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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463

2021. 11. 5. 못 생겨서 다행 못 생겨서 다행 이현숙 허영만이 그린 만화에 이런 것이 있다. “사랑하니까 서로 구한다.” “아름다움이 같으면 시기한다.“ ”지혜가 같으면 지혜가 더욱 커진다.” 구구절절이 옳은 말이다. 그중에서도 두 번째 말에 적극적으로 공감한다. 백설 공주라는 동화에서도 여왕은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예쁜 사람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살다가 어느 날 거울에게 물어본다.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냐고. 거울은 백설 공주라고 말했고 시기심에 사로잡힌 여왕은 백설 공주를 찾아 독이 든 사과를 먹인다. 이런 일은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겠지만 예쁜 사람을 시기하는 일은 종종 있다. 오죽하면 미인 단명이란 속담까지 생겼을까? 죽이고 싶은 마음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 우리 집은 딸이 여섯이다. 그 중에서 내가 제일 못생겼다. 중.. 2021. 11. 7.
2021. 11. 1. 나의 스승은 누구인가? 나의 스승은 누구인가? 이현숙 홍승완이 지은 ‘스승이 필요한 시간’을 읽었다. 책표지부터 별로 맘에 들지 않는다. 너무 어두운 녹색인데다 글씨가 확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표지 밑에는 ‘삶을 바꾸는 두 가지 만남, 사사와 사숙’이라고 쓰여있다. 사사라는 소리는 들어봤어도 사숙이란 말은 처음 듣는다. 사전을 찾아보니 스승과 직접 만나서 가르침을 받는 것은 사사이고 책이나 다른 작품을 통해 가르침을 받는 것은 사숙이란다. 그야말로 무식이 통통 튄다. 표지를 넘겨 앞날개를 보니 홍승완의 소개가 나온다. 약력이라고 하면 사진도 있고 어디서 태어나서 어느 학교를 나와 무슨 일을 하는지 말해야 할 것 같은데 그런 건 전혀 없고 20대에 스승을 만나 지금은 컨텐츠랩 심재를 운영한다는 소리뿐이다. 아무래도 내가 학연과.. 2021. 11. 1.
2021. 10. 31. 내 인생 최고의 순간 내 인생 최고의 순간 이현숙 겁도 없이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아프리카라면 초등학교 때부터 교과서에서 검은 대륙이라고 배워서 하늘도 검고 땅도 검고 온통 검다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인간만 까맸을 뿐 하늘은 푸르디푸르고 땅은 온통 총천연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케냐의 나이로비 공항에 내려서 짐을 찾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내 짐 한 개가 나오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가지고 나갔나 하고 나와보니 역시 내 카고백이 보이지 않는다. 박부장님은 짐을 일일이 확인하며 번호를 적고 대장님은 짐도 다 찾기 전에 왜 나왔냐고 누가 훔쳐 갔으면 어쩌냐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는데 나는 속으로 ‘왜 하필이면 나야?’ 하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하지만 이미 저질러진 일이니, 별수 있나 싶어 체념하고 있는데 부.. 2021. 10. 31.
2021. 10. 29. 첫사랑과 끝 사랑 첫사랑과 끝 사랑 이현숙 “야 너 애인 있냐?”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나에게 묻는다. 무슨 소린가 하고 멍하니 쳐다보니 점을 보러 갔는데 점쟁이가 “언니는 애인이 없는데 동생은 애인이 둘이네.” 했다는 것이다. 언니는 예쁘게 생겨서 어딜 가나 예쁘다는 소리를 듣는다. 밖에 나갔다 올 때마다 누가 좇아왔다는 둥, 만나자고 했다는 둥 인기가 좋았다. 내가 보기에도 엉망으로 생긴 나는 아무리 돌아다녀도 누구 하나 건드리는 사람이 없었다. 어떤 점쟁이가 아마 헛소리를 했나보다고 흘려넘겼다. 나의 첫사랑은 어디서부터일까? 태어나서 처음 본 사람이 엄마니까 아마도 친정엄마가 아닐까? 하지만 엄마를 사랑한 기억은 별로 없다.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다른 친구들은 총각 선생님을 좋아하는 친구도 많고 선생님과 결혼한 .. 2021. 10. 29.
2021. 10. 27. 멈출 수 없는 유혹 멈출 수 없는 유혹 이현숙 내가 수십 년 동안 멈추지 못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등산과 글쓰기인 것 같다. 어려서 큰댁에 가 소막고개에 올라보면 산 넘어 산이 이어졌다. 물끄러미 바라보며 저 산 너머에는 어떤 세상이 있을까 생각했다. 대학교에 들어가 우연히 게시판을 보니 산악회 공고가 붙었다. 이번 토요일날 천마산에 가니 희망자는 청량리역으로 오라는 것이다. 누가 오라는 사람도 없고 같이 가자는 사람도 없는데 혼자서 털레털레 역으로 나갔다. 선배들을 따라 기차를 타고 마석역으로 갔다. 난생처음 산행하려니 힘에 부쳐 벌벌 기면서 정상까지 따라갔다. 하산길은 평내역까지 와서 또 기차를 타야 하는데 막차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뛰다시피 내려왔다. 팔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이때는 통행금지 시간이 있어서.. 2021. 10. 27.
2021. 10. 16. 내가 영매라고? 내가 영매라고? 이현숙 경기여고 개교 113주년 동창의 날 행사가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렸다. 동창회에 참석한 적도 없고 학교가 개포동으로 이사한 후 강당에도 간 적이 없는데 올해는 영매상을 준다고 하여 어리버리 찾아갔다. 영매상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박사학위를 받은 경우, 교직에서 30년 근속한 경우, 세 자매가 경기여고를 졸업한 경우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 문화향상 부문이 있다. 올봄에 수필집을 하나 냈다. 책 제목은 ‘아 네모네의 횡설수설’이다. 아 네모네는 면목중학교 근무할 때 제자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내 얼굴이 네모라서 아네모네가 아닌 ‘아 ~ 네모네!’다. 명예퇴직한 후 문화센터 수필 교실에 다니면서 횡설수설 끼적여 둔 글들을 모아 퍼플에서 제공하는 무료 출판에 보냈더니 그럴듯한.. 2021. 10.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