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22. 3. 24. 나의 바닥짐

아~ 네모네! 2022. 3. 25. 16:03

나의 바닥짐

이현숙

 

  욕지도 여행을 마치고 미륵도로 향하는 배를 탔다. 내리면서 보니 화물차들을 배 바닥에 있는 고리에 단단히 고정했다. 배가 기울어도 움직이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세월호 생각이 난다. 세월호는 이런 장치를 하지 않아서 배가 기울었을 때 차들이 한쪽으로 쏠리는 바람에 전복되고 말았다.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저리다. 수학여행을 가던 수백 명의 학생이 그대로 죽음을 맞았다. 즐거워야할 수학여행이 천국행 여행이 되고 말았다. 그 부모들의 마음에는 평생 이 슬픔이 못처럼 박혀있을 것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배가 물에 잠기는 적당한 깊이와 평형을 유지하도록 배 아래쪽에 싣는 물건을 바닥짐이라 한다. 세월호는 아마도 바닥짐을 싣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배가 안정감 있게 항해하려면 어느 정도의 짐을 바닥에 실어 물에 잠기게 해야 한다.

  우리 인생도 하나의 항해다. 우리에게도 역시 바닥짐이 필요한 게 아닐까? 아무 짐도 없이 가볍게 살면 좋을 것 같아도 그게 아니다. 복지 제도가 가장 잘 되어있는 북유럽 사람들의 자살률이 가장 높은 걸 보면 우리 인생도 여러 가지 어려움과 무거운 짐이 필요하다. 어려운 상황에 부딪히면 이걸 해결하려고 무진 애를 쓰게 되고 그러면서 우리 마음이 더 단단해진다.

  내 인생의 바닥짐은 무엇일까? 자식과 남편인지도 모른다. 세상살이가 힘들 때나 남편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할 때 자살을 생각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때 아이들이 떠오른다. 내가 어린아이들을 두고 가면 이 아이들은 누가 보살필까? 우리 아이들은 얼마나 힘든 삶을 살게 될까 생각하면 마음을 돌리고 다잡게 된다.

  요즘은 아이들도 다 결혼해서 나가고 두 늙은이뿐이다. 남편이 잔소리를 하거나 발목을 잡을 때는 남편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하면 남편은 나의 바닥짐이란 생각이 든다. 남편이 없었다면 천방지축 날뛰다가 벌써 저세상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저 지금이 가장 좋은 때라고 생각하면 세상만사 편하고 즐겁다. 이 마음 길이 편치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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