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억울해 이현숙 어려서 경기도 광주군에 있는 큰집에 가면 큰어머니가 개떡을 만들어주었다. 보릿가루에 소금만 넣고 그냥 쪄준 것 같다. 설탕도 이스트도 들어있지 않은 그냥 밀가루 덩어리다. 그래도 그걸 맛있다고 큰 집 뒤쪽에 있는 소막고개 나무 그늘에 앉아서 먹었다. 지금의 떡이나 빵은 그야말로 달콤하고 고소하고 맛깔나는 환상의 맛이다. 색깔도 오색찬란 휘황찬란하다. 개떡은 거무스름하고 칙칙한 누런색이다. 사람들은 별 볼 일 없는 것에 왜 ‘개’ 자를 붙였을까? 개살구는 산에 자생하는 작고 맛없는 살구다. 개복숭아도 크기가 작고 맛도 없다. 꿈도 별 볼 일 없는 꿈은 개꿈이라고 한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이 있다. 하다못해 똥까지도 개똥은 최하위를 차지하는 것 같다. 욕을 할 때도 소 새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