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21. 5. 2. 열 천원이라고?

아~ 네모네! 2021. 5. 20. 16:46

열 천원이라고?

이현숙

 

  손자 이안이는 미국에서 태어나 아홉 살 까지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곳에서 초등학교 2학년까지 마치고 왔으니 한국 생활에 적응이 잘 안되나 보다. 그래도 집에서는 엄마 아빠와 한국말을 했으니 웬만한 건 다 알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다. TV를 보다가 독감이 뭐냐고 묻기도 하고 후손이 뭐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한국 학교에 다니더니 아이들이 욕하는 걸 들었는지 개새끼가 뭐냐고 묻기도 한다. 한국아이들에 비해 어휘력이 상당히 부족한 것 같다. 만 원짜리를 보고는 열 천원이라고 하니 아무래도 모든 사고방식이 미국식으로 입력되어 있나보다. 글씨나 맞춤법도 엉망이다. 며느리가 통역을 해줘야할 판이다.

  며느리는 손자가 줌으로 학교 수업을 하는 걸 보고 걱정이 태산이다. 선생님 말씀도 잘 못 알아듣고 한국 아이들처럼 빨리 빨리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긴 미국 교육만 받았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저 하루 빨리 한국 교육에 적응하여 잘 따라가기만 바랄 뿐이다.

  외손자와 외손녀도 캄보디아에서 3년간 생활하고 와서 한참 힘들었다고 한다. 그래도 이 아이들은 잠실에 있는 신천 초등학교로 가서 덜 고생했다. 신천 초등학교에는 외국에서 살다 온 아이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특수 학급이 있다. 이 학급에서 공부하며 한글도 깨우치고 한국 학교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면 다음 학기에 일반 학급으로 보내준다. 참 좋은 제도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면목동에 사는 아들이 잠실로 이사 가려면 엄청난 돈이 있어야하는데 땡전 한 푼 없는 아들네가 이리로 이사 간다는 건 꿈도 못 꿀 일이다. 그렇다고 어린 아이가 거기까지 통학 한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아직 저학년이니까 그럭저럭 따라갈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다.

  언제나 손자가 한국 생활에 적응하여 불편함 없이 학교에 다닐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 날이 하루 빨리 오기만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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