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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2. 19. 택씨

택씨 이현숙 한 문우가 카톡방에 기대수명 측정법이란 사이트를 올렸다. 이런 게 올라오면 유혹을 견디기 힘들다. 대충 이것저것 체크했더니 기대수명이 117세라고 하며 45년 남았다고 한다.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온다. 동생들 카톡방에도 올리고 고교친구 카톡방에도 올렸다. 다들 측정해보고 너도 나도 기대수명을 올린다. 5번 동생은 93세가 나왔다고 “30년 동안 뭘하지?” 한다. 3번 동생은 98세가 나왔는데 너무 좋게 대답했나보다고 다시 해보고는 94세란다. 4번 동생은 100세가 넘게 나왔다고 그 긴긴 시간을 어찌 보낼까 걱정한다. 나도 100세가 넘게 나왔다고 실토를 했다. 117세라는 말은 차마 못하겠고 다시 심사숙고하면서 측정하니 99세가 나온다. 이것도 너무 많다. 내가 그 밑에 이런 소리 아이..

나의 이야기 2021.02.22

2021. 2. 17. 바보들의 행복

바보들의 행복 이현숙 남편과 용마산 자락길을 걷는다. 어제 눈이 내린 후 오늘은 영하 10도가 넘으니 눈이 별로 녹지 않았다. 데크길 난간 여기저기 낙서가 보인다. 첫 번째로 보이는 것이 ‘바보’다. 웃음이 픽 나온다. 자신이 바보라는 것인지 보는 사람이 바보라고 놀리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좋다. 왜 우리는 똑똑한 사람처럼 보이려고 애쓰는 것일까? 누구든지 바보라고 하면 화를 내기 마련이다. 사실 바보들이 똑똑한 사람보다 훨씬 행복한 삶을 사는 것 같다. 똑똑한 사람들은 자살하는 경우가 많지만 바보는 그런 경우가 거의 없다. 중학교 때 가정시간에 인형을 만들었다. 완성시킨 후 인형의 이름을 달아서 제출하라고 했다. 나는 ‘멍청이’라고 써서 제출했다. 너무 똑똑한 아이들이 많아 잔뜩 주눅이 들어 살..

나의 이야기 2021.02.17

2021. 2. 14. 사오정이 될 수 밖에

사오정이 될 수밖에 이현숙 동생들과 서울둘레길을 걷는다. 두 동생은 걸음이 빠르니 저만치 앞서 간다. 동생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긴다. 열심히 따라가도 부족한데 여기저기 한 눈을 판다. 개울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오리도 보고 탄천에서 유유자적 노니는 철새도 보며 동영상까지 찍는다. 동생들은 내가 안 보이면 가끔씩 서서 기다린다. 내가 종종 엉뚱한 곳으로 빠지기 때문이다. 동생들이 서로 바라보고 즐겁게 얘기하는 걸 보며 문득 내가 사오정이 되는 이유를 알겠다. 대화를 많이 해도 제대로 이해를 못해 엉뚱한 소리를 하기가 일수인데 이렇게 혼자 걷다보면 나도 모르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게 된다. 사오정은 귀가 좀 어두웠다고 한다. 그래서 잘 알아듣지 못해 엉뚱한 소리를 잘 했다는 것이다...

나의 이야기 2021.02.14

2021. 2. 7. 해도 해도 너무하네

해도 해도 너무하네 이현숙 2월 1일부터 14일까지 설 명절 특별방역조치가 내렸다. 5인 이상 집합금지다. 지난번까지는 서울시에서 직계가족은 예외라고 하여 아들네 식구 세 명과 함께 주말마다 저녁식사를 하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모든 지역에서 다 같이 집합금지라고 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120 다산콜재단에 문의했다. 역시나 서울도 동일 거주지에 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연락이 왔다. 불안증이 심한 남편은 아들에게 설 명절까지 오지 말라고 카톡방에 올린다. 나는 대충 묵살하고 그냥 모이려고 했는데 남편이 완강하게 반대를 하니 어쩔 수가 없다. 어제는 동생들과 소울 영화를 보고 동생 집에서 점심식사를 하였다. 네 명이니까 신경 쓸 필요도 없고 회를 떠다가 집에서 먹으니 식당 갈 일이 없어 마음이 편하다. 마..

나의 이야기 2021.02.08

2021. 2. 7. 알프스 책

육신은 사랑을 나눌 때 오르가즘을 느낀다고 하는데 나의 영혼은 산에 안겨있을 때 오르가즘을 느낀다. 산에 안겨있는 동안은 세상에 부러운 놈 하나 없고 내가 가장 축복받은 인간이란 생각이 든다. 산은 나의 애인이다. 이 애인이 언제까지 나를 안아줄지 모르지만 그 때까지 이 행복을 만끽하고 싶다. 제부와 4번 동생과 함께 책을 냈다. 뚜르드 몽블랑과 돌로미테 트레킹 다녀온 산행후기다. 제부가 전체적인 글을 쓰고 동생과 나는 산행하며 느낀 것을 대충 적어보았다. 교보문고에서 필요한 만큼만 주문하면 되니 별 부담이 없어서 좋다.

사진 2021.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