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받네
이현숙
가게마다 재난지원금 받는다는 글을 써 붙였다. 코로나19로 정부에서 재난지원금을 1인당 25만 원씩 주었다. 전 국민을 다 주는 건 아니고 건강보험료 내는 기준으로 하위 88%까지 준단다. 우리는 면목동에 껄렁한 집 2채 있다고 건보료를 매달 37만 원씩 낸다. 그런데 28만 원까지만 준다는 것이다. 집은 점점 낡아서 값이 내려가는데 공시지가가 계속 오르니 건보료도 자동으로 오른다.
사가정시장 가게들이 재난지원금도 받는다고 모조리 써 붙였다. 이걸 볼 때마다 공연히 열받는다. 우리는 지역 보험이라 매달 건보료를 무지막지하게 내는 것도 억울한데 지원금도 못 받는다니 어쩐지 배신감 느낀다. 우리가 명실공히 소득이 상위 12%에 든다면 말도 안 한다. 직장 보험 드는 사람들은 우리보다 훨씬 부자인데도 지원금을 받는다.
남편 친구는 우리보다 부동산이 훨씬 많은데도 아파트 경비 일을 해서 직장 보험에 들었다. 그래서 한 달에 7만 원 정도밖에 안 낸단다. 당연히 재난지원금도 받는다.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다. 직장과 지역이 통일해서 부동산과 소득을 합쳐서 보험료를 부과해야 할 것 같은데 말이다. 이렇게 한다면 아마 우리 집은 하위 50% 안에 들어갈 것이다. 너도 억울하면 아파트 경비하면 될 거 아니냐고 하면 할 말은 없다만 공연히 부아가 나고 억울하다.
경기도는 이재명 도지사가 상위 12%에 해당하는 사람들도 도의 재원으로 똑같이 25만 원씩 준다는 것이다. 3번 동생은 딸이 삼성전자 다니는데 건보료가 40만 원이 넘어서 못 받는다. 하지만 의정부 사니까 받을 수 있다. 남동생은 직장 다니니까 받을 줄 알았더니 빌딩에서 임대료가 나와서 못 받는단다. 하지만 이 동생도 수원에 사니까 받을 수 있다.
이거 경기도로 이사를 하든가 해야 할 모양이다. 작년에도 서울시에서 주는 것을 못 받았는데 경기도는 받았다. 의정부 사는 동생은 작년에 정부에서 주는 것과 경기도에서 주는 것, 의정부시에서 주는 것까지 세 번 받았다.
내가 “아이고 열받아! 이재명 찍어야겠네”하고 동생들 카톡방에 올렸더니 5번 동생이 마구 퍼주는 사람 찍으면 안 된단다. 그렇게 퍼주다가는 국가가 파산한다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럴 것도 같다. 공연히 열 받아봤자 떡이 나오나 밥이 나오나 그저 좋은 일 했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접어야겠다.
공연히 열 받으면 제 명에 못 죽을 수도 있다. 평생 김밥 장사로 번 돈 몇억을 대학에 기부하는 할머니도 있는데 겨우 25만 원 못 받았다고 열 받는 내 모양이 우습다. 돈은 잡으려고 쫓아가면 도망간다고 하니 그저 내 복이 이것밖에 안 된다 생각하고 마음을 비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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