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21. 8. 9. 매미와 면도기

아~ 네모네! 2021. 8. 9. 13:50

매미와 면도기

이현숙

 

  면도기 소리가 요란하다. 남편은 일어나자마자 화장대에 있는 면도기로 이부자리에 앉아 면도를 한다. 나는 조금 더 누워있으려고 이불깃을 당긴다. 면도 소리에 맞춰 매미 소리도 들린다. 둘이서 합창을 하는 듯하다. 요즘은 복중이라 잘 때도 창문을 열어놓고 잔다.

  면도기 소리는 매미 소리와 참 흡사하다. 매미는 5년 정도 땅속에서 애벌레로 살다가 땅 위로 올라와 한 달 정도 살고 죽는다. 한 달 동안 부지런히 짝을 찾아 교미해야 한다. 수컷은 교미 후 즉시 죽고, 암컷은 나무에 알을 낳고 죽는다. 한 달 안에 결혼하고 자식까지 낳으려면 바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매미는 그토록 밤낮으로 울어대나 보다. 수컷은 울음주머니가 있어서 울지만 암컷은 이것이 없어 울지 않는다.

  요즘 산에 다니면 매미가 허물을 벗고 남은 껍데기를 종종 볼 수 있다. 매미가 이렇게 허물만 남기고 사라지듯 인간도 언젠가는 육신을 남기고 사라질 것이다. 매미의 허물이 부서져 흙으로 돌아가듯 우리 육신도 자연으로 돌아간다.

  언뜻 보면 매미와 면도기는 서로 닮았다. 면도기의 날이 있는 부분은 매미의 눈알 같고 손잡이 부분은 몸통처럼 생겼다. 매미도 면도기도 할 일을 마치면 자연으로 돌아간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만이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

  매미 소리가 잠시 후면 멈추는 것처럼 남편의 면도 소리도 잠시 후면 그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이날을 그리워할지도 모르겠다. 지금 우리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사라질 때 우리는 영혼만이 살아남아 이 세상을 바라볼 것이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사라지기 전에 열심히 보고 마음껏 사랑해야겠다. 누군가의 말대로 인생 뭐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