네요.” “별로 많지 않아요.” “80은 넘으셨을 것 아녜요.” 이 지경이니 할 말이 없다. 그저 내 모양에 맞게 빨리 나이를 먹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 2021. 12. 11. 2021. 12. 10. 세상이 왜 이래 세상이 왜 이래? 이현숙 나훈아의 노래 중에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라는 것이 있다. ‘어쩌다가 한바탕 턱 빠지게 웃는다 그리고는 아픔을 그 웃음에 묻는다 그저 와준 오늘이 고맙기는 하여도 죽어도 오고 마는 또 내일이 두렵다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사랑은 또 왜 이래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 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테스형’ 이 노래의 가사처럼 요즘 세상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며칠 전 며느리가 카톡방에 손자의 사진을 올렸다. 밖이 캄캄한데 우리 아파트 앞 놀이터에서 놀고 있다는 것이다. 미끄럼틀 위에 선 사진도 올리고 그네 타는 동영상도 올렸다. 지난주 토요일, 손자가 다니던 학교 같은 반 아이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날 우리 .. 2021. 12. 11. 2021. 12. 3. 산호혼식 산호혼식 이현숙 금혼식이나 은혼식은 들어봤어도 산호혼식이란 말은 처음 들어본다. 은혼식은 결혼 25주년을 기념하는 것이고, 금혼식은 결혼 후 50년이 되는 해를 축하하는 것이다. 산호혼식은 35주년을 축하하는 의식으로 이날은 부부가 서로 산호로 된 선물을 주고받는다고 한다. 우리 부부는 1973년에 결혼했으니 48년이 되었다. 은혼식도 산호혼식도 해본 적이 없는데 50년 되는 해에는 금혼식이나 해볼까. 결혼기념일이 돌아오면 선물을 주고받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다. 내가 다니는 미용실 원장님은 은혼식 때 남편이 다이아몬드 반지를 해줬다고 자랑한다. 나는 다이어몬드는 고사하고 구리반지도 받은 적이 없으니 할 말이 없다. 결혼식도 돈이 없어 남편이 계를 미리 타서 빚으로 했으니 패물을 바라기도 힘들었다. .. 2021. 12. 6. 2021. 11. 29. 엄지가 굵은 이유 엄지가 굵은 이유 이현숙 엄지손가락 끝이 갈라져 아프다. 오른쪽 엄지손톱 옆이 갈라져서 살짝 닿기만 해도 바늘로 찌르는 것 같다. 발뒤꿈치가 갈라져 반창고를 붙이는 일은 수십 년 전부터 있는 일이다. 손가락은 지금까지 별일 없이 잘 지내왔는데 올해는 손가락도 반란을 일으킨다. 두 발에 허연 반창고를 붙이고 양말을 신으면 반창고가 밀려 양말에 자꾸 달라붙는다. 이제 손가락까지 처덕처덕 붙여야 하니 이런 추세로 가다가는 온몸을 반창고로 도배를 해야 할 모양이다. 갈수록 몸에서 수분과 기름기가 사라지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친정아버지의 손가락이 떠오른다. 손가락마다 하얀 반창고로 칭칭 감았던 기억이 난다. 90살이 넘도록 한약재 일을 하던 아버지는 한 번도 그 고통을 가족에게 말 한 적이 없다. 그저 묵묵히.. 2021. 11. 29. 2021. 11. 18. 잃을수록 감사 잃을수록 감사 이현숙 “너희는 좋겠다. 집에 가면 얘기할 사람이 있어서. 나는 적막강산이야.” 대학교 때 같은 과 친구 네 명이 만나 점심도 먹고 차도 마셨다. 집에 갈 시간이 되자 한 친구가 한 말이다. 이 친구는 몇 년 전 남편이 죽어서 혼자 산다. 순간 미안한 감정이 생긴다. 이 친구 남편은 서울대 교수였는데 정년도 못 채우고 어느 날 갑자기 소파에서 일어나려다 넘어져 돌아가셨다.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은 것 같다고 하였다. 그 후 매년 기일이 돌아오면 제자들과 함께 성묘하러 간다고 했다. 제자들도 무척 마음이 아팠나 보다. 성묘 갈 때는 남편이 좋아하던 커피를 타가지고 간다고 했다. 가끔 남편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남편이 없으면 내 맘대로 돌아다닐 수 있어 좋을 것 같다. 결혼 전에는 부모.. 2021. 11. 24. 이전 1 ··· 15 16 17 18 19 20 21 ··· 7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