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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463

2021. 5. 17. 우리는 사형수 우리는 사형수 이현숙 한 달 가까이 위장병으로 고생중이다. 음식을 먹으면 위장이 돌처럼 딱딱해 지는 느낌이다. 계속 트림이 나오면서 소화가 되지 않는다. 의사는 자리에 누우라고 한 후 여기 저기 꾹꾹 눌러보며 특별히 더 아픈 곳이 있느냐고 한다. 없다고 하니 약을 지어준다. 가타부타 무슨 병인지 말도 없다. 3일치 약을 먹어도 나아지지 않아 또 갔다. 별로 차도가 없다고 하자 약을 좀 바꿔보자고 하며 또 3일치 약을 준다. 역시 이번에도 별 효험이 없다. 이러기를 3주째 계속하자 체중이 3kg이나 줄었다. 매운 음식이나 기름진 음식을 먹지 말라고 해서 주의를 한다. 아니 먹으라고 해도 먹을 수가 없다. 눈이 퀭하니 들어갔다. 다시 병원에 가니 나이 들어 체중이 줄어드는 것은 좋지 않고 연세도 있으니 내시.. 2021. 5. 21.
2021. 5. 16. 수필은 나에게 수필은 나에게 이현숙 1.숨이다. 몸 안에 무언가 가득 차서 가슴이 답답할 때 뭔가 끼적거리다 보면 숨통이 트인다. 2. 배설행위다. 뱃속에 똥오줌이 가득차면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돌아치다가 배설하고 나면 속이 시원하듯이 마음속에 오만 잡동사니 생각이 가득 찰 때 헛소리라도 쏟아 놓으면 속이 후련하다. 3. 영역 표시다. 맹수들이 자신의 영역을 표시할 때 주위에 자신의 똥오줌을 바르듯이 되는 소리 안 되는 소리 마구 써서 여기 저기 흘리다 보면 내가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 4. 정신과 치료다. 마음에 뭔지 모를 우울감이 가득 찼을 때 다른 사람들의 글을 보면 아하~ 남들도 이런 어려움을 이기고 살아가는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의 위로를 받는다. 5. 화석 쌓기다. 되지도 않는 글을 써서 여기 저기.. 2021. 5. 20.
2021. 5. 2. 열 천원이라고? 열 천원이라고? 이현숙 손자 이안이는 미국에서 태어나 아홉 살 까지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곳에서 초등학교 2학년까지 마치고 왔으니 한국 생활에 적응이 잘 안되나 보다. 그래도 집에서는 엄마 아빠와 한국말을 했으니 웬만한 건 다 알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다. TV를 보다가 독감이 뭐냐고 묻기도 하고 후손이 뭐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한국 학교에 다니더니 아이들이 욕하는 걸 들었는지 개새끼가 뭐냐고 묻기도 한다. 한국아이들에 비해 어휘력이 상당히 부족한 것 같다. 만 원짜리를 보고는 열 천원이라고 하니 아무래도 모든 사고방식이 미국식으로 입력되어 있나보다. 글씨나 맞춤법도 엉망이다. 며느리가 통역을 해줘야할 판이다. 며느리는 손자가 줌으로 학교 수업을 하는 걸 보고 걱정이 태산이다. 선생님 말씀도 잘 .. 2021. 5. 20.
2021. 5. 5. 개구리의 첫사랑 개구리의 첫사랑 이현숙 “어머 개구리 다리가 여섯 개야. 기형아인가봐.” “아닌데? 두 마리가 포개진 거야.” 롯데 화요등산반에서 강원도 고성에 있는 화암사에 갔다. 수바위를 거쳐 성인대 정상까지 올라가니 넓은 바위에 여기 저기 물웅덩이가 있다. 여러 마리의 청개구리들이 물가에 붙어있기도 하고 수영도 한다. 그런데 그 중 한 마리가 다리가 여섯 개다. 모두 놀라서 들여다보는데 한 사람이 스틱으로 툭 친다. 그러면서 자세히 들여다보더니 두 마리가 겹쳐져 있다는 것이다. 대장님이 또 개구리 등을 건드리니 도망을 간다. 도망가면서도 둘이 꼭 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순간 개구리가 짝짓기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대장님 지금 사랑을 나누고 있는데 그렇게 치면 안 되죠.” 했더니 “그런가? 개구리는 이렇게 사랑을 하.. 2021. 5. 5.
2021. 5. 1. 환장하네 환장하네 이현숙 오늘도 남편은 일어나자마자 베란다 창문을 열고 아래층 베란다 밖에 있는 철 난간을 내려다본다. 3월부터 두 달 가까이 이어지는 일이다. 3월 어느 날 아래층 아저씨가 우리 집으로 올라왔다. 베란다 밖에 있는 철 난간에 물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우리 베란다로 가서 보더니 물을 많이 쓰느냐고 한다. 우리는 몇 년 째 베란다에서 물을 쓴 적이 없다고 하니 겨울에 수도관이 얼어 관에 금이 가서 새는 게 아니냐고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것 같지는 않다고 하니 같이 내려가 보자고 하여 남편이 내려갔다. 보고 온 남편에게 물으니 물방울이 가끔씩 떨어지는데 이유를 알 수가 없다고 한다. 남편은 며느리에게 누수 잘 고치는 사람좀 알아보라고 한다. 사돈이 잘 아는 사람이 있다고 하여 그 사람을 불렀다.. 2021. 5. 2.
2021. 4. 30. 잉꼬가 다 죽었나? 잉꼬가 다 죽었나? 이현숙 거의 매일 용마산 자락길을 걷는다. 매일 걷는 사람들이 많아 얼굴을 아는 사람을 자주 만난다. 막걸리 할머니가 있다. 80이 넘은 할머니인데 까만 비닐봉지에 먹을 것을 싸가지고 나온다. 거의 하루 종일 걷고 운동기구로 운동하다가 오후가 돼야 집에 간다. 우리를 보면 반색을 하며 가지고 있는 사탕이나 초콜릿을 준다. 언젠가 운동기구 옆 의자에 앉아서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가만히 보니 옆에 막걸리 병이 놓여있다. 한 잔 마시고 약간 취기가 돌았는지 아주 신이 났다. 이 할머니는 매일 집에서도 막걸리를 마신다고 한다. 그 후로 우린 이 할머니를 막걸리 할머니로 명명하였다. 대동강 할아버지가 있다. 이 할아버지는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곡목은 항상 ‘한 많은 대동강,이다. “.. 2021. 5.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