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20. 8. 8. 강아지 소변금지

아~ 네모네! 2020. 8. 9. 13:46

강아지 소변 금지

이현숙

 

  교회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연립 주택이 있다. 그 기둥에 웬 경고장이 붙어있다. 흘끗 쳐다보니

!!경고!!

강아지

소변 금지

CCTV 촬영중

이라고 쓰여 있다. 순간 픽하고 웃음이 났다.

  개가 저걸 알아볼까? 하긴 요새는 개가 혼자 다니는 일이 거의 없다. 반드시 주인이 목줄을 하고 데리고 다닌다. 주인에게 개가 소변보지 않도록 단도리를 잘 하라는 뜻이겠지만 그래도 웃긴다.

  요즘은 소변 금지라는 글씨를 보기 힘들다. 예전에는 으슥한 골목이나 전봇대 같은 곳에 소변금지 쪽지가 많이 붙어있었다. 그만큼 의식 수준이 높아져서 노상 방뇨하는 사람들이 없어져서 그런가보다. 어쩌면 CCTV가 하도 많아서 까딱 잘못하다가는 개망신 당할 수도 있으니 알아서 기나보다.

  하지만 요새도 공공연히 노상 방뇨를 일삼는 무리가 있다. 등산객들이다. 몇 시간씩 산행을 하다보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숲으로 들어가 실례를 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으슥한 곳으로 들어가면 항상 선구자들이 다녀간 흔적이 여기저기 보인다.

  중국 실크로드 여행 갔을 때 하루 종일 허허벌판 사막을 달리다보면 도저히 볼일 볼 곳을 찾을 수 없다. 궁여지책으로 묘안을 짜낸다. 버스를 가운데 두고 남자는 왼쪽으로 여자는 오른쪽으로 가서 단체로 노상방뇨를 했다.

  몽골을 여행할 때다. 버스가 고장이 나서 뙤약볕에서 몇 시간 동안 다른 차가 오기를 기다렸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에는 지형지물이 없어서 난감하다. 할 수 없이 양산을 들고 멀리 가서 양산을 땅에 펴 놓고 거기 숨어서 볼 일을 보았다.

  러시아 엘부르즈 산에 갔을 때는 양산도 없다. 나무 한 그루도 없는 빙하 위에서는 아무 대책이 없다. 할 수 없이 배낭을 내려놓고 배낭 뒤에 숨어서 볼 일을 보았다.

  배설은 어쩔 수 없는 생리현상이라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유독 인간만이 숨어서 볼 일을 본다. 다른 동물들은 누가 보거나 말거나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게 훨씬 자연스럽다. 인간은 왜 이렇게 배설을 부끄러워할까? 선악과를 따먹어서 그런가?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먹은 후 알몸이 부끄러워서 무화과 잎으로 옷을 만들어 입었다고 하는데 이때부터 수치심이란 것이 인간 마음으로 들어왔는지도 모른다. 어찌 보면 선악과는 판도라 상자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죽어서 하늘나라로 가면 옷 입을 필요도 없고, 배설할 일도 없으니 에덴동산에서처럼 알몸으로 맘 편히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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