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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2022. 2. 27. 점 하나

by 아~ 네모네! 2022. 2. 28.

점 하나

이현숙

 

남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지우고

님이 되어 만난 사람도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도로 남이 되는 장난 같은 인생사

가슴 아픈 사연에 울고 있는 사람도

복에 겨워 웃는 사람도

점 하나에 울고 웃는다 점 하나에 울고 웃는다

~~~~~인생

 

이라는 노래말이 있다. 생각할수록 맞는 말이다. 정말 우리 인생은 점 하나에 울고 웃는다. 님이라는 사람이 아차하는 순간이 남이 되기도 하고 남이라는 사람이 어느 순간 님이 되기도 한다.

  대학 동창 모임에 갔다. 한 사람이 동창회 명부에 자기가 사망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뭔 소리냐고 하니 동창회 사무실에서 회사로 전화가 왔는데 직원이 퇴근하셨다는 말을 들어가셨습니다.” 했다는 것이다. 동창회 사무실 직원은 돌아가셨습니다.”로 잘못 알아듣고 동창회 명부에 이렇게 올렸다는 것이다.

  본인도 모르고 있다가 이걸 본 친구들이 전화해서 어찌 된 거냐고 하기에 회사 직원에게 물었더니 자기는 들어가셨다고 했다는 것이다. 동창회에 전화해서 고치지 그러냐고 하니 자꾸 후원금 내라고 하니 그냥 두겠다는 것이다.

  참으로 말과 글은 오묘해서 예부터 다르고 다르다고 했다. 점 하나에 남이 님이 되고, 삶과 죽음이 왔다 갔다 한다. 님에게 남이 되자고 했다가 살해당하는 일도 있다.

  요즘은 점 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별로 점이 없는 것 같은 사람도 몇 번 씩 점을 뺀다. 나도 예외가 아니다. 환갑 때 동생들이 축하금을 주면서 봉투에 제점비(除點費)라고 썼다. 나는 얼굴에 점투성이라서 동생들이 점 빼라는 말을 여러 번 했는데 꿈쩍도 안 했더니 급기야 이런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피부과에 가서 수십 개의 점을 뺐는데 그 후 관리를 잘 안 했더니 도로 다 생겼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점순이 신세다.

  예전에는 애교점이라는 것도 있었다. 입술 주위에 일부러 점을 찍는 것이다. 입술 주위에 있는 점은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마릴린 먼로의 애교점은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점 하나에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판국이니 말과 글쓰기는 그만큼 어렵고 신중해야 한다. 그런데 오늘도 나는 겁 없이 횡설수설 떠들어대며 글을 쓰고 있다. 제발 내 글이 남의 가슴에 못 박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비록 엉성할지라도 남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는 글쓰기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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