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다시 오건만 이현숙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우산을 들고 집을 나선다. 이런 날은 망우산 데크길을 걷는다. 흙길은 미끄럽기도 하고 신에 흙이 많이 묻어 번거롭다. 데크길을 걸어 올라가는데 한 여자가 오른손에 밤을 소복이 들고 내려온다. 왼손에는 우산을 들었다. 나는 밤을 줍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올라간다. 한참 올라가는데 발밑에 밤송이가 보인다. 가시 안쪽에 알밤이 들어있다. 순간 나도 모르게 발로 밤송이를 열어 밤을 꺼낸다. 밤은 다람쥐나 청설모의 겨울 양식이란 생각을 하기 전에 손이 먼저 간다. 며칠 전에도 걷고 있는데 알밤이 툭 떨어져 내 발 앞으로 굴러온다. 안 주울 수가 없다. 가을이 오긴 오나 보다. 남편은 햇밤을 주우면 잘 간직했다가 손자를 주곤 했다. 난 집에 오자마자 물에 담갔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