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458

2021. 7. 25. 손자 시집살이

손자 시집살이 이현숙 아들네가 오는 날이다. 남편과 나는 37℃나 되는 폭염에 땀을 뻘뻘 흘리며 청소를 한다. 나는 진공청소기를 돌리고 남편은 대걸레질을 한다. 청소를 마치면 손소독제를 키친타올에 묻혀 각 방의 손잡이와 엘리베이터 버튼까지 일일이 닦는다. 손자 이안이는 위생관념이 너무 철저한 것 같다. 미국에서 와서 자가 격리할 때도 그곳 오피스텔에 있는 컵이 지저분하다고 쓰지를 않았다. 아들이 누나에게 부탁하여 일회용 컵을 배달해 주었다. 일회용 그릇과 수저도 주문하였다. 우리 집에 와서도 손을 씻은 후 우리 수건을 쓰려고 하지 않는다. 새로 꺼내놓은 수건인데도 그냥 바닥에 손을 털거나 자기 옷에 닦는다. 함께 식사를 할 때도 우리 컵이나 그릇을 쓰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일회용 컵과 그릇, 수저 등..

나의 이야기 2021.07.26

2021. 7. 19. 눈 뜬 장님

눈 뜬 장님 이현숙 거미 한 마리가 나무에서 거미줄을 타고 내려온다. 땅에 닿자 부지런히 걸어간다. 순간 개미 한 마리가 다가와 순식간에 덮친다. 거미는 아야 소리 한 번 못 치고 순식간에 황천길로 간다. 개미는 제 몸보다 큰 거미를 질질 끌며 집으로 향한다. 동생과 불암산에 갔다. 당고개역에서 만나 철쭉동산에서 덕릉고개를 지나 정상에 올랐다. 무더위 때문인지 코로나 거리두기 4단계라서 그런지 정상에도 별로 사람이 없다. 느긋하게 태극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간식도 먹고 하산을 했다. 상계동쪽으로 내려오다가 불암산 둘레길을 만나 당고개 방향으로 걸었다. 백사마을 위 의자에 앉아 빵을 먹다가 바라본 풍경이다. 거미는 나무에서 내려올 때까지만 해도 자신의 인생? 아니 거미생이 거기서 끝날 줄은 상상도 못했..

나의 이야기 2021.07.22

2021. 7. 8. 단 하루만이라도

단 하루만이라도 이현숙 “단 하루 만이라도 저 의자에 앉아봤으면.” 같이 근무하던 선생님이 교감 자리의 의자를 가리키며 하는 말이다. 의자는 언제부터 사용했을까? 우리나라에서는 방바닥에 그냥 앉아서 지내는 일이 많아 의자는 별로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서양문물이 들어오면서 입식 생활이 익숙해졌다. 식당에서도 장례식장에서도 요즘은 입식으로 의자가 있는 곳을 선호하는 편이다. 의자는 그 물건 자체를 의미할 때도 있지만 그 지위를 말하는 경우도 많다. 장관이 되고 싶고 사장이 되고 싶고 대통령이 되고 싶어 할 때도 그 자리에 앉는다고 말한다. 의자는 곧 자리고, 자리는 곧 지위다. 성수중학교 근무할 때 한 남자 선생님은 퇴직하기 전에 교감을 꼭 해보고 싶었나보다. 교감을 하려면 교감 연수를 받아야하고 연수를..

나의 이야기 2021.07.18

2021. 7. 5. 깨소금 맛

깨소금 맛 이현숙 내 통장으로 교보문고에서 돈이 들어왔다. 액수는 미미하지만 깨소금 맛이다. 작년부터 제부의 도움으로 교보문고 퍼플에서 무료출판 책을 만들었다. 작가가 직접 편집을 해서 올리니까 출판비가 들지 않는다. 대신 작가도 책을 사야만 자기 책을 볼 수 있다. 도무지 컴맹 수준인 주제에 겁도 없이 달려들었다가 아주 꼭지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제부가 전미애의 무료출판이란 책까지 사주면서 해보라고 하여 시작했더니 첫 단계부터 막혀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수시로 제부와 카톡을 주고받으며 한 줄씩 해나갔다. 그래도 모르는 것은 주말에 아들이 왔을 때 아들, 며느리에게 물어보며 겨우 겨우 엉성한 책을 만들었다. 교보에 올리고 승인이 날 때까지 기다리려니 은근히 긴장된다. 며칠 후 승인이 떨어지자 ..

나의 이야기 2021.07.05

2021. 6. 19. 아무도 모른다

아무도 모른다 - 류시화의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를 읽고 - 이현숙 책 제목에 이끌려 이 책을 선택했다. 책을 만들 때 제목을 잘 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류시화의 책은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와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에 이어 이번에 세 번째다. 하나 같이 책 제목이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류시화는 1959년 충북 옥천에서 태어났다. 경희대 국문학과를 나와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했다. 50권의 도서를 출간했다는 데서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야말로 밥 먹고 하는 일이 글 쓰는 일밖에 없나보다. 생긴 것도 완전 예술가 냄새가 풀풀 난다. 책에 두른 띠에는 ‘신이 쉼표를 넣은 곳에 마침표를 찍지 말라’는 글이 있는데 이 글은 이 책에..

나의 이야기 2021.07.01

2021. 5. 28. 싱글벙글 아들곰

싱글벙글 아들곰 이현숙 나는 별로 사물에 대한 집착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만은 아닌 것 같다. 아들이 신혼 때 내 생일 선물로 사준 곰 인형이 있다. 근 20년 가까이 되어 먼지도 뒤집어쓰고 색깔이 바래서 볼품없는데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안방 화장대 옆 의자에 앉아 항상 우리 부부를 바라보고 있다. 나도 아이들에게 인형을 사준 적이 없고 아들도 인형 같은 것은 산 적이 없는데 아마도 며느리의 아이디어가 아닐까 생각한다. 어찌 됐건 받는 순간 뜻밖의 선물에 나도 모르게 입이 귀에 걸렸다. 내 평생 처음 받는 인형이라 감개가 무량이다. 이 인형은 우리 아들처럼 몸도 뚱뚱하고 얼굴도 둥글넓적하여 꼭 아들을 보는 기분이다. 하루 종일 나갔다 돌아오면 빈 집에 이 녀석 혼자만 둔 것이 안쓰럽기도 하고 미안하..

나의 이야기 2021.05.29

2021. 5. 20. 인간에게 준 뿔

인간에게 준 뿔 이현숙 ‘하늘은 두 개를 다 주지 않는다. 이빨을 준 자에게는 뿔을 주지 않았다. 날개를 준 자에게는 발은 두 개만 주었다.’ 한서에 나오는 말이다. 생각할수록 기막힌 표현이다. 사자나 호랑이는 무시무시한 이빨이 있는 대신 뿔이 없다. 들소나 코뿔소를 보면 날카로운 송곳니는 없어도 위협적인 뿔이 있다. 하늘을 나는 새는 발이 두 개다. 날개가 두 손을 대신하나보다. 조물주는 참 공평한 분이다. 그런데 인간은 뿔도 없고 날개도 없다. 이거 너무 불공평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렇게 억울해 할 일이 아니다. 인간에게는 가장 뛰어난 무기를 주었다. 두뇌다. 이 두뇌를 이용하여 뿔도 만들고 날개도 달았다. 패러글라이딩을 하며 하늘을 나는가 하면 비행기를 발명하여..

나의 이야기 2021.05.21

2021. 5. 17. 우리는 사형수

우리는 사형수 이현숙 한 달 가까이 위장병으로 고생중이다. 음식을 먹으면 위장이 돌처럼 딱딱해 지는 느낌이다. 계속 트림이 나오면서 소화가 되지 않는다. 의사는 자리에 누우라고 한 후 여기 저기 꾹꾹 눌러보며 특별히 더 아픈 곳이 있느냐고 한다. 없다고 하니 약을 지어준다. 가타부타 무슨 병인지 말도 없다. 3일치 약을 먹어도 나아지지 않아 또 갔다. 별로 차도가 없다고 하자 약을 좀 바꿔보자고 하며 또 3일치 약을 준다. 역시 이번에도 별 효험이 없다. 이러기를 3주째 계속하자 체중이 3kg이나 줄었다. 매운 음식이나 기름진 음식을 먹지 말라고 해서 주의를 한다. 아니 먹으라고 해도 먹을 수가 없다. 눈이 퀭하니 들어갔다. 다시 병원에 가니 나이 들어 체중이 줄어드는 것은 좋지 않고 연세도 있으니 내시..

나의 이야기 2021.05.21

2021. 5. 16. 수필은 나에게

수필은 나에게 이현숙 1.숨이다. 몸 안에 무언가 가득 차서 가슴이 답답할 때 뭔가 끼적거리다 보면 숨통이 트인다. 2. 배설행위다. 뱃속에 똥오줌이 가득차면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돌아치다가 배설하고 나면 속이 시원하듯이 마음속에 오만 잡동사니 생각이 가득 찰 때 헛소리라도 쏟아 놓으면 속이 후련하다. 3. 영역 표시다. 맹수들이 자신의 영역을 표시할 때 주위에 자신의 똥오줌을 바르듯이 되는 소리 안 되는 소리 마구 써서 여기 저기 흘리다 보면 내가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 4. 정신과 치료다. 마음에 뭔지 모를 우울감이 가득 찼을 때 다른 사람들의 글을 보면 아하~ 남들도 이런 어려움을 이기고 살아가는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의 위로를 받는다. 5. 화석 쌓기다. 되지도 않는 글을 써서 여기 저기..

나의 이야기 2021.05.20

2021. 5. 2. 열 천원이라고?

열 천원이라고? 이현숙 손자 이안이는 미국에서 태어나 아홉 살 까지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곳에서 초등학교 2학년까지 마치고 왔으니 한국 생활에 적응이 잘 안되나 보다. 그래도 집에서는 엄마 아빠와 한국말을 했으니 웬만한 건 다 알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다. TV를 보다가 독감이 뭐냐고 묻기도 하고 후손이 뭐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한국 학교에 다니더니 아이들이 욕하는 걸 들었는지 개새끼가 뭐냐고 묻기도 한다. 한국아이들에 비해 어휘력이 상당히 부족한 것 같다. 만 원짜리를 보고는 열 천원이라고 하니 아무래도 모든 사고방식이 미국식으로 입력되어 있나보다. 글씨나 맞춤법도 엉망이다. 며느리가 통역을 해줘야할 판이다. 며느리는 손자가 줌으로 학교 수업을 하는 걸 보고 걱정이 태산이다. 선생님 말씀도 잘 ..

나의 이야기 2021.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