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1726

2023. 9. 13. 가을은 다시 오건만

가을은 다시 오건만 이현숙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우산을 들고 집을 나선다. 이런 날은 망우산 데크길을 걷는다. 흙길은 미끄럽기도 하고 신에 흙이 많이 묻어 번거롭다. 데크길을 걸어 올라가는데 한 여자가 오른손에 밤을 소복이 들고 내려온다. 왼손에는 우산을 들었다. 나는 밤을 줍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올라간다. 한참 올라가는데 발밑에 밤송이가 보인다. 가시 안쪽에 알밤이 들어있다. 순간 나도 모르게 발로 밤송이를 열어 밤을 꺼낸다. 밤은 다람쥐나 청설모의 겨울 양식이란 생각을 하기 전에 손이 먼저 간다. 며칠 전에도 걷고 있는데 알밤이 툭 떨어져 내 발 앞으로 굴러온다. 안 주울 수가 없다. 가을이 오긴 오나 보다. 남편은 햇밤을 주우면 잘 간직했다가 손자를 주곤 했다. 난 집에 오자마자 물에 담갔다가..

나의 이야기 2023.09.17

2023. 8. 9. 끝나지 않은 동행

끝나지 않은 동행 이현숙 망우산 오솔길을 걷는다. 앞서가는 남편의 뒷모습이 보인다. 데크길 옆 난간에 앉아 함께 물을 마시던 모습도 보인다. 동화천 약수터를 지난다. 페트병을 가져와 약수를 받던 모습이 보인다. 능선길에 있는 난간 모양의 나무판도 눈에 들어온다. 남편이 물을 지고 올라와 이곳에 배낭을 내려놓고 쉬던 곳이다. 집으로 돌아온다. 텅 빈 소파가 눈에 들어온다. 소파에 앉아있던 남편의 모습이 떠오른다. 며칠 전 동생들과 지리산 종주에 나섰다. 동서울터미널에서 밤 11시 59분 버스를 타고 백무동으로 갔다. 버스가 중간에 함양에서 잠시 멈춘다. 남편과 함양에 왔던 기억이 난다. 상림에서 둘이 걷고 있는데 앞에서 어떤 사람이 다가와 우리 모습을 찍어도 되느냐고 묻는다. 걸어오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

나의 이야기 2023.09.17

2023. 9. 15. 유형종의 <라 바야데르>

클래시모 2023년 9월 15일 1. 진행자 : 유형종 대표 2. 감상곡 : 발레 ★줄거리 는 서로에 대한 사랑을 맹세한 무희 니키아와 전사 솔로르에 대한 이야기다. 니키아를 사랑하는 제사장 브라만은 니키아와 솔로르의 관계를 눈치챈다. 게다가 더그만타 국왕은 솔로르를 감자티와 결혼시킬 것을 결심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니키아는 솔로르와 감자티의 약혼식에서 춤을 출 것을 승낙한다. 솔로르를 죽이고 니키아를 차지하고자 브라만은 국왕에게 솔로르가 성스러운 불에 니키아에 대한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다고 한다. 브라만의 계획은 국왕이 정작 죽어야 할 사람은 니키아라고 정하자 뒤틀리고 만다. 국왕과 브라만의 대화를 엿들은 감자티는 니키아에게 돈을 주고 솔로르를 포기하게 만들기 위해 니키아를 궁으로 부른다. 둘의 경쟁심..

클래시모 2023.09.15

2023. 9. 12. 천태산

충북 영동에 있는 천태산에 갔어요. 지금의 이름인 천태산은 산 초입에 있는 영국사(寧國寺)가 천태종의 거점 구실을 하면서 비롯됐다고 하네요. 영국사는 신라 문무왕 8년 원각국사가 세웠다는 설과 고려 문종의 아들 대각국사 의천이 창건했다는 설이 있어요. 영국사 또한 원래 이름은 국청사였는데,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이곳에서 국난을 극복했다고 해서 국가의 안녕을 기원하는 뜻에서 영국사라고 부르게 됐다고 합니다. 영국사주차장-삼단폭포-영국사-A코스-헬기장-D코스-남고개-영국사-망탑-영국사주차장으로 원점 회귀했습니다. 다양한 암릉이 재미있었어요.

사진 2023.09.13

2023. 8. 22. 후지지 않은 후지산

후지지 않은 후지산 이현숙 기간 : 2023년 8월 22일 ~ 8월 29일 장소 : 일본 몇 년 전 1월에 일본으로 가족 여행을 갔다. 그 때 호수에 비친 하얀 후지산을 보고 그 매력에 푹 빠졌다. 버킷 리스트에 넣어두고 때가 오기를 기다렸는데 마침내 기회가 왔다. 동생들이 후지산 가려는데 같이 가겠느냐고 카톡방에 올렸다. 이게 웬 떡이냐 싶어 붙여주면 간다고 당장 댓글을 달았다. 사실 나이 74세나 되어 가겠다고 하면 누구나 부담될 것이다. 그래서 항상 조심스럽다. 그래도 염치 불고하고 따라나섰다. 8월 22일 출발 새벽기도 가려고 엘리베이터를 타니 내일 전 세대 가스계량기를 교체하겠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어제까지는 없었는데 갑자기 웬일인가. 오늘 일본 가야 하는데 어쩌나 머릿속이 하얘진다. 한참 머리..

기행문 2023.09.04

2023. 9. 1. 최철성의 말러 교향곡 5번

클래시모 2023년 9월 1일 1. 진행자 : 최철성 회원 2. 감상곡 1부 말러 교향곡 5번 2부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 3. 감상문 (1) 말러 교향곡 5번 70분이나 계속되는 연주를 보려니 피가 말러, 침이 말러, 기운이 말러다. 보는 사람도 이 지경이니 연주자는 어떻고 작곡자 말러는 얼마나 피가 말랐을까? 하프를 연주하는 여자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신의 모습을 보듯 아름답다. 오만상을 찡그리는 사람도 있고 밝은 표정으로 연주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전체가 조화되어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말러는 이 곡을 통해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뮌 소리를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극도의 절제가 느껴진다. 의사 전달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아기는 울음으로, 강이지는 꼬리 치기로, 어른들은 말, 글, 춤, 몸..

클래시모 2023.09.02

2023. 8. 18. 이해웅의 한여름 밤의 꿈

클래시모 2023년 8월 18일 1. 진행자 : 이해웅 교수 2. 감상곡 1부 하프 음악 (1) 헨델 : 하프 협주곡 (2) 모차르트 : 플루트와 하프 협주곡 (3) 드뷔시 : 성스러운 춤과 세속적인 춤 (4) 라벨 : 서주와 알레그로 2부 첼로 음악과 ‘한여름 밤의 꿈’ (1) 오펜바흐 : 재클린의 눈물 (2) 브루흐 : 콜 니드라이 (3) 멘델스존 : 한여름 밤의 꿈 3. 감상문 하프는 돛단배 모양만 있는 줄 알았는데 다른 모양도 있었다. 성스러운 춤과 세속적인 춤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잘 느낄 수 없었다. 만돌린 같은데 긴 막대가 붙은 악기가 테오르바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콜 니드라이를 연주한 루카 슬릭은 슬로베니아 사람이라는데 어찌나 심혈을 기울여 연주하는지 혼이 나간 사람 같았다. 나도 모르게..

클래시모 2023.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