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왜 이래?
이현숙
나훈아의 노래 중에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라는 것이 있다.
‘어쩌다가 한바탕 턱 빠지게 웃는다
그리고는 아픔을 그 웃음에 묻는다
그저 와준 오늘이 고맙기는 하여도
죽어도 오고 마는 또 내일이 두렵다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사랑은 또 왜 이래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
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테스형’
이 노래의 가사처럼 요즘 세상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며칠 전 며느리가 카톡방에 손자의 사진을 올렸다. 밖이 캄캄한데 우리 아파트 앞 놀이터에서 놀고 있다는 것이다. 미끄럼틀 위에 선 사진도 올리고 그네 타는 동영상도 올렸다.
지난주 토요일, 손자가 다니던 학교 같은 반 아이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날 우리 집에 오려고 짐까지 다 싸놓았다가 저녁때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같은 반에서 확진자 나왔으니 어서 빨리 보건소에 가서 검사하라고 했다. 손자는 우리 집에 오려고 들떠 있다가 이 말을 듣더니 눈물이 글썽글썽 해졌다고 한다.
지금 보건소에서 검사받고 집에 가려는 중인데 우리 집에는 못 오겠다는 것이다. 다음 월요일부터 이 반은 영상 수업을 해야 하고 1주일 후 다시 검사해야 한단다.
다음 날 교회도 못 가고 집에서 영상 예배를 드렸다고 손자의 기도하는 모습을 찍어 보냈다. 코로나 검사 결과 음성이 나오게 해달라고 비는 건지 엄청 간절한 모습이다.
그러니 일주일 동안 다른 사람들을 만나지 말아야 한다. 우리 집 앞에 와서 놀면서도 우리 집에 못 들어오는 손자가 안쓰럽다. 코로나가 무엇인지 어쩌다가 이런 세상이 되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할아버지 할머니도 못 만나는 이 세상은 무슨 놈의 세상인가? 소크라테스가 이때까지 살았다면 뭐라고 할까? 세상은 요지경이라더니 그 말이 딱 맞다. 요지경이 이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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