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21. 7. 25. 손자 시집살이

아~ 네모네! 2021. 7. 26. 14:12

손자 시집살이

이현숙

 

  아들네가 오는 날이다. 남편과 나는 37나 되는 폭염에 땀을 뻘뻘 흘리며 청소를 한다. 나는 진공청소기를 돌리고 남편은 대걸레질을 한다. 청소를 마치면 손소독제를 키친타올에 묻혀 각 방의 손잡이와 엘리베이터 버튼까지 일일이 닦는다.

  손자 이안이는 위생관념이 너무 철저한 것 같다. 미국에서 와서 자가 격리할 때도 그곳 오피스텔에 있는 컵이 지저분하다고 쓰지를 않았다. 아들이 누나에게 부탁하여 일회용 컵을 배달해 주었다. 일회용 그릇과 수저도 주문하였다.

  우리 집에 와서도 손을 씻은 후 우리 수건을 쓰려고 하지 않는다. 새로 꺼내놓은 수건인데도 그냥 바닥에 손을 털거나 자기 옷에 닦는다. 함께 식사를 할 때도 우리 컵이나 그릇을 쓰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일회용 컵과 그릇, 수저 등을 사다 쟁여 놓았다.

  화장실도 거실에 있는 화장실에는 들어가지 않고 안방 화장실로 간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변기 밑 부분에 꺼먼 물때가 끼어서 그런 것 같다. 변기 밑에다 버리는 행주로 둘둘 말고 여기에 유한락스를 부어 한참 후에 닦아냈다. 검은색이 다 없어지고 깨끗하게 변했다.

  다음에 손자가 오더니 변기를 바꿨네요.” 한다. 그러더니 그 후로는 거실 화장실을 사용한다. 손자는 특히 검은색을 싫어한다. 검은 것은 더럽다는 인식이 박힌 듯하다.

  지금까지 시집살이는 해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할 일이 없는데 70이 넘어서 웬 시집살이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손자 앞에 서면 나도 모르게 긴장된다. 시어머니가 시집살이를 안 시켰더니 손자가 시키나 보다. 아마도 누구나 일정량의 시집살이를 하게 되어있나 보다.

  처음에는 좀 서운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좋은 의식을 가졌다는 생각이 든다. 위생 관념도 없이 아무거나 먹고 마시면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다. 어찌 보면 이것도 신이 준 선물일지도 모른다.

  손자는 코로나19 때문에 더 예민해졌을 수도 있다. 생명을 위협하는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으니 말이다. 앞으로도 위생을 철저히 지켜 건강하게 잘 자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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