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21. 5. 16. 수필은 나에게

아~ 네모네! 2021. 5. 20. 16:54

수필은 나에게

이현숙

 

1.숨이다.

  몸 안에 무언가 가득 차서 가슴이 답답할 때 뭔가 끼적거리다 보면 숨통이 트인다.

 

2. 배설행위다.

  뱃속에 똥오줌이 가득차면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돌아치다가 배설하고 나면 속이 시원하듯이 마음속에 오만 잡동사니 생각이 가득 찰 때 헛소리라도 쏟아 놓으면 속이 후련하다.

 

3. 영역 표시다.

  맹수들이 자신의 영역을 표시할 때 주위에 자신의 똥오줌을 바르듯이 되는 소리 안 되는 소리 마구 써서 여기 저기 흘리다 보면 내가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

 

4. 정신과 치료다.

  마음에 뭔지 모를 우울감이 가득 찼을 때 다른 사람들의 글을 보면 아하~ 남들도 이런 어려움을 이기고 살아가는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의 위로를 받는다.

 

5. 화석 쌓기다.

  되지도 않는 글을 써서 여기 저기 올리다 보면 세월이란 지층에 나의 생각이 들어가 마치 하나의 화석을 쌓아 넣는 느낌이 든다.

 

6. 영원한 친구다.

  산은 나의 애인이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체력이 떨어지는 요즈음 얼마나 이 애인과 밀애를 즐길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선다. 하지만 수필은 나의 영원한 친구라서 내가 죽을 때까지 나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7. 낚시질이다.

  생각의 강에서 쉴 새 없이 흘러가는 것들을 낚아채서 물 밖으로 건져 올리는 행위다.

 

8. 넘삼벽이다.

  죽음은 우리가 한 번 넘으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다. 하지만 수필은 상상력을 동원하여 언제라도 넘나들 수 있는 넘삼벽(넘을 수 있는 삼차원의 벽)이다.

 

9. 심심풀이 땅콩이다.

  별로 할 일도 없을 때 컴퓨터에 앉아 마음에 안 드는 인간을 잘근잘근 씹다보면 깨소금 맛이다.

 

10. 수필은 곧 나의 존재요. 나의 모든 것이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1. 5. 20. 인간에게 준 뿔  (0) 2021.05.21
2021. 5. 17. 우리는 사형수  (0) 2021.05.21
2021. 5. 2. 열 천원이라고?  (0) 2021.05.20
2021. 5. 5. 개구리의 첫사랑  (0) 2021.05.05
2021. 5. 1. 환장하네  (0) 2021.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