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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7. 4. 잡초와 화초

잡초와 화초 이현숙 용마산 자락길을 걷는다. 코로나19로 요가도 못 하니 그저 걷는 운동만 한다. 데크길 옆에 며느리배꼽이 눈에 띈다. 며느리배꼽은 며느리밑씻개와 비슷한데 잎의 모양이 약간 다르다. 며느리밑씻개는 잎이 좀 길쭉한 삼각형인데 며느리배꼽은 정삼각형에 가깝다. 두 개 다 줄기에 날카로운 가시가 있다. 며느리밑씻개는 이름에서 보는 것처럼 고부간의 갈등이 이름으로 나타난 식물이다. 옛날에는 화장실에 화장지가 없었다. 귀한 종이를 어떻게 화장실에 쓰겠는가? 그때는 새끼줄이나 부드러운 나뭇잎, 풀들을 베다가 화장실에 놓아두고 볼일을 본 후 뒤처리용으로 사용했다. 하긴 내가 어린 시절만 해도 큰댁에 가면 뒷간에 볏짚을 놓아두고 종이대신 썼다. 그런 시절 시어머니가 기분 좋게 화장실용 풀들을 베다가 놓아..

나의 이야기 2020.07.13

2020. 6. 29. 엑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 이현숙 해마다 한 해에 한 번씩은 해외여행에 다녀왔다. 이번 8월에도 노르웨이 트레킹을 가려고 작년부터 계획을 세우고 항공권을 구입했다. 남편은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니 빨리 취소하라고 성화다. 나는 내가 먼저 취소할 수는 없다고 강경하게 맞섰다.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에 노르웨이에서 한국인들의 입국을 불허하는 바람에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대한항공은 취소하자 곧 환불이 되었는데 유럽 내에서 이동하려던 항공권은 그대로 날렸다. 거금 80만원이다. 정부지원금은 60만원 밖에 못 받았는데 손해가 막심하다. 3월에는 동생들과 남도여행을 가기로 했다. 남편은 나라에서 여행 다니지 말라는데 무슨 여행이냐고 또 보챈다. 나는 사람이 죽기 밖에 더 하겠느냐고 고집을 부렸다. 남편..

나의 이야기 2020.07.13

2020. 6. 28. 눈물총이라도 쏠 걸

눈물총이라도 쏠 걸 이현숙 네델란드의 디자인 아카데미 에인트호반 졸업식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한 졸업생이 자신을 괴롭혔던 한 교수를 향해 총을 발사했다. 어쩌다 이런 일이 생겼을까? 알고 보니 이 총은 눈물을 탄환으로 사용한 총이었다. 총을 쏜 학생은 대만 출신의 천이페이였다. 그가 눈물로 탄환을 만들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디자인 석사과정을 이수하는 동안 그가 겪은 심한 좌절감과 모멸감이 이런 일을 하게했다. 동양 문화권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천에게 교수는 권위 그 자체였다. 교수가 과제를 과도하게 요구하거나 심한 비난을 퍼부어도 천은 속만 끓일 뿐 일언반구도 토를 달지 않았다. 문화적 장벽과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지 못한 채 마음속으로 끙끙 앓기만 했다. 급기야 동료학생들이 그를 위해 교수에게 항의를 ..

나의 이야기 2020.07.03

2020. 6. 23. 독약인가 보약인가

독약인가 보약인가? 이현숙 젊어서는 남편이 허구한 날 술 먹고 늦게 들어오는 것이 싫어서 도대체 술은 어떤 웬수같은 인간이 만들었나 생각했다. 그런데 술은 원숭이가 처음 발견하였다는 설이 있다. 원숭이가 숲에서 뭔가를 마시고는 비틀비틀 하기에 가보니 웬 액체가 있어서 맛을 보았더니 맛이 기막혀서 사람도 먹게 되었다는 것이다. 과일이 떨어져 자연 발효된 것을 먹다가 사람이 인위적으로 발효시켜 과일주을 만들어 먹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죄 없는 원숭이를 원망할 수도 없고. 적당한 술은 몸에 이롭다는데 적당한 이 문제다. 요새는 잇몸에 염증이 생겨 몇 달 째 술을 입에 대지 못한다. 염증이 있을 때 술을 먹으면 더 심해진다고 해서 몇 달 동안 술을 끊고 치과에 다녀도 차도가 없다. 계속..

나의 이야기 2020.07.03

2020. 6. 22. 나무가 되고 싶어

나무가 되고 싶어 이현숙 차 밑에서 고양이가 납작 엎드려 기어 나온다. 무엇인가 노려보고 있다. 앞을 보니 여러 마리의 참새가 열심히 모이를 쪼아 먹고 있다. 보는 내가 더 긴장된다. 살금살금 기어 나와서 참새를 낚아채려는 순간 참새들이 잽싸게 날아간다. 고양이의 비애가 느껴진다. 남의 생명을 빼앗지 않으면 내 생명을 이어갈 수 없는 기구한 운명은 모든 동물의 공통점이다. 내가 태어나서 70년 동안 얼마나 많은 생물이 희생되었을까? 도저히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생선 가게 앞을 지난다. 동태 코다리가 뱃속 내장은 모두 제거된 상태로 이쑤시개로 뱃가죽을 벌린 채 매달려 있다. 내가 저렇게 매달려 있으면 어떤 기분일까 생각한다. 식인종들은 사람을 어떻게 요리해 먹었을까? 산채로 요리했을지도 모른다. 인간도..

나의 이야기 2020.07.03

2020. 6. 18. 지상인과 지하인

지상인과 지하인 이현숙 나와 함께 매주 구역예배를 보던 할머니가 있다. 딸이 하니 있기는 한데 딸도 살기 힘들어서 그런지 지하방에서 혼자 사는 독거노인이다. 소득도 없으니 나라에서 주는 생계비 30만원으로 산다. 20만원은 월세를 내고 10만원으로 생활한다고 한다. 그래도 그 집에서 예배를 볼 때면 떡을 사다가 우리를 대접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10만원 가지고 매달 전기세 수도세 내고 어떻게 사는지 모르겠다. 이 할머니 집에 가면 계단을 내려갈 때부터 어두컴컴하고 경사가 심해 항상 조심스럽다. 급기야 할머니가 계단에서 굴러 목을 다쳤다. 목에 깁스를 하고서도 교회에 열심히 나온다. 보일러가 고장 나면 서비스센터에 전화할 줄 몰라 내가 가서 그 집 보일러에 붙은 전화번호를 보고 전화를 해주었다. 장마가 지..

나의 이야기 2020.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