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21. 12. 13. 바람칼

아~ 네모네! 2021. 12. 13. 13:25

바람칼

이현숙

 

  순우리말에 바람칼이란 말이 있다. 이는 하늘을 나는 새의 날개를 이르는 말이다. 생각할수록 기막힌 표현이다. 우리 조상들은 어쩌면 이다지도 신기한 단어를 떠올렸을까? 새의 날개는 말 그대로 바람을 가르는 칼과 같다. 창공을 유유히 나르며 유선형의 날개로 공기를 가른다.

  남미에 갔을 때 하늘에 떠서 바람을 가르며 나는 콘도르를 본 적이 있다. 말 그대로 칼이다. 날개 끝이 어찌나 뾰족하게 생겼는지 칼이란 말이 딱 어울린다. 사람도 빨리 달리는 사람을 표현할 때 바람같이 빠르다고 한다. 사람도 달릴 때는 바람을 가른다.

  성경에 보면 니고데모라는 사람이 나온다. 그는 유대인의 종교적 지도자인 바리새인이다. 그가 밤에 예수님을 찾아왔다. 낮에는 다른 사람들의 이목이 신경 쓰였는지 밤에 왔다. 그리고는 예수님께 물었다. 당신은 하나님이 보내신 것 같은데 사실인지 알고 싶다고 했다. 그 때 예수님은 사람이 거듭나야만 하나님 나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자 니고데모는 어떻게 거듭날 수 있느냐? 모태에 다시 들어갈 수는 없지 않으냐고 했다. 예수님은 니고데모에게 물과 성령으로 다시 나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유를 들어 바람이 임의로 불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나니 성령으로 난 사람도 다 이와 같다고 하였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만 믿으려고 하는 속성이 있다. 하지만 분명히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들이 있다. 우리가 하루 24시간 1년 열두 달 평생토록 마시는 공기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우리는 가시광선밖에 볼 수 없지만 여러 가지 정황을 볼 때 X, 적외선, 자외선, 감마선, 전파, 음파 등등 무수한 파가 존재한다. 우리의 영혼도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다. 이 영혼이 나에게서 빠져나갈 때 우리는 죽었다고 말한다. 이 영혼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존재하는 것만은 사실이다. 바람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몰라도 존재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 세상의 모든 종교는 이 영혼의 존재를 생각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 같다. 이집트의 파라오도 영생을 믿고 사후 세계로 갈 준비를 하느라고 피라미드를 만들었다. 피라미드 속 벽화의 그림을 보면 그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우리는 영원히 존재하는 영혼을 위한 준비보다 곧 사라질 육신을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지도 모른다. 살 준비보다는 죽을 준비를 위해 더 노력해야 할 듯하다. 오늘도 하늘을 가르는 바람칼을 보며 나의 다음 생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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