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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7. 24. 닫혀진 꽃잎

닫혀진 꽃잎 이현숙 방안에서는 파티가 열리고 있다. 두 아이가 창밖에서 몰래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한 바탕 발레 춤이 끝나고 한 여인이 피아노 앞에 앉는다. 피아노가 부서져라 영혼이 떠나갈 듯 건반을 두드려댄다. 그 여인의 숨이 멎고 그녀를 보는 나도 숨이 멎는다. 두 아이는 넋을 잃고 바라본다. 갑자기 큰 개가 맹렬히 짖으며 그 아이들에게 달려든다. 두 아이는 겁에 질려 다시 담을 넘어 달아난다. 남자 아이는 담을 넘었는데 여자아이는 담에 매달린 순간 그 개가 치마를 물어 끌어당기는 바람에 다시 떨어지고 만다. 집 안에서 놀란 사람들이 몰려나와 여자 아이를 집으로 데리고 들어간다. 남자 아이는 담 밖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힘없이 집으로 돌아간다. 영화 폭풍의 언덕에 나오는 이 장면은 내 뇌리에 새겨..

나의 이야기 2020.07.27

2020. 7. 20. 가짜가 만든 진짜

가짜가 만든 진짜 이현숙 남편과 자주 가던 일식집이 있었다. 그 사장님은 남편을 김박사님이라고 부른다. 사실 남편의 학력은 학사에 불과하다. 김박사님이라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뭔가 거북하다. 일일이 그게 아니라고 부정을 하기도 그렇고 가만히 있자니 사기를 치는 기분이다. 물론 그 사장님도 남편이 박사가 아닌 줄 안다. 하지만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다. 이 사장님이 우리 집 근처에서 개업을 했다. 남편은 우리는 집에 자주 갔다. 우리 아이들이 소풍이라도 가는 날이면 이 사장님은 김밥을 싸서 아침에 우리 집으로 가져다주었다. 아침 일찍 출근해야하는 나를 위한 배려다. 언젠가 이 사장님이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다. 남편과 나는 병원에 문병을 갔다. 목에 깁스를 하고 누워있는 그를 보자 마음..

나의 이야기 2020.07.26

2020. 7. 17. 혜숙이네 집

3번 동생 혜숙이가 아파트로 이사 갔어요. 3번, 5번 동생과 가능 역에서 만나 3번 동생 집으로 갔어요. 아파트에 나무가 많고 아늑하여 평화로운 분위기였어요. 집안은 깔끔하고 아기자기한 장식품이 많아 신혼집 같았어요. 시어머니가 100세 되던 해에 받았다는 명아주 지팡이도 있고 동생이 아디다스 가게 할 때 받은 상도 있었어요. 베란다에 화초도 많고 창밖으로 나무가 보여 편안한 기분이 들었어요. 특히 조카 지연이가 고등학교 다닐 때 그린 그림과 3번 동생이 그린 모란이 예뻤어요. 동생이 예쁜 집에서 사는 걸 보니 마음이 흡족했어요.

사진 2020.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