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22. 4. 18. 피눈물 나네

아~ 네모네! 2022. 4. 18. 14:14

피눈물 나네

이현숙

 

  눈을 깜빡일 때마다 눈에 돌이 들어간 것처럼 까슬까슬하니 아프다. 눈이 충혈되고 눈물이 질질 난다. 안과에 갔다. 의사가 내 눈을 찍은 화면을 보여준다. 노란 알갱이가 아래쪽 눈꺼풀 안쪽에 있다. 결석이란다. 신장에 결석이 생겼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눈에도 결석이 생기는 줄은 몰랐다. 눈꺼풀을 까뒤집고 결석을 잘라낸다.

  작년에도 잘라내고 올해 초에도 잘라냈는데 3개월 만에 또 생겼다. 이번에는 4개나 떼어내느라고 한참 걸린다. 잘라낼 때마다 아파서 눈물이 찔끔찔끔 난다. 휴지로 닦아내니 피눈물이 묻어난다. 피눈물이 흘러 마스크까지 젖는다.

  피눈물이란 마음속으로 흘리는 줄 알았더니 실제 상황에서도 피눈물이 난다.

우리가 살면서 눈물 없이 살 수는 없다. 슬퍼서도 울고 기뻐서도 울고 아파서도 운다. 특히 가슴 아픈 일을 당했을 때 피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올해는 세월호 참사 8주기다. 교차로에는 추모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세월호는 2014416일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부근 해상에서 전복되어 침몰했다. 이 배에는 안산시의 단원고등학교 학생이 수학여행을 가려고 타고 있었다. 인천발 제주행 여객선인데 416일 오전 858분에 병풍도 북쪽에서 조난 신호를 보냈다. 결국 418일 세월호는 완전히 침몰했으며, 이 사고로 304명이 사망하였다.

 며칠 동안 서서히 가라앉는 배를 보는 모든 국민들은 가슴을 쳤다. 더더욱 기가 막힌 것은 학생들은 가만히 앉아있으라고 하고 선장이 사복 차림으로 빠져나온 일이다. 많은 시민과 교사들은 학생을 한 명이라도 더 살리려고 자신을 희생하며 탈출을 도왔는데 말이다.

  이 광경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야말로 피눈물이 쏟아졌을 것이다. 아마 평생토록 이 피눈물은 마르지 않을 것이다. 사람이 일평생 살아가면서 이런 일도 겪고 저런 일도 겪지만 이런 기막힌 일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눈에서 나는 피눈물은 따지고 보면 눈물도 아니다. 그냥 물이다. 마음에서 흐르는 피눈물은 오장육부를 녹이고 썩일 것이다. 아마 죽음의 문턱을 넘을 때가 되어야 이 고통에서 헤어날 것이다. 하늘나라에 가서 먼저 간 자식들을 만나 품에 안아야 그 고통이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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