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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463

2023. 4. 12. 복 많은 년 복 많은 년 이현숙 난생처음 대장내시경 검사를 했다. 며칠 전부터 먹지 말라는 음식이 많으니 신경 쓰인다. 전날 저녁부터 굶고 설사약과 물, 이온 음료를 먹어대니 대변이 소변처럼 쏟아진다. 당일 아침 5시에 일어나 또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물과 설사약을 먹는다. 다 먹으려면 두 시간 이상 걸린다. 또 한바탕 쏟아내고 병원으로 갔다. 의사가 대장내시경 해봤느냐고 묻는다. 처음이라고 하니 문진표를 보며 누가 대장암 걸렸었느냐고 묻는다. 미국 살던 언니가 대장암이었는데 발견을 못 하고 간까지 전이된 후에 발견하여 결국 폐까지 전이되어 53살에 죽었다고 하니 의사가 나를 다시 쳐다본다. 친자매가 대장암으로 그렇게 일찍 죽었는데 여태 대장내시경을 한 번도 안 했느냐며 너무 늦은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한다. 변비가.. 2023. 4. 14.
2023. 4. 1. 꽃눈이 내리네 꽃눈이 내리네 이현숙 길가의 가로수에서 꽃눈이 내린다. 작년까지는 꽃비가 내렸는데 올해는 꽃눈이 내린다. 똑같은 벚나무에서 똑같은 꽃잎이 쏟아지는데 왜 올해는 눈처럼 보이는 것일까? 오늘은 종려주일이다. 다음 주는 부활절이다. 쏟아지는 꽃눈을 맞으며 교회에 갔다. 교회에 앉아서 찬송을 부른다. 갑자기 남편 생각이 떠오른다. 작년 부활절까지만 해도 함께 앉아 예배를 드렸는데 혼자 앉아 있으려니 눈물이 핑 돈다. 남편은 작년의 부활절이 마지막인 줄 짐작도 못 했을 것이다. 오늘 새벽엔 꿈에 남편이 보였다. 죽어서도 교장을 하는지 예원학교 무슨 행사장인 것 같은데 남편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걸어간다. 젊어서처럼 활기차고 건강해 보인다. 건강한 모습을 보니 깨어나서도 기분이 좋다. 천국에서도 이렇게 활기차게 지.. 2023. 4. 2.
2023. 3. 27. 팔자 좋은 년 팔자 좋은 년 이현숙 하늘을 바라본다. 벚꽃이 꽃망울을 터트렸다. 슬프다. 용마산 자락길을 걷다보면 개나리도 진달래도 화사하게 피어났다. 진달래도 개나리도 슬퍼보인다. 망우산 정상을 지나 데크길을 걷는다. 부부가 함께 가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 부럽다. 나도 작년 봄까지는 저렇게 다녔는데…. 함께 가는 모양을 유심히 바라본다. 어떤 부부는 정겹고 행복해 보인다. 어떤 부부는 포로를 끌고 가는 것 같다. 주로 남자가 앞에 가고 여자가 뒤에 따라갈 때 이런 느낌을 받는다. 그런 여자를 보면 안쓰럽기도 하다. 아직도 남편의 지배를 받고 사는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며 내가 더 자유롭다고 억지도 부려본다. 남편이 있을 때는 혼자 살아보고 싶기도 했다. 부모의 간섭도 없고 남편 눈치도 안 보고 내 멋대로 살아보고.. 2023. 3. 27.
2023. 3. 2. 빼앗긴 집에도 봄은 오는가? 빼앗긴 집에도 봄은 오는가? 이현숙 베란다에 있는 화분에 물을 준다. 아무 생각 없이 물을 뿌리다 보니 난에 꽃대가 길게 올라왔다. 대충 봐도 30cm는 넘겠다. 이렇게 자라도록 보지 못한 게 놀랍다. 이걸 눈이라도 달고 다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남편이 있을 때는 항상 남편이 물을 주었다. 남편은 화분을 일일이 욕실로 옮겨 샤워기로 물을 충분히 준 다음 몇 시간을 기다려 물이 빠지면 다시 거실로 옮긴다. 나는 이게 귀찮아서 모조리 베란다로 내쫓은 후 물뿌리개로 대충 휘휘 물을 뿌린다. 설마 얼어 죽지는 않겠지 하고 겨울에도 그냥 방치했다. 식물들도 이런 나의 무성의함에 그대로 반응한다. 한 마리 두 마리 죽어 나갔다. 별로 언 것 같지는 않은데 왜 죽는지 모르겠다. 성의 없게 준 물은 안 먹겠다고 반항.. 2023. 3. 11.
2023. 2. 13. 맘 놓고 뀌는 방귀 맘 놓고 뀌는 방귀 이현숙 새벽에 갑자기 배가 아프다. 화장실에 가니 물 설사가 좍 좍 쏟아진다.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와 누워있으니 또 배가 쌀 쌀 아프다. 또 물 쏟듯 쏟아냈다. 연거푸 네 번을 쏟아냈더니 힘이 쫙 빠진다. 속도 메슥거린다. 아침이 오기를 기다려 쏜살같이 병원으로 달려갔다. 가다가도 쏟아질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잘 참았다. 하긴 아침밥도 못 먹고 먹은 건 다 쏟아냈으니 잠시 멈췄나 보다. 장염 약을 지어와서 빈속에 쑤셔 넣었다. 점심때는 죽을 조금 먹고 또 약을 먹었다. 방귀가 나오려고 해서 살짝 뀌려고 했는데 설사가 난다. 팬티를 벗어서 빨고 새로 입었다. 힘이 없어 소파에 누웠다. 또 설사가 나려 해서 일어나려다가 또 물커덩 나왔다. 화장실에 가서 또 물 쏟듯 쏟고 팬티를 빨았다... 2023. 2. 19.
2023. 2. 11. 죽어서도 남편 노릇? 죽어서도 남편 노릇? 이현숙 설 명절이다. 남편이 없으니 선물 들어올 곳도 없다. 어느 날 외출했다 돌아오니 현관 앞에 배가 한 상자 놓여있다. 보낸 사람을 보니 예원학교 선생님이다. 이 분은 지난 추석에도 사과를 보냈다. 남편이 살아있을 때도 종종 보내던 사람이다. 이 선생님은 고향이 마산인데 결혼을 한다고 하여 남편과 차를 몰고 마산까지 축하해주러 갔었다. 그런데 이 선생님의 아버지가 불치병에 걸렸다.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부담 주기 싫다고 아파트에서 떨어져 자살했다. 그 후로 내 남편을 아버지처럼 더 따랐던 것 같다. 남편 장례식에 와서도 유난히 서럽게 울었다. 그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남편이 퇴직하게 되었을 때도 학교 운동장 벤치에 앉아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던 생각이 난다. 눈이 유난히 .. 2023. 2.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