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21. 5. 20. 인간에게 준 뿔

아~ 네모네! 2021. 5. 21. 14:40

인간에게 준 뿔

이현숙

 

하늘은 두 개를 다 주지 않는다. 이빨을 준 자에게는 뿔을 주지 않았다. 날개를 준 자에게는 발은 두 개만 주었다.’ 한서에 나오는 말이다.

  생각할수록 기막힌 표현이다. 사자나 호랑이는 무시무시한 이빨이 있는 대신 뿔이 없다. 들소나 코뿔소를 보면 날카로운 송곳니는 없어도 위협적인 뿔이 있다. 하늘을 나는 새는 발이 두 개다. 날개가 두 손을 대신하나보다. 조물주는 참 공평한 분이다.

  그런데 인간은 뿔도 없고 날개도 없다. 이거 너무 불공평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렇게 억울해 할 일이 아니다. 인간에게는 가장 뛰어난 무기를 주었다. 두뇌다. 이 두뇌를 이용하여 뿔도 만들고 날개도 달았다.

  패러글라이딩을 하며 하늘을 나는가 하면 비행기를 발명하여 지구를 몇 바퀴씩 돌며 곳곳을 쑤시고 다닌다. 막강한 뿔은 없지만 뿔보다 더 힘세고 똑똑한 로봇을 만들어 명실공히 만물의 영장이라 할만하다.

  가장 기막힌 뿔은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하여 못하는 게 없다. 운전도 시키고 위험한 일도 시키고 심지어 예술 활동까지 시킨다.

  얼마 전 트레킹 반에서 강원도 고성에 있는 화암사 성인대에 올랐다. 정상의 넓은 바위에 웅덩이가 파여 물이 고여 있다. 청개구리가 물가에 여기 저기 붙어있다. 어떤 놈들은 신나게 헤엄치며 다닌다. 한 회원이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어머! 얘는 다리가 여섯 개야.” 한다.

  모두들 놀라서 자세히 보니 정말 다리가 여섯 개다. 아마 환경오염 때문에 기형이 됐나보다고 입방아를 찧는데 다른 사람이 다리가 여섯 개가 아니고 두 마리가 포개진 거라고 한다. 자세히 보니 정말 두 마리가 포개져있다.

  대장님이 스틱으로 등을 툭툭 치니 날쌔게 도망간다. 도망가면서도 둘이 꼭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 순간 개구리는 이렇게 포개져서 짝짓기를 한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수컷이 암컷 등에 타고 있다가 암컷이 알을 낳는 순간 자기도 정액을 뿌려 수정을 시킨다는 것이다. 개구리는 표면이 미끌미끌하여 떨어지기 쉬우니까 떨어지지 않게 수컷의 앞발은 빨판처럼 거칠게 되어있다는 생물 선생님의 말이 생각난다. 하도 신기하여 포개진 개구리 사진을 찍었다.

  집에 와서 산행 사진 찍은 것으로 동영상을 만들어 유투브에 올렸다. 다 올렸더니 유투브에서 연령 제한이 있다는 메일이 온다. 이게 무슨 소린지 몰라 그냥 무시하고 카톡방에 올렸더니 사람들이 유투브 영상이 열리지 않고 로그인을 하라고 한단다.

  내가 성인용으로 잘못 올렸나하고 몇 번을 다시 해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도무지 이유를 모르겠다. 며칠을 고민하다가 문득 개구리의 짝짓기 때문인가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설마 개구리 한 마리, 아니 두 마리 때문은 아니겠지 싶어 주말에 집에 온 아들에게 물어보니 그게 맞을 것 같단다. 내가 그걸 누가 일일이 검사를 하겠느냐고 하니 요새는 주로 AI가 한다는 것이다.

  이런 괘씸한 놈이 있나? 인간이 하는 일에 이래라 저래라 이건 된다 저건 안 된다 하는 게 생각할수록 울화가 치민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개구리 사진을 빼고 다시 만들어 올리니 평소처럼 잘 된다.

  인간이 만든 뿔에 인간이 찔리는 기분이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더 빈번히 발생할 것이다. 아마도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을 지배할 날이 곧 닥칠지도 모르겠다. 제 꾀에 제가 넘어간다는 속담이 있듯이 인간이 만든 인조인간이 우리를 노예로 부려먹을 지도 모른다. 제발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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