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22. 1. 1. 내게 기억된 장소 (독후감)

아~ 네모네! 2022. 1. 3. 13:57

내게 기억된 장소

이현숙

 

  제이콥 필드가 지은 세계사에 기억된 50개의 장소라는 책을 읽었다. 제이콥 필드는 역사가이자 저술가다. 그는 옥스퍼드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했고 현재 캠브리지 대학에서 연구자로 활동 중이다.

세계사에 기억된 50개의 장소가 어딜까 하는 호기심에서 이 책을 선택했다.

책 표지에 있는 피라미드부터 세계 곳곳의 그림이 눈길을 끈다.

  그는 선사시대부터 21세기에 이르는 인류의 이야기를 연대기 순으로 정리했다. 이 책에는 인류 역사에 영향을 준 장소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제목을 죽 훑어보니 50개의 장소 중 내가 가본 곳은 13개 정도밖에 안 된다. 특히 마지막 장에 있는 비무장지대가 내 눈길을 끈다. 50개 중에 우리나라의 경복궁과 비무장지대까지 두 곳이나 들어있다는 것이 놀랍다.

  서두에는 들어가며라는 머리말이 있고, 끝에는 나가며감사의 글이 있다. 다 읽고 나서 감사의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다. 나도 나중에 책을 낼 때는 감사의 글을 써야겠다.

50개의 장소 중 내 관심을 끈 곳은 다음과 같다.

 

1.울두바이 협곡

  이 장소가 어딜까 하는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각 장의 앞에 지도부터 넣은 것도 맘에 든다.

  울두바이는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남쪽에 있는 최초의 현생인류가 출현한 곳이다. 이 인류는 현대인의 직계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슬기로운 사람)로 진화하며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탄자니아에 있는 울두바이 협곡에서 선사시대의 흔적이 연이어 발견되었다.

2. 나일강

  나일이란 이름은 고대 그리스어인 네일로스에서 유래했다. 기원전 5천 년 경부터 나일강 유역을 따라 최초의 농경사회가 형성됐다. 강가에는 파피루스가 자라고 있었고 이것은 종이의 원료가 되었다. 해마다 강이 범람하면서 땅은 비옥해졌고 이를 기반으로 도시국가가 세워졌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왕인 파라오와 왕족을 위한 무덤이다. 피라미드 축조에 필요한 자재와 노동자들의 식량은 나일강을 통해 운반되었다. 나일강이 없었다면 피라미드 축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3. 나우루

  나우루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공화국이다. 오스트레일리아 북쪽에 있는 작은 섬으로 넓이가 21제곱 킬로미터밖에 안 된다. 4각형으로 본다면 가로 4km, 세로 5km밖에 안 되는 나라다. 이렇게 작은 나라가 있다니 신기하다.

4. 성전산

  예루살렘은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성지다. 예루살렘에서 가장 성스러운 곳은 성전산이다. 예루살렘의 이름은 가나안 사람들의 수호신인 살렘에서 따온 것으로 기원전 1000년경 다윗왕이 예루살렘을 수도로 정했다. 성전산은 모리아 산으로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려 했던 곳이다. 다윗의 아들 솔로몬은 여기에 최초의 성전을 지었다.

5. 시온의 성모 성당

  6세기경 에티오피아에 악숨 왕국이 있었다.

  이곳에 모세의 언약궤가 보관되어있다는 성모 성당이 있다.

  시바 여왕은 에티오피아 사람으로 솔로몬과의 사이에서 메넬리크라는 아들을 두었다. 메넬리크는 아버지를 만나러 예루살렘에 갔다가 돌아오면서 십계명이 새겨진 석판이 보관된 언약궤를 가져왔다고 한다. 그 언약궤가 지금도 있는지,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6. 팅벨리르

  아이슬란드 여행 갔을 때 팅벨리르라는 평원에 갔다. 황량한 벌판이었는데 이곳이 세계 최초로 의회가 열렸던 곳이라 한다. 게르만과 북유럽 사람들이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이곳 평원에 모여서 회의를 했다는데 지금은 아름다운 건물이 평화롭게 서 있다.

7. 사마르칸트

  우즈베키스탄에 있는 사마르칸트에 갔을 때 보았던 이슬람 사원이 떠오른다. 그 푸른빛이 너무도 아름답고 신비로워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사라르칸트는 실크로드에서도 가장 번성한 도시로 동서양을 잇는 요충지였다. 많은 물자가 여기를 거쳐 갔는데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비단이었다. 그래서 이름도 실크로드다.

 

8. 경복궁

  경복궁보다는 북경에 있는 자금성이 훨씬 크고 화려한데 무슨 이유로 경복궁이 50위 안에 들어갔는지 궁금하다. 하늘의 은혜를 입은 위대한 궁궐이란 뜻이다. 경복궁은 임진왜란 때 불탔고 고종 때 대원군에 의해 중건되었다. 일본 강점기 때 궁 앞에 조선총독부를 세웠고 많은 부분 훼손되었다.

 

9. 쿠스코

  남미 최대의 제국인 잉카 제국의 수도였던 쿠스코는 해발 3,355m에 위치하고 있다. 잉카인들은 쿠스코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생각해서 배꼽이란 뜻의 쿠스코라고 불렀다. 쿠스코 북쪽 삭사와만에서 내려다본 쿠스코는 배꼽처럼 오목한 분지에 납작한 집들이 빼곡한 도시였다. 여기 갔을 때 고소 증세로 계속 설사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10. 알함브라 궁전

  스페인 그라나다에 갔을 때 알함브라 궁전을 보러 갔다. 가이드는 가는 차 안에서 알함브라의 추억이란 기타 연주를 들려주었다. 평소부터 좋아하던 음악이라 그 애잔한 분위기에 젖어 궁전 앞에 도착하니 꿈이 확 깼다. 내가 상상하던 궁전이 아닌 초라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안으로 들어가 보니 그게 아니었다. 그 섬세한 조각들이 그야말로 환상이었다. 이 궁전은 붉은 철이 함유된 흙으로 지어져 붉은 것(알함브라)란 이름이 붙었다.

  이 건물은 왕의 여름 별궁으로 지어졌으며 정원과 분수대가 특히 아름다웠다. 가이드 설명에 의하면 왕비가 정원사와 사랑에 빠지자 분노에 가득찬 왕이 정원사의 일가친척 30명의 목을 잘라 왕비의 방에 들여놓았다는 것이다. 이 끔찍한 사건이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그 말을 듣고 보니 더 애절하게 느껴졌다.

11. 베르사이유 궁전

  태양왕 루이 14세는 72년간 왕좌를 지켰고 그의 위엄을 상징하는 대표적 건물이 베르사이유 궁전이다. 이 궁전은 건물의 규모도 어마어마하지만, 정원이 특히 아름다웠던 기억이 난다. 학교 다닐 때 세계사 선생님이 이 크고 멋진 궁전에 화장실이 없어 사람들이 근처 숲으로 나가 볼일을 보았다는 말이 생각난다. 이게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12. 크렘린궁과 붉은 광장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에는 아름다운 교회가 서 있다.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건물 같다. 러시아 왕은 이 건물을 지은 사람이 다시는 이런 건물을 짓지 못하게 완공 후 그의 눈을 뽑아버렸다는 설이 있는데 믿거나 말거나다. 아무튼 그 아름다운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13. 비무장지대 (DMZ)

  1953년 한반도는 서로 다른 이념으로 남한과 북한으로 분단됐다. 그 사이에 비무장지대가 있다. 비무장지대(Demilitarized zone)는 말 그대로 무장되지 않은 구역이다. 이런 구역이 60년 넘게 유지된 곳은 지구상에서 한반도가 유일하다. 강원도 고성에 있는 통일 전망대에서 바라본 비무장지대는 너무도 평화로워 보여 마치 에덴동산을 보는 것 같았다.

  이 책을 읽으며 지구는 넓고 볼 곳도 많다는 생각이 든다. 남극도 가보고 싶고 안네의 집에도 가보고 싶다. 한번 왔다가는 인생, 이 지구별의 이 구석 저 구석 모두 보고 싶다. 앞으로 구경할 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코로나19에 발이 묶여 꼼짝을 못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어서 빨리 코로나가 사라져 맘껏 돌아다닐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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