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21. 8. 5. 냉수 한 모금의 행복

아~ 네모네! 2021. 8. 5. 13:38

냉수 한 모금의 행복

이현숙

 

  올여름은 유난히 덥다. 열대야가 20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그래도 매일 용마산자락길을 걷는다. 하는 일이라고는 이것뿐인데 이마저 하지 않으면 무기력증에 빠져 헤어나오기 힘들 것 같다.

  며칠 전 자락길 입구에 도착하니 조그마한 공터에 웬 냉장고가 보인다. 냉장고 문에는 중랑옹달샘이라고 쓰고 무더위에 힘들고 지친 분들을 위해 중랑구에서 준비했다고 적혀있다. 이게 웬 떡이냐 싶고 이런 생각을 해준 중랑구청 관계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절로 우러났다. 다른 사람을 위해 1인당 1병만 가져가라는 당부의 글도 쓰여있다.

  남편도 한 병, 나도 한 병 꺼내어 손에 들고 사진도 찍었다. 사실 물 한 병이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이런 배려를 해준 직원들이 고맙고 행복감이 넘친다. 뭔가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어 120다산콜재단에 문자와 사진을 보냈다. 시원한 생수를 마련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서울시 최고’ ‘중랑구 최고라고 응원의 글을 올리니 곧 답장이 온다.

  “칭찬의 말씀 감사합니다. 무더운 날씨이지만 마음만은 시원한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라고 온 글을 보니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다.

  32년간의 교직생활을 통해 얻은 결론은 훈계보다 칭찬이 낫다는 진리다. 잘못했을 때 야단을 치는 것 보다는 아주 작은 일이라도 칭찬을 해주면 100배 이상의 효과가 난다.

  이렇게 사소한 칭찬일지라고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위로가 될 것 같다. 우리는 잘못한 것만 크게 느껴져 불평과 불만을 늘어놓을 때가 많다. 그래서 상담원들도 마음에 상처를 받고 급기야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냉장고 문에는 726일부터 83일까지 운영한다고 했는데 이틀이 지난 오늘도 여전히 물을 채워놓고 있다. 처음 며칠 간은 용마산자락길 입구에 있었는데 사가정공원 만남의 장소로 이전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해놓았다.

  앞으로 며칠이나 더 계속될지는 모르지만 시원한 물병을 꺼내 냉수 한모금 들이키면 가슴속이 시원하고 마음도 시원해진다. 코로나19로 답답해진 시민들의 가슴을 뻥 뚫어주는 듯하다. 앞으로도 이런 조그마한 일부터 시민들을 위해 베풀어준다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한결 살만한 공간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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