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0. 8. 공공의 적 공공의 적 아 네모네 이현숙 혼잡한 지하철에 오른다. 경로석 앞에 서서 눈을 감고 있다. 앞에는 나보다 조금 젊은 여자와 두 노인이 졸고 앉아있다. 얼마가지 않아서 갑자기 누가 내 손을 잡으며 “죄송합니다. 여기 앉으세요.” 한다. 앞에 앉아있던 여자다. 두 눈에는 졸음이 가득하다. .. 나의 이야기 2016.11.19
2016. 7. 10. 후비다 칼로 후비다 칼로 아 네모네 이현숙 화폭에서 피가 뚝뚝 떨어진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가슴이 저려온다. 온 몸에 소름이 끼친다.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 멍하다.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 전시회에 갔다. 입구에 들어서면 리베라의 그림이 먼저.. 나의 이야기 2016.11.19
2016. 7. 7. 얼굴 없는 살인자 얼굴 없는 살인자 “집에 가서 하룻밤 재우고 내일 선산에 묻어야죠.” 동생 남편이 외아들의 유골함을 들고 한 말이 지금도 귀에 쟁쟁하다. 동생의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은 스물여덟 살에 자기 집 지하실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그걸 모르고 밖에 나가 왜 안 들어올까 기다리며 이틀이나 .. 나의 이야기 2016.11.19
2016. 6. 19. 존재의 불안 존재의 불안 아 네모네 이현숙 모든 생물은 자신의 존재가 사라지는데 대한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이걸 만회하고자 번식이란 방법을 이용해 자신의 복제품을 만든다. 식물도 꽃을 피워 온갖 교태를 부리며 벌 나비를 유인해 꽃가루 수정을 받는다. 그 후 수만 개의 씨앗을 만들어 갖은 방.. 나의 이야기 2016.07.09
2016. 6. 12. 청구회 추억 칼날 위를 걷는 인생 아 네모네 이현숙 신영복 교수의 청구회 추억을 읽었다. 신 교수는 올해 1월 73세의 나이에 피부암으로 사망했다. 1944년 밀양에서 태어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숙명여대와 육군사관학교에서 경제학 강사를 하였다.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되어 사형언.. 나의 이야기 2016.07.09
2016. 6. 2. 스마트한 스마트폰 스마트한 스마트폰 아 네모네 이현숙 어두컴컴한 새벽에 골목길을 걷다보면 스마트폰을 보느라 정신없이 걷는 사람을 만난다. 얼굴만 빛을 받아서 귀신같이 보여 깜짝 놀란다. 걸음걸이는 느릿느릿 좀비 같다.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줄 알았더니 다른 사람들 생각도 같은가보다. 스마트.. 나의 이야기 2016.07.09
2016. 5. 20. 완전 악기 완전악기 아 네모네 이현숙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소리에 맞춰 소프라노 강혜정의 소리가 가슴을 파고 든다. 베토벤의 작품 에그몬트 중 ‘기쁨이 가득, 슬픔이 가득’이다. 베토벤의 에그몬트 서곡은 몇 번 들어봤지만 전곡을 듣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간 중간 설영범의 내레이션까.. 나의 이야기 2016.07.09
2016. 5. 19. 나는 아수라 나는 아수라 아 네모네 이현숙 소파에 앉아 TV를 보다가 문득 남편이 거실에 놓인 화분을 바라보며 한 마디 한다. “시클라멘이 다 죽어 가는데 갖다 버릴까? 그래도 아직 생명이 붙어있는데 버릴 수는 없겠지?” 한다. 순간 시클라멘이 죽음의 공포에 떠는 모습이 보인다. 낮에 읽었던 백.. 나의 이야기 2016.07.09
2016. 4. 22. 결혼은 밥인가 봐 결혼은 밥인가 봐 아 네모네 이현숙 허름한 여인숙에 들어갔다. 이부자리에는 여기저기 핏자국도 보인다. 서울에서 결혼식을 마치고 시댁이 있는 대전으로 갔다. 동네 사람들을 불러 간단한 잔치를 하고 싶다는 시어머니의 요청으로 다음 날 시댁에 가기로 하고 첫날밤은 호텔에서 자기.. 나의 이야기 2016.07.09
2016. 4. 21. 등산화의 일생 등산화의 일생 아 네모네 이현숙 우리 가족의 이름은 마인들이예요. 독일에서 태어났죠. 한국 사람들이 저희를 각별히 사랑하는 관계로 우리들은 형님 동생 모두 함께 비행기 타고~ 배 타고~ 한국으로 왔답니다. 저는 삼성동에 있는 파타고니아 매장에 앉아 있었어요. 하루는 웬 늙수그레.. 나의 이야기 2016.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