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의 명령
이현숙
용마산자락길을 걷는다. 데크로 된 쉼터에 모기장이 처져 있다. 모기장 위에 양산이 두 개 걸려있다. 모기장 앞에는 어른 신 하나와 어린아이 신 두 켤레가 놓여있다. 하나는 분홍색이고 하나는 파란색이다. 양산도 한 개는 분홍색, 한 개는 파란색이다.
안을 들여다보니 두 아이가 정신없이 자고 있다. 할머니는 아이들에게 연신 부채질을 한다. 한 명은 손자고 한 명은 손녀인가보다. 손자들이 벌레에 물릴까 봐 모기장까지 가지고 와서 낮잠을 재우는 할머니의 정성이 지극하다. 본인도 더울 텐데 아이들만 부쳐주고 있다.
내리사랑이란 말이 맞는 듯하다. 이 사랑은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일까? 혹시 DNA의 명령은 아닐까? 자신의 유전자를 25% 가지고 있는 이 아이들을 보호해서 자신의 유전자를 이 지구상에 남기려는 본능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DNA의 명령에 순종하며 사는 것은 아닐까?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2. 6. 13. 자랑스런 생식기 (0) | 2022.06.13 |
---|---|
2022. 6. 12. 책 읽는 재미 (0) | 2022.06.12 |
2022. 6. 10. 마지막 숙제 (0) | 2022.06.10 |
2022. 5. 19. 하늘의 미소 (0) | 2022.05.29 |
2022. 5. 18. 세상 최고의 남편 (0) | 2022.05.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