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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463

2020. 8. 15. 팔자에 없는 금수저 팔자에 없는 금수저 이현숙 바로 밑의 동생이 30년 넘게 살던 단독주택에서 아파트로 이사했다. 시부모와 함께 살던 집이라 그동안 묵은 짐을 정리하느라 골머리를 앓는다. 시어머니가 계실 동안은 참고 살았는데 시어머니가 102세를 살고 돌아가시자 집을 옮기기로 마음먹었나 보다. 시어머니가 평생 쟁여놓은 짐에 동생이 사들인 짐까지 아래위층과 지하실까지 가득 찼으니 버릴 짐이 어마무시하게 많단다. 자매들이 모일 때마다 몇 가지씩 가지고 나와서는 이거 가질 사람 없느냐고 묻는다. 나도 몇 가지 받았는데 그중 하나가 수저 세트다. 어디서 받았나 본데 한 번도 쓰지 않은 새것이다. 금은 아니지만, 금처럼 노란색이다. 집에 가져와서 저녁상에 그 수저를 놓으니 남편이 “이거 금수저네!” 한다. 하긴 겉으로 보아서는 금수.. 2020. 8. 16.
2020. 8. 8. 강아지 소변금지 강아지 소변 금지 이현숙 교회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연립 주택이 있다. 그 기둥에 웬 경고장이 붙어있다. 흘끗 쳐다보니 !!경고!! 강아지 소변 금지 CCTV 촬영중 이라고 쓰여 있다. 순간 픽하고 웃음이 났다. 개가 저걸 알아볼까? 하긴 요새는 개가 혼자 다니는 일이 거의 없다. 반드시 주인이 목줄을 하고 데리고 다닌다. 주인에게 개가 소변보지 않도록 단도리를 잘 하라는 뜻이겠지만 그래도 웃긴다. 요즘은 소변 금지라는 글씨를 보기 힘들다. 예전에는 으슥한 골목이나 전봇대 같은 곳에 소변금지 쪽지가 많이 붙어있었다. 그만큼 의식 수준이 높아져서 노상 방뇨하는 사람들이 없어져서 그런가보다. 어쩌면 CCTV가 하도 많아서 까딱 잘못하다가는 개망신 당할 수도 있으니 알아서 기나보다. 하지만 요새도 공공연히 노.. 2020. 8. 9.
2020. 8. 7. 흰머리 경로증 흰머리 경로증 이현숙 친정엄마는 유난히 언니의 머리에 신경을 많이 썼다. 언니는 맏딸인데다 얼굴도 예뻐서 보는 사람마다 예쁘다고 칭찬을 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엄마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그런 딸을 낳은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았다. 허구헌 날 머리를 길러 정성스럽게 땋아주었다. 정성을 들인 만큼 효과가 나타나니 일할 마음도 생겼을 것이다. 둘째 딸인 나는 누가 보아도 아니었다. 광대뼈는 튀어나오고 아래턱은 발달하여 그야말로 네모였다. 이런 얼굴에 아무리 공을 들인 들 효과가 없을 것을 안 엄마에게 나는 아예 포기대상이었다. 어려서부터 계속 단발머리였다. 70이 넘도록 한 번도 머리를 기르거나 땋아본 적이 없다. 엄마도 포기하고 나도 일찌감치 포기했다. 이렇게 자랐으면 내 딸이라도 정성스럽게 키웠으.. 2020. 8. 8.
2020. 8. 3 착한 바이러스 착한 바이러스 이현숙 옛날에 한 고승이 어떤 마을의 제일 큰 부잣집으로 들어섰다. 들어서자마자 “할아버지 죽고, 아들 죽고, 손자 죽으시오~.” 하였다. 집안 식구들이 깜짝 놀라 시주도 안 하고 욕을 하며 내쫓으려하자 노승이 “이런 축복이 어디 있다고 이러시오?” 하며 할아버지, 아들, 손자의 순서대로 죽어야하지 반대로 손자, 아들, 할아버지 순으로 죽으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했다. 그 말을 들어본 즉 정말 가장 큰 축복이었다. 그래서 노승에게 시주를 푸짐하게 하고 융숭하게 대접을 하여 보냈다고 한다. 작년 말부터 코로나19가 번지기 시작하여 열 달 가까이 되었다. 모든 모임이 사라지고 해외여행도 불가능하게 되었다. 한 번 나가면 그 나라에서 받아준다고 해도 2주간 격리, 여행 후 한국에 돌아오면 또 2주.. 2020. 8. 5.
2020. 7. 24. 닫혀진 꽃잎 닫혀진 꽃잎 이현숙 방안에서는 파티가 열리고 있다. 두 아이가 창밖에서 몰래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한 바탕 발레 춤이 끝나고 한 여인이 피아노 앞에 앉는다. 피아노가 부서져라 영혼이 떠나갈 듯 건반을 두드려댄다. 그 여인의 숨이 멎고 그녀를 보는 나도 숨이 멎는다. 두 아이는 넋을 잃고 바라본다. 갑자기 큰 개가 맹렬히 짖으며 그 아이들에게 달려든다. 두 아이는 겁에 질려 다시 담을 넘어 달아난다. 남자 아이는 담을 넘었는데 여자아이는 담에 매달린 순간 그 개가 치마를 물어 끌어당기는 바람에 다시 떨어지고 만다. 집 안에서 놀란 사람들이 몰려나와 여자 아이를 집으로 데리고 들어간다. 남자 아이는 담 밖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힘없이 집으로 돌아간다. 영화 폭풍의 언덕에 나오는 이 장면은 내 뇌리에 새겨.. 2020. 7. 27.
2020. 7. 20. 가짜가 만든 진짜 가짜가 만든 진짜 이현숙 남편과 자주 가던 일식집이 있었다. 그 사장님은 남편을 김박사님이라고 부른다. 사실 남편의 학력은 학사에 불과하다. 김박사님이라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뭔가 거북하다. 일일이 그게 아니라고 부정을 하기도 그렇고 가만히 있자니 사기를 치는 기분이다. 물론 그 사장님도 남편이 박사가 아닌 줄 안다. 하지만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다. 이 사장님이 우리 집 근처에서 개업을 했다. 남편은 우리는 집에 자주 갔다. 우리 아이들이 소풍이라도 가는 날이면 이 사장님은 김밥을 싸서 아침에 우리 집으로 가져다주었다. 아침 일찍 출근해야하는 나를 위한 배려다. 언젠가 이 사장님이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다. 남편과 나는 병원에 문병을 갔다. 목에 깁스를 하고 누워있는 그를 보자 마음.. 2020. 7.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