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463 2023. 1. 25. 너나 잘 하세요. 너나 잘하세요 이현숙 동생들과 사패산에 가기로 했다. 5번 동생에게 회룡역 몇 번 출구에서 만나느냐고 카톡을 보냈는데 답이 없다. 5번은 혼자 살고 있으니 카톡을 안 보면 불안하다. 밤에 자다가도 몇 번씩 확인했지만, 여전히 안 본다. 아무래도 핸드폰이 고장 난 것 같아 아침에 일어나 집 전화로 했지만, 뚝 끊어진다. 혼자 있다가 쓰러져 전화도 못 받나보다 하는 생각에 산행을 취소하고 동생 집으로 가봐야 하나 오만 가지 생각이 오락가락한다. 5번 동생은 혈전이 있다고 했는데 혼자 있다가 쓰러졌나보다고 안절부절못한다. 친정엄마도 뇌출혈로 돌아가시고 딸도 얼마 전 뇌출혈로 쓰러져 수술을 받았는데 아무래도 노이로제에 걸린 것 같다. 4번 동생에게 카톡을 보내 5번이 카톡도 안 보고 전화도 안 받는 게 이상하다.. 2023. 1. 25. 2023. 1. 13. 나만의 하늘 나만의 하늘 이현숙 용마산에 오른다. 정상에는 아무도 없다. 의자에 누워 하늘을 바라본다. 하늘을 독차지한 기분이다. 오롯이 나만의 하늘을 만끽한다. 깊고 깊다. 넓고 넓다. 흰 구름이 흘러간다. 모양이 수시로 변한다. 변화무쌍하다. 세월의 강을 따라 흘러가는 내 모습을 보는 듯하다. 구름 알갱이가 증발하면 수증기가 되어 공기 중으로 사라진다. 아니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눈에만 보이지 않는다. 작은 입자로 분해되었을 뿐이다. 사람이 죽으면 육신도 분해되어 흙으로 돌아간다. 눈에 안 보일 뿐 흙 속에 그대로 들어있다. 산산히 조각난 나는 흙속으로 흩어질 것이다. 내 몸에서 빠져나간 나의 영혼도 부서지는 것일까. 영혼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무한한 영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일까. 2023. 1. 16. 2023. 1. 4. 전과 후 전과 후 이현숙 인생을 나누는 방법에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남편이 가기 전과 후로 나누어지는 듯하다. 남편이 있을 때 보이던 세상과 가고 난 후의 세상은 왜 이리도 다를까? 모든 것이 새로워진 것 같다. 산은 같은 산이요, 나무도 같은 나무들인데 너무도 생경하게 보인다. 하늘의 구름도 달라진 듯하다. 남편이 있을 때는 어깨에 힘주고 고개를 빳빳이 들고 다녔는데 지금은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고 어깨가 축 처져서 다닌다. 내가 죽으라고 한 것도 아닌데 무슨 살인자라도 된 것 같다. 용마산 자락길에 있는 오거리 쉼터 앞에 커다란 아까시나무 두 그루가 있다. 그게 멋져 보여서 여러 번 사진을 찍었다. 남편의 모습이 두 나무 사이에 박혀있다. 남편이 간 후 어느 날 가보니 한 그루가 무참히 잘려 나갔다. 언제 .. 2023. 1. 7. 2023. 1. 2. 제 3의 인생 제3의 인생 이현숙 1. 내 인생 태어나서 결혼할 때까지는 내 인생을 산 듯하다. 부모 밑에서 부모님이 해주는 밥 먹고 학교 다녔다. 초등학교 들어갈 때의 공포감이 생각난다. 효제초등학교 예비 소집에 갔다. 강당으로 학생들만 데리고 들어갔다. 엄마를 떨어져 혼자 들어가려니 왜 그리도 겁에 질렸는지 선생님이 무슨 소리를 했는지 전혀 모르고 계속 울기만 했다. 다시 운동장으로 나오니 엄마가 다가와 “이 바보야 울기는 왜 우니? 언니는 선생님만 똑바로 쳐다보고 잘 있었는데.” 한다. 팅팅 부은 눈으로 집에 오는데 동네 아줌마들이 “현숙아 너 울었구나.” 한다. 어찌나 부끄러운지 쏜살같이 집으로 들어갔다. 그 후로도 학교가 바뀔 때마다 곤욕을 치렀다. 경기여중에 들어가니 다들 어찌나 똑똑한지 주눅이 잔뜩 들어 .. 2023. 1. 7. 2022. 12. 30. 다이소에 다있소 다이소에 다있소 이현숙 산책 후 다이소에 갔다. 물걸레 청소포도 사고 예쁜 봉투도 샀다. 설날이 다가오니 손주들에게 세뱃돈 줄 때 쓰려고 설 분위기가 나는 걸로 골랐다. 다이소에는 참 다양한 물건들이 많다. 심심할 때 들러서 구경만 해도 재미있다. 요즘 우리 집에 다이소 물건이 많아졌다. 5번 동생이 집수리하느라 한 달 반 정도 우리 집에 와 있었다. 싱크대 덮개도 사다 놓고 솔도 다양하게 종류별로 사다 놨다. 병을 닦는 솔을 사 왔는데 입구가 작아서 잘 안 들어가자 자기 집으로 간 후에 더 작은 걸로 두 개나 사서 보냈다. 이 솔로 몇십 년 동안 닦지 않던 보온병을 속까지 깨끗하게 닦았다. 화장실도 욕실용 솔로 이 구석 저 구석 깨끗하게 닦았다. 동생은 나보다 열 살이나 어린데 매사에 나보다 열 배는 .. 2022. 12. 31. 2022. 12. 11. 마르지 않는 샘 마르지 않는 샘 이현숙 설거지를 하다가 갑자기 눈물이 왈칵 솟는다. 설거지하던 남편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죽을병 걸린 줄도 모르고 마냥 부려 먹었다. 나중에는 너무 힘들어 설거지를 못 하겠다고 해서 내가 툴툴거리며 했다. 식기 건조기에 넣고 건조시키면 천천히 다가와 그릇을 꺼내어 정리하곤 했다. 힘든데 왜 그리 참았을까? 자기가 말기 암이란 걸 몰랐으니 참았을 것이다. 교회에 가서 주일예배를 드린다. 성탄절이 다가오니 준비 찬송으로 성탄절 노래를 부른다. 또 눈물이 솟아오른다. 남편은 작년 크리스마스 때 이 찬송을 부르며 자신이 마지막으로 보내는 성탄절인 줄 상상이나 했을까? 마스크 속으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마스크로 꾸욱 눌러댄다. 뒷사람이 볼까 봐 닦지를 못하겠다. 앞에 선 목사님이 볼까 봐 목사님이 .. 2022. 12. 17. 이전 1 ··· 7 8 9 10 11 12 13 ··· 7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