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463 2015. 3. 28. 아버지의 절 아버지의 절 아 네모네 이현숙 93세 된 아버지가 절을 한다. 죽은 지 30년 된 엄마 제사상 앞에 쪼그리고 앉아 절하는 아버지 모습이 안타깝다. 우리는 아버지에게 절하지 말라고 해도 꼭 술 한 잔을 올리고 싶으시단다. 그러니 말릴 수도 없다. 엄마는 나이 육십에 뇌졸중으로 갑자기 돌아.. 2015. 7. 6. 2015. 3. 27. 얼굴은 언제 보나 얼굴은 언제 보나 아 네모네 이현숙 어스름한 새벽에 골목길을 간다. 젊은이들이 느릿느릿 걸어간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느라 앞을 보지 못한다. 좀비들이 걸어 다니는 것 같다. 요즘은 카페에서 만나 데이트를 하면서도 얼굴은 안 보고 각자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모습을 종 종 볼 수 .. 2015. 7. 6. 2015. 3. 16. 책을 찾아 삼 십리 책을 찾아 삼 십리 아 네모네 이현숙 찰스 디킨스의 ‘밤 산책’을 사려고 건대 역에 있는 반디앤루니스 서점에 들렀다. 인터넷 검색창에 ‘밤 산책’을 치니 재고가 한 권 있다고 나온다. 위치를 출력해 서가에 가서 아무리 위에서 아래까지 눈알 빠지게 찾아도 보이지를 않는다. 할 수 .. 2015. 7. 6. 2015. 3. 12. 보자기 인생 보자기 인생 아 네모네 이현숙 아버지가 가셨다. 빈 방의 침대에 혼자 누워 계신다. 새어머니는 아버지가 있던 병실에 가서 빈 의자에 앉아있다. 입을 벌리고 주사 바늘이 꽂힌 채 오줌 줄도 그대로 달려있다. 턱을 잘 올려 입을 다물게 하고 베개 때문에 꺾인 고개는 베개를 빼서 똑바로 .. 2015. 7. 6. 2015. 2. 16. 나의 아킬레스건 나의 아킬레스건 아 네모네 이현숙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병실로 들어온다. 여기 저기 대걸레로 닦고 휴지통도 비운다. 나도 모르게 일어나 절을 해야 할 것 같다. 아버지가 말기 암으로 호스피스 병동에 누워있다. 의사가 와도 간호사 그림자만 비쳐도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고맙다 감.. 2015. 7. 6. 2015. 1. 22. 잠 쫓는 팔베개 잠 쫓는 팔베개 아 네모네 이현숙 남편이 숙직이다. 밤이 되어 잠자리에 들면 갑자기 공포가 몰려온다. 도둑이 들어올 것도 같고, 귀신이 나타날 것 같기도 하다. 밤이 깊어질수록 눈이 점점 또렷해진다. 백일도 안 된 딸의 손을 잡는다. 말랑말랑한 손이 따뜻하다. 순간 모든 두려움이 사.. 2015. 7. 6. 이전 1 ··· 52 53 54 55 56 57 58 ··· 7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