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21. 12. 11. 내게 묻는 안부

아~ 네모네! 2021. 12. 11. 13:51

내게 묻는 안부

이현숙

 

  아침에 일어나면 화장실부터 간다. 거울 속의 내 얼굴을 들여다본다. 혈색이 어떤가 살핀다. 눈의 실핏줄은 터지지 않았나 눈을 이리저리 굴려본다. 날이 갈수록 추해지는 내 모습이 별로 보고 싶지 않다. 나는 나이에 비해 더 늙어 보인다. 40대부터 할머니 소리를 들었다.

  얼마 전 같이 수필 교실 다니는 청일점 문우가 내게 한마디 한다.

“80은 넘으셨죠?”

이때는 이분이 좀 사람 보는 눈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 후 예봉산에서 내려와 전철을 탔다. 옆에 앉은 아저씨가 한마디 한다.

연세도 있으신데 대단하시네요.”

별로 많지 않아요.”

“80은 넘으셨을 것 아녜요.”

  이 지경이니 할 말이 없다. 그저 내 모양에 맞게 빨리 나이를 먹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70이나 80이나 거기서 거기다. 젊은 애들이 보면 다 죽게 생긴 인간이고, 왜 사나 싶을 꺼다. 나도 젊어서 그랬으니까.

  언제까지나 청춘인 줄 착각하고 동분서주 돌아치는 무모한 행동을 이제는 서서히 접어야 할 모양이다. 이렇게 경거망동하다가는 큰코다칠지도 모른다.

  오늘 아침도 나는 내 안부를 물으며 또 하나의 오늘을 주심에 감사한다. 이게 앞으로 얼마나 더 이어질지는 신만이 아실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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