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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463

2020. 6. 21 삶이 답이다 (독후감) 삶이 답이다? 류시화의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를 읽고 - 이현숙 류시화는 1959년 충북 옥천에서 태어났다. 대광고등학교와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일찌감치 서울로 올라와 많은 고생을 한듯하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제목이 특이해서다.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인 듯한데 이걸 책 제목으로 쓴 아이디어가 참신하다. 새 등에 엎혀서 새와 함께 날아가는 표지 그림도 마음을 끈다. 책에 둘려진 종이 띠에 쓴 ‘내가 묻고 삶이 답하다.’라는 글도 뭔지 모르게 읽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류시화의 책이라고는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라는 시집 한 권뿐이다. 이번에는 산문집이라 한 번 더 도전해 보았다. 류시화는 경희대 다닐 때 은사인 황순원의 “시는 젊었을.. 2020. 6. 21.
2020. 6. 4. 죽이는 자와 살리는 자 죽이는 자와 살리는 자 이현숙 용마산 자락길을 걷는다. 앞에 가는 여자가 자꾸 주춤주춤한다. 무얼 하나 자세히 쳐다보니 데크길에 송충이가 보일 때마다 발로 밟아 죽이며 간다. 나는 징그러워서 슬슬 피해 다니는데 용감한 건지 잔인한 건지 계속 벌레를 죽여서 곳곳에 벌레 터진 물이 누르스름하게 묻어있다. 얼른 앞장서서 걸어간다. 앞에서 웬 남자가 나뭇가지를 들고 올라온다. 이 남자는 데크길에 있는 벌레들을 일일이 길 밖으로 밀어 던진다. 사람들에게 밟혀 죽을까봐 풀숲으로 보내는 것이다. 그 여자와 이 남자 사이에 있는 송충이들은 누구를 먼저 만나느냐에 따라 생사가 갈릴 것이다. 이 세상에는 죽이는 자와 살리는 자가 공존한다. 우리 인생에서도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우리의 생사는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2020. 6. 8.
2020. 5. 22. 천국인가 지옥인가 천국인가 지옥인가 이현숙 우리가 사는 이 지구는 천국인가 지옥인가? 동물의 왕국에서 물소가 산채로 사자들에게 찢겨 먹히는 순간 그 투명한 눈을 바라볼 때 굶어죽지 않으려고 엄마젖을 빠느라 땀에 흠뻑 젖은 아기를 볼 때 ‘굿네이버스’나 ‘세이브 더 췰드런’ 광고에 나오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볼 때 잇몸이 아파 제대로 먹지도 못 할 때 부모의 구타로 죽어간 아이들을 생각할 때 계모의 학대로 추운 겨울 욕실에 갇혀있다 죽은 아이를 볼 때 성폭행을 당해 정신 질환을 앓는 아이를 생각할 때 얼굴에 생기는 악성 종양으로 아홉 번을 수술했다는 아이를 볼 때 한밤중 앞집에서 아귀다툼으로 부부싸움을 하는 소리를 들을 때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취소되어 80만원 날렸을 때 여기는 지옥이 아닐까 생각한다. 까르르 웃는 아기의.. 2020. 5. 24.
2020. 5. 17. 멧새의 모정 멧새의 모정 이현숙 베란다 창문을 연다. 달착지근한 아카시아 꽃향기가 물씬물씬 밀고 들어온다. 앞에 있는 용마산에 아카시아 꽃이 하얗게 피었다. 거실 소파에 앉아있으면 용마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연분홍 진달래가 지고, 화사한 벚꽃도 지고나면 산은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5월의 신부로 변신한다. 아카시아 꽃이 피면 뻐꾸기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초등학교 다닐 때 부르던 고향땅이란 동요가 떠오른다. 고향땅이 여기서 얼마나 되나 푸른 하늘 끝닿은 저기가 거긴가 아카시아 흰 꽃이 바람에 날리니 고향에도 지금쯤 뻐꾹새 울겠네. 정말 희한하게도 매년 아카시아 꽃이 피기지기 시작하면 뻐꾸기가 울어댄다. 뻐꾹 뻐꾹 우는 소리는 언제 들어도 정겹다. 어떤 때는 검은등뻐꾸기까지 듀엣으로 울어댄다. 뻐꾸기는 여름 철새라.. 2020. 5. 18.
2020. 5. 8. 갈참나무 충영 갈참나무 충영 이현숙 코로나로 모든 스케줄이 중지된 요즘은 거의 매일 망우산에 간다. 매일 가도 새로운 것이 계속 나타난다. 능선 길을 걷는데 길가에 빨간 열매 같은 것이 보인다. 잎은 참나무 같은데 이런 열매도 있나 싶어 사진을 찍었다. 집에 와서 모까에 물어보니 갈참나무 충영이란다. 충영(蟲癭)은 벌레가 나무에 알을 낳았을 때 혹처럼 생기는 벌레집이다. 벌레들이 나무에 알을 낳으면 그 애벌레가 나와서 나뭇잎을 갉아먹고 자란다. 어떤 경우에는 나뭇잎이 다 먹히고 잎맥만 앙상하게 남기도 한다. 이런 걸 보면 알이 깨어 나오기 전에 알집을 떼어 박살을 내고 싶은 생각도 든다. 그런데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그게 아니다. 이 벌레들이 자라서 나비가 되어 식물들의 수정을 도와주니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아마.. 2020. 5. 11.
2020. 3. 26. 늙은이는 어찌 살라고? 늙은이는 어찌 살라고? 이현숙 저녁식사 후 소파에 앉아 TV를 본다. 밑의 자막에 3월 24일부터 해외의 가족에게 마스크를 보낼 수 있다는 글이 지나간다. 며칠 전부터 미국에 있는 아들에게 마스크를 보내고 싶어 안달이던 남편이 당장 내일 보내자고 한다. 최대 한 달에 여덟 개를 보낼 수 .. 2020. 4.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