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입 이현숙 망우산 데크길을 걷는다. 뒤에서 웬 할머니가 나타난다. “바람 한 점 없네.”한다. 내가 “그러게요.” 하니까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걸어온다. 자기는 며칠 전 비오는 날 장화 신고 걷다가 장화에 종아리가 쓸려서 아프단다. 바지까지 걷어 올리며 뻘건 상처를 보여준다. 긴 바지를 입고 왔으면 이렇게 안 되었을 텐데 짧은 바지를 입어서 이렇게 되었다고 한다. 참 성격 좋은 할머니다. 나보다 조금 젊어 보인다. 걸음도 빨라서 휑하니 앞서간다. 금방 보이지 않는다. 나 같으면 죽었다 깨나도 생전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이렇게 못 할 것 같다. 한참 올라가니 이 할머니가 또 보인다. 휠체어를 타고 내려오는 할아버지와 한참 대화 중이다. 얘기가 다 끝났는지 할아버지는 곧 아래로 내려간다. 할머니는 또 빠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