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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7. 14. 마당입

마당입 이현숙 망우산 데크길을 걷는다. 뒤에서 웬 할머니가 나타난다. “바람 한 점 없네.”한다. 내가 “그러게요.” 하니까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걸어온다. 자기는 며칠 전 비오는 날 장화 신고 걷다가 장화에 종아리가 쓸려서 아프단다. 바지까지 걷어 올리며 뻘건 상처를 보여준다. 긴 바지를 입고 왔으면 이렇게 안 되었을 텐데 짧은 바지를 입어서 이렇게 되었다고 한다. 참 성격 좋은 할머니다. 나보다 조금 젊어 보인다. 걸음도 빨라서 휑하니 앞서간다. 금방 보이지 않는다. 나 같으면 죽었다 깨나도 생전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이렇게 못 할 것 같다. 한참 올라가니 이 할머니가 또 보인다. 휠체어를 타고 내려오는 할아버지와 한참 대화 중이다. 얘기가 다 끝났는지 할아버지는 곧 아래로 내려간다. 할머니는 또 빠르..

나의 이야기 2023.07.14

2023. 7. 7. 최철성의 말러 교향곡 1번

클래시모 2023년 7월 7일 1. 진행자 : 최철성 회원 2. 감상곡 : 말러 교향곡 1번 말러는 자기 출생에 관하여 “나는 삼중으로 고향이 없다. 오스트리아 안에서는 보헤미아인으로, 독일인 중에서는 오스트리아인으로, 세계 안에서는 유대인으로 어디에서도 이방인이고 환영받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말러는 지휘자로서 높은 지위를 구축했음에도 불구하고 작곡가로서는 빈의 비평가들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 성격은 불같이 화를 잘냈고 완벽주의자로 괴팍했다. 말러는 음악에 있어서 그 누구와도 타협을 하지 않았으며 양보도 하지 않았다. 타인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기 일쑤였고 일방적인 대화에 자주 몽상에 빠지기도 했다. 게다가 조울증, 정신강박증도 있어서 어떨 때는 기분이 업 다운되기까지 했다. 지휘자로서 양보와 타협을 ..

클래시모 2023.07.09

2023. 7. 6. 이 세상에 남긴 흔적

이 세상에 남긴 흔적 이현숙 동생의 시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동생의 시어머니는 유부남을 사랑하여 호적상 처녀였다. 아들 둘을 낳았지만, 본처의 아들로 호적에 올렸다. 본처가 먼저 죽었다면 호적에 올라갈 수 있었겠지만, 남편이 먼저 죽는 바람에 그럴 기회가 없었다. 작은아들은 결혼하여 딸과 아들을 낳았지만, 일찍 죽었다. 큰아들은 내 동생과 결혼하여 평생 함께 살았다. 처음에는 내 동생에게 엄청 잘 했는데 치매가 오면서 내 동생을 구박했다. 나가라고 소리소리 지르는 바람에 동생은 친정으로 쫓겨오고 말았다. 그래도 내 동생은 매주 반찬을 해서 제부에게 주었다. 시어머니는 그 반찬이 사 오는 것인 줄 알았을 거다. 몇 년 동안 제부가 집에서 모시고 살며 병수발을 다 들었다. 죽어도 요양병원에는 안 간다고 펄펄 ..

나의 이야기 2023.07.09

2023. 7. 8. 고양누리길 2, 3코스

고양 누리길은 14코스까지 있다. 2코스 한북 누리길은 한북정맥의 산줄기로 북한산 효자 계곡에서 발원하여 한강까지 흐르는 창릉천을 따라 고즈넉한 마을 길이 열리고, 고양시 최초의 북한산 일대 유일한 온천이 있다. 스님들이 넘나들었다는 중고개를 너머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왔다는 옥녀봉도 있다. 북한산탐방지원센터-한북누리길-사곡마을-북한산온천-여석정-서삼릉누리길-농협대학교-서삼릉까지 걸었어요. 나무 그늘이 시원하여 걸을 만했어요.

사진 2023.07.09

2023. 7. 2. 호퍼 전시회

동생들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하는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 전시회에 다녀왔어요. 호퍼의 국내 첫 전시회라 그런지 관람객이 엄청 많았어요. 호퍼의 작품은 뭔가 어두운 느낌이 들었는데 결혼 후에는 많이 밝아진 것 같았어요. 결혼 후에는 그의 작품에 자신의 서명이 들어간 것도 달라진 점이죠. 부부가 함께 관람한 연극 티켓도 전시된 점이 특이했어요. 역시 화가인 부인을 참 잘 만난 것 같아요. 부인을 잘못 만나 폭삭 망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들은 그야말로 찰떡 궁합이었나봐요.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무언가 평온함이 느껴지며 힐링 되는 것 같았어요.

사진 2023.07.02

2023. 7. 1. 거미줄 인생

거미줄 인생 이현숙 망우산 데크길을 걷는다. 길옆 나무에 거미줄이 걸렸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참 정교하다. 중심에서 사방으로 방사선 형태의 줄이 있고 이 줄 사이를 빙빙 둘러서 촘촘하게 줄이 처져 있다. 중간중간 날벌레도 달려있다. 거미줄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니 우리 인생을 보는 듯하다. 사방팔방으로 이어진 거미줄에서 거미가 땅으로 떨어지지 않고 매달릴 수 있듯이 사람도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던가.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에 이를 때까지 무수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태어나는 순간 부모와의 관계를 맺고 형제자매와도 연결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또 많은 관계를 맺게 된다. 아이들이 결혼하면서 사위와 며느리가 생기고 사돈댁과도 관계 줄이 생겼다. 손자 손녀가 태어나면서 또 새로운..

나의 이야기 2023.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