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22. 3. 27. 1년 징역에 3천만 원 벌금

아~ 네모네! 2022. 3. 27. 13:33

1년 징역에 3천만 원 벌금

이현숙

 

  TV에서 고3 학생들이 첫 모의고사를 치렀다는 내용이 나온다. 인터넷에 문제가 생겨 영상으로 시험을 본 학생들이 제대로 시험을 보지 못했다는 내용이다. 무척 당황했을 것이다.

  외손자 생각이 난다. 외손자 건희는 재수를 하고 있다. 딸네 카톡방에 건희도 오늘 모의고사를 치렀냐고 물으니 아니란다. 학원에서는 고3 아이들과 함께 모의고사를 보지 않나 보다. 하긴 학원까지 시험 관리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건희는 초등학교 때 아빠 따라 캄보디아에 가는 바람에 3년 동안 외국인 학교에 다녔다. 한국 교육을 제대로 못 받고 3년의 공백이 생겼으니 여기 와서 따라가기 엄청 힘들었을 것이다. 내 마음도 찌운 하다. 건희도 실망이 컸을 것이다.

  건희는 마음이 여리고 약한 편이다. 어려서 우리가 가면 낯설어서 식탁 의자 밑으로 기어들어 가곤 했다. 통 말이 없지만 어쩌다 용돈이라도 보내면 고맙다고 꼬박꼬박 인사를 한다. 딸이 교육을 잘했나 보다.

  건희는 요새 학원에 다니느라 아침 7시에 나가서 밤 10시는 돼야 집에 온다고 한다. 몸도 약한데 잘 견딜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부디 내년에는 꼭 원하는 대학에 들어갔으면 좋겠다.

  재수, 삼수가 비일비재하다. 윤석열은 고시 합격하려고 9수를 했다고 한다. 원하는 바를 이루려면 끝없는 도전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내 손자가 이런 고생을 하는 걸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사위는 재수란 1년 징역에 3천만 원 벌금형이라고 한다. 생각할수록 기막힌 표현이다. 건희도 힘들겠지만, 딸과 사위도 마음고생하고, 없는 살림에 학원비 대려면 엄청 힘들 것이다.

  이런 제도는 대체 누가 만들었을까? 학교란 과연 필요한 것일까? 매사에 경쟁하고 서열을 매기는 우리나라 교육제도가 잘못된 것인지도 모른다. 지구상의 깊은 오지에 살면서 천방지축 노는 아이들이 더 행복할지도 모른다. 사람은 누구나 장점이 있고 이걸 잘 살리면 경쟁하지 않고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하지만 어찌 생각하면 모든 것을 합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뜻이 있을 거란 생각도 든다. 건희가 꼭 만나야 할 사람이 이 길에 있을지도 모른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하나님 뜻에 딱 맞는 길을 가기 바란다.

  따지고 보면 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아니 엄마의 뱃속에 잉태되는 순간부터 인간은 경쟁한다. 수억 마리의 정자가 난자를 향해 달려가는 경쟁에서 이긴 한 마리가 수정되어 태어나는 것이니 이렇게 치열한 경쟁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모두 이런 무시무시한 경쟁에서 이긴 승리자들이다.

  건희의 형벌이 1년으로 딱 끝났으면 좋겠다. 벌금도 3천만 원으로 끝나길 빌어본다. 내년에는 대학생이 되어 즐겁고 신나는 대학 생활을 누렸으면 좋겠다. 이 힘 없는 할미의 간절한 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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