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21. 5. 5. 개구리의 첫사랑

아~ 네모네! 2021. 5. 5. 16:52

개구리의 첫사랑

이현숙

 

어머 개구리 다리가 여섯 개야. 기형아인가봐.”

아닌데? 두 마리가 포개진 거야.”

  롯데 화요등산반에서 강원도 고성에 있는 화암사에 갔다. 수바위를 거쳐 성인대 정상까지 올라가니 넓은 바위에 여기 저기 물웅덩이가 있다. 여러 마리의 청개구리들이 물가에 붙어있기도 하고 수영도 한다. 그런데 그 중 한 마리가 다리가 여섯 개다. 모두 놀라서 들여다보는데 한 사람이 스틱으로 툭 친다. 그러면서 자세히 들여다보더니 두 마리가 겹쳐져 있다는 것이다. 대장님이 또 개구리 등을 건드리니 도망을 간다. 도망가면서도 둘이 꼭 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순간 개구리가 짝짓기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대장님 지금 사랑을 나누고 있는데 그렇게 치면 안 되죠.” 했더니

그런가? 개구리는 이렇게 사랑을 하는구나. 그런데 체위가 사람하고는 좀 다르네.”한다.

  겨울잠을 자고 나온 개구리는 암 수가 포개져서 암놈이 알을 낳으면 즉시 수놈이 정액을 뿌려 수정을 시킨다. 모처럼 두 마리가 마음이 맞아 은밀하고 조용하게 사랑을 나누는데 웬 인간들이 떼로 모여들어 구경을 하고 등을 쳐대니 정말 기분 잡쳤을 것이다. 첫날밤 아니 첫날 낮을 치루는데 이렇게 방해꾼들이 나타났으니 엄청 당황했을 것이다.

  개구리들의 첫날 낮 행사를 보고 있자니 나의 첫날밤이 떠오른다. 서울서 결혼식을 마치고 대전으로 내려갔다. 대전에서 자고 시어머니가 사는 동네에서 동네잔치를 하려고 했는데 그날따라 대전에서 무슨 회의가 열리는 바람에 도무지 숙소를 잡을 수 없었다. 남편은 친구에게 부탁했는데 친구가 못 구했다는 것이다. 할 수 없이 근처 유성으로 가니 거기도 만원이다. 어쩔 수 없이 허름한 여관으로 들어갔다. 지저분한 이부자리를 보자 첫날밤이고 뭐고 피곤해서 그냥 자고 싶었다. 남편에게 그냥 잠이나 자자고 하니 첫날밤은 첫날에 치러야 한다고 우긴다. 생전 안 해보던 짓을 하려니 왜 그리도 힘들고 아픈지 나도 모르게 엉엉 울어버렸다. 당황한 남편은 놀라서 이불을 푹 뒤집어 씌었다. 겨우 겨우 행사를 치루고 나니 온 몸과 마음에 힘이 쪽 빠진다. 밑이 뚫린 것처럼 아랫도리가 허전하다.

  첫사랑이란 어디서부터를 말하는 것일까? 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 좋아서 그 선생님만 보면 가슴이 두근거렸다는 사람도 있고 목사님이 좋아서 설교를 들으려면 가슴이 뛰었다는 친구도 있다. 여기서부터 첫사랑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육체적인 관계를 맺을 때 첫사랑을 했다고 해야 하나? 아무리 지고지순의 사랑이라고 해도 정신적인 것만으로는 완전한 사랑이라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2% 부족한 느낌이다. 정신적인 사랑이 없이 육체적인 사랑만 한다면 이것도 역시 완전한 사랑이 아니다. 몸을 파는 여인들은 마음에도 없는 사람과 성관계를 가지니 참 사랑이라 할 수 없다.

  우리 인간은 정신과 육체를 함께 가진 존재이니 정신적 육체적 사랑을 모두 달성해야 참 행복을 느끼는 것 같다. 첫 사랑에서 이 두 가지 모두를 가졌다면 참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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