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22. 1. 7. 가족이 30명?

아~ 네모네! 2022. 1. 8. 16:07

가족이 30?

이현숙

 

  손자는 미국에서 태어나 9살 때 한국으로 왔다. 아들이 공부하느라 미국에서 11년을 지내다가 한국으로 왔는데 그곳에 사는 동안 태어나 미국 시민권을 갖게 되었다. 초등학교 2학년까지 다니다가 왔는데 한국에 와서 적응을 못 하면 어쩌나 은근히 걱정되었다.

  한글도 제대로 모르는 채 학교에 갔으니 어리버리한 게 당연하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하는 말도 생소한 게 많은지 집에 와서 개새끼가 뭐냐고 묻기도 했다. 과학시험을 보는데 무슨 말인지 몰라 문제를 해독하느라 반도 못 풀고 25점을 받았다고도 했다. 난감했다.

  미국에서 살다가 한국에 오면 아이들이 한국학교에 적응을 못 해 도로 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결국 아빠는 한국에 남아 직장생활을 하고 엄마와 아이만 미국으로 가서 산다. 교수 중에도 이런 사람이 많은데 평소에는 기러기 아빠로 지내다가 방학 때 한 번씩 다녀오고 퇴직 후 미국으로 가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손자가 적응하지 못했으면 우리 아들도 기러기 아빠가 될 뻔했다. 아들도 은근히 걱정했나 보다. 다행히 손자가 적응을 잘해서 천만다행이다. 아들이 기러기 아빠 되었으면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지금도 아들 직장이 대전이라 주말부부 신세다. 일요일 저녁마다 캄캄한 밤에 혼자 내려갈 아들을 생각하면 내 가슴이 저리다. 주중에도 빈집에서 혼자 잘 걸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손자는 미국보다 한국이 더 좋다고 한단다. 뭐가 좋으냐고 물으면 가족이 많아서 좋다고 자기는 가족이 30명이라고 자랑한다. 누가 가족이냐고 하면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외삼촌, 이모네 식구, 고모네 식구, 외가의 이모할머니들, 친가의 이모할머니들까지 모조리 가족이란다.

  미국에서 자기네 가족 3명 밖에 없다가 한국 와서 일가친척이 많으니까 엄청 좋은가보다. 지금 외갓집에서 사는데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예뻐하고, 외삼촌이 차로 여기저기 구경도 시켜주고, 위층에 사는 이모와 누나들이 잘해주니까 너무 좋단다. 우리 집으로 왔으면 우리 두 늙은이밖에 없는데 참 잘 됐다.

  그런데 가족이란 무엇일까. 영어에서 FAMILYFather And Mother I Love You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라 한다. ‘아빠, 엄마 그리고 나이니 핵가족을 말한다. 하지만 우리말에서 가족은 집 무리 이니 한집에 사는 사람들을 모두 말한다. 옛날에는 3, 4대가 함께 살았으니 대가족 속에서 아이들이 성장했다. 자연스럽게 웃어른에 대한 예절과 아래 사람에 대한 사랑을 배우며 컸다.

  지금은 핵가족 시대라 조부모와 함께 사는 아이들이 거의 없다. 그러니 할아버지 할머니도 가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 반려견을 가족이라고 하는 아이들은 많을 것이다. 이게 잘 되어가는 것인지 뭔가 잘못되어가는 것인지 도통 모르겠다.

  부모와도 같이 안 살고 혼자 나와서 사는 청년들도 수두룩하다. 그래서 혼밥, 혼술이란 단어도 생겼다. 1인 가구가 900만이 넘는다니 정말 어마어마하다.

  늙어서도 자녀와 함께 살지 못하는 독거노인이 날로 늘어나는 추세다. 혼자 살다가 언제 죽었는지도 모르고 몇 개월씩 방치되는 경우도 있다. 자녀와 함께 살기도 힘들고 혼자 살기도 힘드니 그저 건강하게 살다가 하룻저녁에 가면 가장 바람직한 일이다. 이런 복이 내게도 있으려나. 다른 복은 몰라도 이 복 하나만큼은 꼭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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