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458

2021. 5. 5. 개구리의 첫사랑

개구리의 첫사랑 이현숙 “어머 개구리 다리가 여섯 개야. 기형아인가봐.” “아닌데? 두 마리가 포개진 거야.” 롯데 화요등산반에서 강원도 고성에 있는 화암사에 갔다. 수바위를 거쳐 성인대 정상까지 올라가니 넓은 바위에 여기 저기 물웅덩이가 있다. 여러 마리의 청개구리들이 물가에 붙어있기도 하고 수영도 한다. 그런데 그 중 한 마리가 다리가 여섯 개다. 모두 놀라서 들여다보는데 한 사람이 스틱으로 툭 친다. 그러면서 자세히 들여다보더니 두 마리가 겹쳐져 있다는 것이다. 대장님이 또 개구리 등을 건드리니 도망을 간다. 도망가면서도 둘이 꼭 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순간 개구리가 짝짓기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대장님 지금 사랑을 나누고 있는데 그렇게 치면 안 되죠.” 했더니 “그런가? 개구리는 이렇게 사랑을 하..

나의 이야기 2021.05.05

2021. 5. 1. 환장하네

환장하네 이현숙 오늘도 남편은 일어나자마자 베란다 창문을 열고 아래층 베란다 밖에 있는 철 난간을 내려다본다. 3월부터 두 달 가까이 이어지는 일이다. 3월 어느 날 아래층 아저씨가 우리 집으로 올라왔다. 베란다 밖에 있는 철 난간에 물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우리 베란다로 가서 보더니 물을 많이 쓰느냐고 한다. 우리는 몇 년 째 베란다에서 물을 쓴 적이 없다고 하니 겨울에 수도관이 얼어 관에 금이 가서 새는 게 아니냐고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것 같지는 않다고 하니 같이 내려가 보자고 하여 남편이 내려갔다. 보고 온 남편에게 물으니 물방울이 가끔씩 떨어지는데 이유를 알 수가 없다고 한다. 남편은 며느리에게 누수 잘 고치는 사람좀 알아보라고 한다. 사돈이 잘 아는 사람이 있다고 하여 그 사람을 불렀다..

나의 이야기 2021.05.02

2021. 4. 30. 잉꼬가 다 죽었나?

잉꼬가 다 죽었나? 이현숙 거의 매일 용마산 자락길을 걷는다. 매일 걷는 사람들이 많아 얼굴을 아는 사람을 자주 만난다. 막걸리 할머니가 있다. 80이 넘은 할머니인데 까만 비닐봉지에 먹을 것을 싸가지고 나온다. 거의 하루 종일 걷고 운동기구로 운동하다가 오후가 돼야 집에 간다. 우리를 보면 반색을 하며 가지고 있는 사탕이나 초콜릿을 준다. 언젠가 운동기구 옆 의자에 앉아서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가만히 보니 옆에 막걸리 병이 놓여있다. 한 잔 마시고 약간 취기가 돌았는지 아주 신이 났다. 이 할머니는 매일 집에서도 막걸리를 마신다고 한다. 그 후로 우린 이 할머니를 막걸리 할머니로 명명하였다. 대동강 할아버지가 있다. 이 할아버지는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곡목은 항상 ‘한 많은 대동강,이다. “..

나의 이야기 2021.05.01

2021. 4. 25. 내가 행복한 곳은 어디에?

내가 행복한 곳은 어디에? - 김이재의 ‘내가 행복한 곳으로 가라’를 읽고 - 이현숙 김이재는 경인교대 교수로 내가 즐겨보는 ‘세계테마기행’이란 프로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다. 목소리가 낭랑하고 생기발랄하여 뭔가 보는 이에게 에너지를 주는 인상이다. 그녀는 세계 100여 개 국을 여행한 행복한 문화지리학자다. 그녀가 좋아하는 것 두 가지는 나비와 말괄량이 삐삐라고 한다. 그래서 책 표지에도 나비로 도배를 했다. 부제로 ‘운명의 지도를 바꾸는 힘, 지리적 상상력’이라고 했듯이 지리적 상상력의 막강한 힘을 굳게 믿는 듯하다. 여는 글 앞 페이지에 ‘만 권을 독파하고 가슴에 만감을 품고 만 리의 길을 간 다음에 붓을 들라.’ 는 중국 청나라의 미술 교과서인 ≪ 개자원 화보 ≫ 서문을 실었는데 이 글을 보자 양..

나의 이야기 2021.04.30

2021. 4. 16. 더 납작해진 내 코

더 납작해진 내 코 이현숙 “너희 언니는 왜 그렇게 공부를 안 하니?” 제부가 내 동생에게 한 말이다. 나도 모르게 찔끔한다. 제부는 온라인 강의를 잘 듣는다. 서울 공대를 나와 평생 컴퓨터 회사에서 일해서 그런지 컴퓨터 박사다. 얼마 전 무료출판에 관한 강의를 듣고 재작년 알프스 트레킹 갔을 때 쓴 글과 사진으로 책을 만들었다. 내가 봐도 그럴 듯하다. 나에게도 무료출판에 관한 온라인 강의를 들으라고 권했는데 컴퓨터에 자신이 없어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얼마 후 동생이 책 한 권을 주며 제부가 이 책을 보고 한 번 만들어 보라고 했단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주제 파악도 못한 채 책을 보며 도전을 해봤다. 첫 번부터 난관에 부딪친다. 무료 서체 내려 받기를 하라는데 책에서 보여준 화면이 나..

나의 이야기 2021.04.18

2021. 3. 14. 짝퉁 같은 명품

짝퉁 같은 명품 이현숙 세익스피어가 한 말 중에 이런 것이 있다. ‘경제가 허용하는 한 몸에 걸치는 것에는 돈을 아끼지 마라. 그렇다고 지나치게 차려입어서는 안 된다. 대개 입은 것으로 그 인물을 알 수 있으니까’ 이 글을 보는 순간 뜨끔했다. 나는 입는 것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대충 입어봐서 들어가면 그냥 입는다. 옷에다 돈을 퍼붓느니 차라리 여행에 쓰는 것이 더 보람 있다고 생각한다. 입은 것으로 그 인물을 알 수 있다는 것에는 공감한다. 옷에는 그 사람의 성격도 많이 드러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명품 옷은 딱 두 번 입어봤다. 한 번은 남편이 재직할 때 학부형에게 받아온 상품권으로 산 옷이다. 상품권에 쓰인 곳으로 찾아가니 강남에 있는 멋진 드레스 샵이다. 상품권에는 금액이 적혀있지 않았다..

나의 이야기 2021.03.14

2021. 2. 19. 택씨

택씨 이현숙 한 문우가 카톡방에 기대수명 측정법이란 사이트를 올렸다. 이런 게 올라오면 유혹을 견디기 힘들다. 대충 이것저것 체크했더니 기대수명이 117세라고 하며 45년 남았다고 한다.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온다. 동생들 카톡방에도 올리고 고교친구 카톡방에도 올렸다. 다들 측정해보고 너도 나도 기대수명을 올린다. 5번 동생은 93세가 나왔다고 “30년 동안 뭘하지?” 한다. 3번 동생은 98세가 나왔는데 너무 좋게 대답했나보다고 다시 해보고는 94세란다. 4번 동생은 100세가 넘게 나왔다고 그 긴긴 시간을 어찌 보낼까 걱정한다. 나도 100세가 넘게 나왔다고 실토를 했다. 117세라는 말은 차마 못하겠고 다시 심사숙고하면서 측정하니 99세가 나온다. 이것도 너무 많다. 내가 그 밑에 이런 소리 아이..

나의 이야기 2021.02.22

2021. 2. 17. 바보들의 행복

바보들의 행복 이현숙 남편과 용마산 자락길을 걷는다. 어제 눈이 내린 후 오늘은 영하 10도가 넘으니 눈이 별로 녹지 않았다. 데크길 난간 여기저기 낙서가 보인다. 첫 번째로 보이는 것이 ‘바보’다. 웃음이 픽 나온다. 자신이 바보라는 것인지 보는 사람이 바보라고 놀리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좋다. 왜 우리는 똑똑한 사람처럼 보이려고 애쓰는 것일까? 누구든지 바보라고 하면 화를 내기 마련이다. 사실 바보들이 똑똑한 사람보다 훨씬 행복한 삶을 사는 것 같다. 똑똑한 사람들은 자살하는 경우가 많지만 바보는 그런 경우가 거의 없다. 중학교 때 가정시간에 인형을 만들었다. 완성시킨 후 인형의 이름을 달아서 제출하라고 했다. 나는 ‘멍청이’라고 써서 제출했다. 너무 똑똑한 아이들이 많아 잔뜩 주눅이 들어 살..

나의 이야기 2021.02.17

2021. 2. 14. 사오정이 될 수 밖에

사오정이 될 수밖에 이현숙 동생들과 서울둘레길을 걷는다. 두 동생은 걸음이 빠르니 저만치 앞서 간다. 동생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긴다. 열심히 따라가도 부족한데 여기저기 한 눈을 판다. 개울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오리도 보고 탄천에서 유유자적 노니는 철새도 보며 동영상까지 찍는다. 동생들은 내가 안 보이면 가끔씩 서서 기다린다. 내가 종종 엉뚱한 곳으로 빠지기 때문이다. 동생들이 서로 바라보고 즐겁게 얘기하는 걸 보며 문득 내가 사오정이 되는 이유를 알겠다. 대화를 많이 해도 제대로 이해를 못해 엉뚱한 소리를 하기가 일수인데 이렇게 혼자 걷다보면 나도 모르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게 된다. 사오정은 귀가 좀 어두웠다고 한다. 그래서 잘 알아듣지 못해 엉뚱한 소리를 잘 했다는 것이다...

나의 이야기 2021.02.14

2021. 2. 7. 해도 해도 너무하네

해도 해도 너무하네 이현숙 2월 1일부터 14일까지 설 명절 특별방역조치가 내렸다. 5인 이상 집합금지다. 지난번까지는 서울시에서 직계가족은 예외라고 하여 아들네 식구 세 명과 함께 주말마다 저녁식사를 하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모든 지역에서 다 같이 집합금지라고 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120 다산콜재단에 문의했다. 역시나 서울도 동일 거주지에 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연락이 왔다. 불안증이 심한 남편은 아들에게 설 명절까지 오지 말라고 카톡방에 올린다. 나는 대충 묵살하고 그냥 모이려고 했는데 남편이 완강하게 반대를 하니 어쩔 수가 없다. 어제는 동생들과 소울 영화를 보고 동생 집에서 점심식사를 하였다. 네 명이니까 신경 쓸 필요도 없고 회를 떠다가 집에서 먹으니 식당 갈 일이 없어 마음이 편하다. 마..

나의 이야기 2021.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