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22. 6. 10. 마지막 숙제

아~ 네모네! 2022. 6. 10. 14:42

마지막 숙제

이현숙

 

  학교 다닐 때는 선생님이 내주는 숙제만 하면 되었다. 학교를 졸업하니 스스로 내는 숙제가 많아졌다. 아이들이 어려서는 대학교 들어갈 때까지만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애들이 대학교에 가니 결혼까지는 시키는 것이 나의 숙제라는 생각이 든다.

  부모님이 계실 때는 부모님을 먼저 보내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부모 앞에 죽는 것은 가장 큰 불효라는 생각이 들었다. 양가의 부모님이 다 돌아가셨으니 이 숙제도 무사히 마쳤다.

  이제 모든 숙제를 다 했다고 생각했더니 그게 아니다. 허구한 날 아프다고 병원을 들락거리는 남편을 보니 아직도 못다 한 숙제가 있다. 죽지도 않으면서 맨날 죽겠다고 하는 남편을 보고 있자면 나도 죽을 판이다. 식탁 옆 벽에는 온갖 약들이 도열해있다. 고혈압약, 고지혈증약, 잇몸 약, 장약, 허리 약, 삐콤씨, 감초 약, 비타민디, 루테인, 위장약 기타 등등으로 아주 도배를 했다.

  아무래도 남편을 먼저 보내는 것이 나의 마지막 숙제가 될 듯하다. 제발 마지막 숙제까지 다 하고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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