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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463

2022. 3. 24. 나의 바닥짐 나의 바닥짐 이현숙 욕지도 여행을 마치고 미륵도로 향하는 배를 탔다. 내리면서 보니 화물차들을 배 바닥에 있는 고리에 단단히 고정했다. 배가 기울어도 움직이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세월호 생각이 난다. 세월호는 이런 장치를 하지 않아서 배가 기울었을 때 차들이 한쪽으로 쏠리는 바람에 전복되고 말았다.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저리다. 수학여행을 가던 수백 명의 학생이 그대로 죽음을 맞았다. 즐거워야할 수학여행이 천국행 여행이 되고 말았다. 그 부모들의 마음에는 평생 이 슬픔이 못처럼 박혀있을 것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배가 물에 잠기는 적당한 깊이와 평형을 유지하도록 배 아래쪽에 싣는 물건을 바닥짐이라 한다. 세월호는 아마도 바닥짐을 싣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배가 안정감 있게 항해하려면 어.. 2022. 3. 25.
2022. 3. 23. 육신을 깨다 육신을 깨다 이현숙 7박 8일의 울릉도 여행을 마치고 크루즈선에 올랐다. 침대에 누워 비몽사몽 헤매고 있는데 순자 씨가 갑자기 “원장님이 돌아가셨대.” 한다. 무슨 말인가 싶어 벌떡 일어나 카톡방에 들어가 보니 김 사장님이 올린 글이 있다. 조금 전 운명하셨다는 것이다. 원장님과 김 사장님 그리고 티엔티 회원들은 해마다 10년 넘게 해외여행을 다녔다. 원장님은 멋진 여행을 준비하느라 새벽 1시, 2시까지 자료를 모으고 여기저기 조사를 한다. 그 덕에 우리는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하고 다 된 밥에 숟가락만 얹는다. 어느 나라 어디에 가서 무엇을 보자, 어느 호텔에서 자자, 어느 식당에 가서 무엇을 먹어보자, 시시콜콜 정해주면 김 사장님은 거기에 맞게 준비한다. 일반 여행사에는 없는 스케줄로 유럽과 남미 끝.. 2022. 3. 25.
2022. 2. 27. 점 하나 점 하나 이현숙 ‘남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지우고 님이 되어 만난 사람도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도로 남이 되는 장난 같은 인생사 가슴 아픈 사연에 울고 있는 사람도 복에 겨워 웃는 사람도 점 하나에 울고 웃는다 점 하나에 울고 웃는다 아~아~~~~인생’ 이라는 노래말이 있다. 생각할수록 맞는 말이다. 정말 우리 인생은 점 하나에 울고 웃는다. 님이라는 사람이 아차하는 순간이 남이 되기도 하고 남이라는 사람이 어느 순간 님이 되기도 한다. 대학 동창 모임에 갔다. 한 사람이 동창회 명부에 자기가 사망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뭔 소리냐고 하니 동창회 사무실에서 회사로 전화가 왔는데 직원이 퇴근하셨다는 말을 “들어가셨습니다.” 했다는 것이다. 동창회 사무실 직원은 “돌아가셨습니다.”로 잘못 알아듣.. 2022. 2. 28.
2022. 2. 28. 49에 하나 49에 하나 이현숙 7박 8일의 울릉도 여행을 마치고 크루즈선에 올랐다. 침대에 비몽사몽하고 있는데 순자씨가 갑자기 “원장님이 돌아가셨대.” 한다. 무슨 말인가 싶어 카톡방에 들어가보니 김 사장님이 올린 글이 있다. 조금 전에 운명하셨다는 것이다. 원장님과 우리들은 10여 년 전부터 매년 해외여행을 다녔다. 작년 12월 원장님이 코로나에 걸려 중환자실에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두 달 가까이 되도록 퇴원 했다는 소리가 없어 걱정했는데 이런 전갈이 온 것이다. 요즘 의술이 좋으니 나아지겠지 했는데 우리의 기대와 기도도 소용이 없었나 보다. 원장님은 사경을 헤매고 있는데 우리끼리 룰루랄라 놀러 다닌 생각을 하니 가슴이 저리다. 이날은 밤이 되어야 서울에 도착하니 다음 날 문상 가기로 했다. 같이 여행 다니던 .. 2022. 2. 27.
2022. 2. 1. 복 많이 받았어요 복 많이 받았어요 이현숙 설날 아침이다. 집집마다 떡국을 먹는다. 나이를 먹는다. ‘해피 뉴 이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는 인사와 그림이 무수히 오간다. 이런 인사를 받으면 어떤 복을 받으면 좋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는 이미 엄청난 복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났다는 것이 기적 같은 축복이다. 뇌출혈로 쓰러져 1년이 되도록 코에 줄을 끼고, 목구멍에 구멍 뚫고 눈만 깜빡이는 친구의 동영상을 볼 때면 언제나 일어날 수 있을지 앞날이 묘연하다. 코로나에 걸려 산소호흡을 하며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지인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리다. 벌써 한 달이 넘게 고생하고 있다. 평소에 그토록 건강하던 사람이 하찮은 바이러스에게 한 방에 넘어가다니 믿을 수가 없다.. 2022. 2. 1.
2022. 1. 31. 개는 억울해 개는 억울해 이현숙 어려서 경기도 광주군에 있는 큰집에 가면 큰어머니가 개떡을 만들어주었다. 보릿가루에 소금만 넣고 그냥 쪄준 것 같다. 설탕도 이스트도 들어있지 않은 그냥 밀가루 덩어리다. 그래도 그걸 맛있다고 큰 집 뒤쪽에 있는 소막고개 나무 그늘에 앉아서 먹었다. 지금의 떡이나 빵은 그야말로 달콤하고 고소하고 맛깔나는 환상의 맛이다. 색깔도 오색찬란 휘황찬란하다. 개떡은 거무스름하고 칙칙한 누런색이다. 사람들은 별 볼 일 없는 것에 왜 ‘개’ 자를 붙였을까? 개살구는 산에 자생하는 작고 맛없는 살구다. 개복숭아도 크기가 작고 맛도 없다. 꿈도 별 볼 일 없는 꿈은 개꿈이라고 한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이 있다. 하다못해 똥까지도 개똥은 최하위를 차지하는 것 같다. 욕을 할 때도 소 새끼.. 2022. 1.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