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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5. 28. 싱글벙글 아들곰

싱글벙글 아들곰 이현숙 나는 별로 사물에 대한 집착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만은 아닌 것 같다. 아들이 신혼 때 내 생일 선물로 사준 곰 인형이 있다. 근 20년 가까이 되어 먼지도 뒤집어쓰고 색깔이 바래서 볼품없는데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안방 화장대 옆 의자에 앉아 항상 우리 부부를 바라보고 있다. 나도 아이들에게 인형을 사준 적이 없고 아들도 인형 같은 것은 산 적이 없는데 아마도 며느리의 아이디어가 아닐까 생각한다. 어찌 됐건 받는 순간 뜻밖의 선물에 나도 모르게 입이 귀에 걸렸다. 내 평생 처음 받는 인형이라 감개가 무량이다. 이 인형은 우리 아들처럼 몸도 뚱뚱하고 얼굴도 둥글넓적하여 꼭 아들을 보는 기분이다. 하루 종일 나갔다 돌아오면 빈 집에 이 녀석 혼자만 둔 것이 안쓰럽기도 하고 미안하..

나의 이야기 2021.05.29

2021. 5. 20. 인간에게 준 뿔

인간에게 준 뿔 이현숙 ‘하늘은 두 개를 다 주지 않는다. 이빨을 준 자에게는 뿔을 주지 않았다. 날개를 준 자에게는 발은 두 개만 주었다.’ 한서에 나오는 말이다. 생각할수록 기막힌 표현이다. 사자나 호랑이는 무시무시한 이빨이 있는 대신 뿔이 없다. 들소나 코뿔소를 보면 날카로운 송곳니는 없어도 위협적인 뿔이 있다. 하늘을 나는 새는 발이 두 개다. 날개가 두 손을 대신하나보다. 조물주는 참 공평한 분이다. 그런데 인간은 뿔도 없고 날개도 없다. 이거 너무 불공평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렇게 억울해 할 일이 아니다. 인간에게는 가장 뛰어난 무기를 주었다. 두뇌다. 이 두뇌를 이용하여 뿔도 만들고 날개도 달았다. 패러글라이딩을 하며 하늘을 나는가 하면 비행기를 발명하여..

나의 이야기 2021.05.21

2021. 5. 17. 우리는 사형수

우리는 사형수 이현숙 한 달 가까이 위장병으로 고생중이다. 음식을 먹으면 위장이 돌처럼 딱딱해 지는 느낌이다. 계속 트림이 나오면서 소화가 되지 않는다. 의사는 자리에 누우라고 한 후 여기 저기 꾹꾹 눌러보며 특별히 더 아픈 곳이 있느냐고 한다. 없다고 하니 약을 지어준다. 가타부타 무슨 병인지 말도 없다. 3일치 약을 먹어도 나아지지 않아 또 갔다. 별로 차도가 없다고 하자 약을 좀 바꿔보자고 하며 또 3일치 약을 준다. 역시 이번에도 별 효험이 없다. 이러기를 3주째 계속하자 체중이 3kg이나 줄었다. 매운 음식이나 기름진 음식을 먹지 말라고 해서 주의를 한다. 아니 먹으라고 해도 먹을 수가 없다. 눈이 퀭하니 들어갔다. 다시 병원에 가니 나이 들어 체중이 줄어드는 것은 좋지 않고 연세도 있으니 내시..

나의 이야기 2021.05.21

2021. 5. 16. 수필은 나에게

수필은 나에게 이현숙 1.숨이다. 몸 안에 무언가 가득 차서 가슴이 답답할 때 뭔가 끼적거리다 보면 숨통이 트인다. 2. 배설행위다. 뱃속에 똥오줌이 가득차면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돌아치다가 배설하고 나면 속이 시원하듯이 마음속에 오만 잡동사니 생각이 가득 찰 때 헛소리라도 쏟아 놓으면 속이 후련하다. 3. 영역 표시다. 맹수들이 자신의 영역을 표시할 때 주위에 자신의 똥오줌을 바르듯이 되는 소리 안 되는 소리 마구 써서 여기 저기 흘리다 보면 내가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 4. 정신과 치료다. 마음에 뭔지 모를 우울감이 가득 찼을 때 다른 사람들의 글을 보면 아하~ 남들도 이런 어려움을 이기고 살아가는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의 위로를 받는다. 5. 화석 쌓기다. 되지도 않는 글을 써서 여기 저기..

나의 이야기 2021.05.20

2021. 5. 2. 열 천원이라고?

열 천원이라고? 이현숙 손자 이안이는 미국에서 태어나 아홉 살 까지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곳에서 초등학교 2학년까지 마치고 왔으니 한국 생활에 적응이 잘 안되나 보다. 그래도 집에서는 엄마 아빠와 한국말을 했으니 웬만한 건 다 알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다. TV를 보다가 독감이 뭐냐고 묻기도 하고 후손이 뭐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한국 학교에 다니더니 아이들이 욕하는 걸 들었는지 개새끼가 뭐냐고 묻기도 한다. 한국아이들에 비해 어휘력이 상당히 부족한 것 같다. 만 원짜리를 보고는 열 천원이라고 하니 아무래도 모든 사고방식이 미국식으로 입력되어 있나보다. 글씨나 맞춤법도 엉망이다. 며느리가 통역을 해줘야할 판이다. 며느리는 손자가 줌으로 학교 수업을 하는 걸 보고 걱정이 태산이다. 선생님 말씀도 잘 ..

나의 이야기 2021.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