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21. 7. 5. 깨소금 맛

아~ 네모네! 2021. 7. 5. 13:56

깨소금 맛

이현숙

 

  내 통장으로 교보문고에서 돈이 들어왔다. 액수는 미미하지만 깨소금 맛이다. 작년부터 제부의 도움으로 교보문고 퍼플에서 무료출판 책을 만들었다. 작가가 직접 편집을 해서 올리니까 출판비가 들지 않는다. 대신 작가도 책을 사야만 자기 책을 볼 수 있다.

  도무지 컴맹 수준인 주제에 겁도 없이 달려들었다가 아주 꼭지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제부가 전미애의 무료출판이란 책까지 사주면서 해보라고 하여 시작했더니 첫 단계부터 막혀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수시로 제부와 카톡을 주고받으며 한 줄씩 해나갔다. 그래도 모르는 것은 주말에 아들이 왔을 때 아들, 며느리에게 물어보며 겨우 겨우 엉성한 책을 만들었다.

  교보에 올리고 승인이 날 때까지 기다리려니 은근히 긴장된다. 며칠 후 승인이 떨어지자 무슨 대 과업이라도 달성한 듯 뿌듯하다. 일단 한 권을 주문하여 받아보니 사진이 너무 어둡고 알라스카 눈사람이란 글이 두 번이나 들어갔다. 깜짝 놀라서 수정 신청을 하고 또 승인이 나기를 기다렸다. 다시 승인 신청이 나기에 10권을 신청하고 카톡방에 자랑질을 했다. 살 사람은 교보문고 홈페이지에 들어가 아 네모네의 횡설수설이라고 치고 구입하라고 광고까지 했다.

  여기저기서 축하한다는 글과 함께 구입하겠다는 사람이 나섰다. 진짜 작가가 된 기분이다. 단번에 끝까지 다 읽었다는 사람을 보면 어깨가 으쓱으쓱 올라가고 카톡으로 이런 저런 격려의 글을 보내오니 나도 모르게 입이 귀에 걸렸다. 책을 구입한 지인들이 작가 사인을 해달라고 가져오면 나도 모르게 긴장되고 손이 떨렸다.

  한 달여가 지나자 교보에서 통장으로 인세가 들어왔다. 그야말로 명실 공히 작가가 된 것 같아 기분이 만점이다. 남들이 보면 코웃음을 칠 것이다. 조정래는 태백산맥 한 권의 인세가 한 달에 1억 원씩 들어왔다는데 나는 겨우 10여만 원 받고도 감개가 무량하다. 이 맛에 책을 쓰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처음 낸 책은 비매품으로 만들어 아는 사람들에게만 나누어 주었다. 이번에는 교보에서 내니까 팔수도 있고 해외배송도 해주니 미국 사는 친구에게도 보낼 수 있어 여러 가지로 편리하다.

  앞으로 또 책을 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부터라도 더 열심히 써서 제 3집을 만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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