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 하나
이현숙
‘남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지우고
님이 되어 만난 사람도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도로 남이 되는 장난 같은 인생사
가슴 아픈 사연에 울고 있는 사람도
복에 겨워 웃는 사람도
점 하나에 울고 웃는다 점 하나에 울고 웃는다
아~아~~~~인생’
이라는 노래말이 있다. 생각할수록 맞는 말이다. 정말 우리 인생은 점 하나에 울고 웃는다. 님이라는 사람이 아차하는 순간이 남이 되기도 하고 남이라는 사람이 어느 순간 님이 되기도 한다.
대학 동창 모임에 갔다. 한 사람이 동창회 명부에 자기가 사망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뭔 소리냐고 하니 동창회 사무실에서 회사로 전화가 왔는데 직원이 퇴근하셨다는 말을 “들어가셨습니다.” 했다는 것이다. 동창회 사무실 직원은 “돌아가셨습니다.”로 잘못 알아듣고 동창회 명부에 이렇게 올렸다는 것이다.
본인도 모르고 있다가 이걸 본 친구들이 전화해서 어찌 된 거냐고 하기에 회사 직원에게 물었더니 자기는 들어가셨다고 했다는 것이다. 동창회에 전화해서 고치지 그러냐고 하니 자꾸 후원금 내라고 하니 그냥 두겠다는 것이다.
참으로 말과 글은 오묘해서 예부터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했다. 점 하나에 남이 님이 되고, 삶과 죽음이 왔다 갔다 한다. 님에게 남이 되자고 했다가 살해당하는 일도 있다.
요즘은 점 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별로 점이 없는 것 같은 사람도 몇 번 씩 점을 뺀다. 나도 예외가 아니다. 환갑 때 동생들이 축하금을 주면서 봉투에 제점비(除點費)라고 썼다. 나는 얼굴에 점투성이라서 동생들이 점 빼라는 말을 여러 번 했는데 꿈쩍도 안 했더니 급기야 이런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피부과에 가서 수십 개의 점을 뺐는데 그 후 관리를 잘 안 했더니 도로 다 생겼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점순이 신세다.
예전에는 애교점이라는 것도 있었다. 입술 주위에 일부러 점을 찍는 것이다. 입술 주위에 있는 점은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마릴린 먼로의 애교점은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점 하나에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판국이니 말과 글쓰기는 그만큼 어렵고 신중해야 한다. 그런데 오늘도 나는 겁 없이 횡설수설 떠들어대며 글을 쓰고 있다. 제발 내 글이 남의 가슴에 못 박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비록 엉성할지라도 남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는 글쓰기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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