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22. 4. 11. 때 늦은 몽고반점

아~ 네모네! 2022. 4. 17. 16:29

때 늦은 몽고반점

이현숙

 

  오른쪽 엉덩이가 새카맣게 변했다. 마치 몽고반점이 생긴 듯하다.

3월 말에 태안 앞바다에 있는 가의도로 여행을 떠났다. 신진항에서 배를 타고 물살을 가르며 시원스럽게 달려 가의도 남항 선착장에 도착했다.

  가의도(값 가 , 읊을 의 , 섬 도 )라고 했으니 가격을 읊은 섬인가 보다. 옛날 중국의 가의라는 사람이 이 섬에 피신해 살아서 가의도라고 했다는 설과 이 섬이 신진도에서 볼 때 서쪽의 가장자리에 있어서 가의섬이라고 했다는 설이 전해지고 있다.

  남항 선착장에서 보호수를 지나 신장뻘 해안에 있는 독립문바위까지 갔다.

복수초와 산자고, 노루귀가 지천으로 피어 사진을 찍다보니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신장뻘 해안에 도착하니 멀리 독립문바위가 보인다. 언뜻 보면 코끼리 바위 같기도 하다.

  물 들어올 시간이 되었다고 부지런히 걸어 독립문바위에서 사진을 찍고 룰루랄라 즐겼다. 다시 나오려고 바위에서 뒷걸음으로 내려오다가 벌러덩 자빠졌다. 순간 정신이 아득했다. 위에서는 회원들이 놀라서 소리를 지른다. 벌떡 일어나 물이 차기 전에 겨우 빠져나왔다. 나보다 뒤에 온 사람들은 물에 빠져 신발도 젖고, 미끄러지며 배낭까지 적신 사람도 있다.

  해안가에 앉아 김밥을 먹으려니 함께 간 동생이 내 머리를 들여다보며 피가 난다고 한다. 약을 바르고 다시 걷기 시작했는데 영 걷기가 힘들다. 엉덩방아를 찧어 걸을 때마다 아프다. 그래도 꾹 참고 선착장까지 무사히 도착해 배를 탔다.

  신진항에 도착해 버스를 타고 서울까지 무사히 왔지만 이미 병원문은 닫힌지라 그날은 그냥 보냈다. 다음 날 동네 외과에 가서 엉덩이와 허리, 목까지 아프다고 하니 엑스레이를 찍어보자고 한다. 다 찍어보더니 뼈에는 이상이 없는 것 같다고 근육 이완제를 주며 혹시 2주 안에 두통이나 메스꺼움이 있으면 다시 오라고 한다. 정밀검사를 해야 한단다.

  다음 날 일어나니 속이 메슥거린다. 다시 병원에 가니 혈압을 재고 혈당을 재더니 머리에 이상이 생긴 것 같지는 않다고 위장약을 준다. 소파에 앉았다 일어날 때마다 엉덩이도 아프고 허리와 목도 아프다. 머리에는 혹이 달려 머리를 감거나 빗질하기도 힘들다. 그래도 남편 눈치 보느라 꾹 참는다.

  엉덩이에는 멍이 들어 점점 더 번져나간다. 오른쪽 엉덩이 반쪽이 시커멓게 변했다. 다 늙어서 몽고반점이 생긴 것 같다.

  문득 몽고반점은 왜 생기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손자는 몽고반점이 얼마나 큰지 갓 태어났을 때 허리 아래로 엉덩이 전체가 시퍼런 게, 마치 청바지를 입은 것 같았다.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흐려지더니 이제는 많이 희미해졌다.

  어른들 말씀을 들으면 삼신할머니가 뱃속에서 빨리 나가라고 엉덩이를 걷어차서 그렇다고 한다. 재미있는 생각이다. 이걸 몽고반점이라고 부르게 된 데에는 인종주의적인 배경이 있다고 한다. 1883년 일본에서 살던 독일인 인류학자 발츠는 메이지 왕실의 전담 의사였다. 아기들에게서 보이는 푸른 반점을 보고 그는 몽고반점이라고 이름 붙였다. 일본에서 본 아기들을 "몽고인"이라고 부른 것은 인류학자 블루멘바흐의 인종 분류법에 따랐기 때문이다. 블루멘바흐는 인간을 코카시언, 이디오피언, 말레이, 아메리컨, 그리고 몽골로이드의 다섯 개 인종으로 분류했다.

  신생아 몽고반점이란 신생아의 엉덩이나 등에 멍든 것처럼 퍼렇게 되어 있는 얼룩점이다. 주로 동양인의 아기한테서 볼 수 있는 현상인데 허리 아래쪽이나 엉덩이에 주로 보인다.

  몽고반점의 원인은 무엇일까? 아기 몽고반점은 배아 발생 초기에 표피로 이동하던 멜라닌 색소 세포가 진피에 머물면서 생긴 흔적이라고 한다. 아기 몽고반점의 원인은 특이하게 몽골계 아시아인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며 그 이유로는 백인보다 아시아인들이 멜라닌 세포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에는 90% 이상 신생아에게서 몽고반점을 볼 수 있다.

  흑인은 황색인보다 멜라닌 색소가 더 많을 것 같은데 몽고반점이 생겨도 피부가 검은색이라 안 보이는 것일까? 어찌 되었든 때늦은 몽고반점으로 개고생하며 몽고반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앞으로 더 이상의 몽고반점은 없었으면 좋겠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2. 4. 20. 판결을 기다리는 죄수  (0) 2022.04.21
2022. 4. 18. 피눈물 나네  (0) 2022.04.18
2022. 3. 30. 잘난 스키  (0) 2022.04.10
2022. 3. 28. 손자의 추억  (0) 2022.03.28
2022. 3. 27. 1년 징역에 3천만 원 벌금  (0) 2022.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