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고집
이현숙
용마산 자락길을 걷는다. 강아지를 데리고 걷는 사람들이 많다. 요새는 거의 모든 사람이 강아지 목줄을 하고 산책한다. 가다 보면 주인이 가는 쪽으로 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놈도 있다. 발톱을 잔뜩 세우고 데크 바닥을 붙잡고 안간힘을 쓴다. 목줄에 매달려 질질 끌려가면서도 엉덩이를 뒤로 빼고 앙탈을 부린다. 급기야 주인이 강아지를 번쩍 들고 간다.
이 모양을 보다가 퍼뜩 나도 저런 상태가 아닐까 생각한다. 주인은 강아지를 더 운동시키고 더 좋은 것을 보여주려고 하는데 그 속도 모르고 안 가려고 기를 쓰고 있다.
우리 인간도 하나님의 깊고도 선한 뜻을 모르고 자기 가고 싶은 곳으로 가려고 안간힘을 쓰는 게 아닐까. 어쩌면 우리 앞에 죽음이 기다리고 있어 그 길을 피하려고 다른 길로 인도하시는데 그걸 모르고 꾸역꾸역 앞으로 나아가는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정 안 되면 하나님이 우리를 번쩍 들어 그의 나라로 데려가실 수도 있다.
구약성경 민수기에 보면 발람이란 선지자가 모압 고관들과 함께 가고 있었다. 그는 이스라엘을 저주하라는 발락왕의 부탁을 받고 가는 중이다. 그 행동이 하나님 맘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평소에 타던 나귀가 선지자의 말을 듣지 않고 자꾸 옆으로 피하려 하였다. 급기야 담에 선지자의 발을 짓눌러 아프게 했다. 화가 난 선지자는 나귀를 마구 때렸다. 나귀는 앞으로 나가지 않고 발람 밑에 엎드렸다. 그 순간 하나님이 선지자의 눈을 밝혀 앞에 있는 저승사자를 보게 했다. 나귀가 아니었으면 그는 그 자리에서 죽었을 것이다.
우리도 어쩌면 이 선지자와 같은 상황에 있을 수 있다. 그저 그분의 손에 모든 것을 맡기고 순순히 따라가면 모든 것을 합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가장 좋은 길로 인도하실 것이다. 강아지처럼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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