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20. 3. 26. 늙은이는 어찌 살라고?

아~ 네모네! 2020. 4. 3. 16:54

늙은이는 어찌 살라고?

 

이현숙

 

   저녁식사 후 소파에 앉아 TV를 본다. 밑의 자막에 324일부터 해외의 가족에게 마스크를 보낼 수 있다는 글이 지나간다. 며칠 전부터 미국에 있는 아들에게 마스크를 보내고 싶어 안달이던 남편이 당장 내일 보내자고 한다. 최대 한 달에 여덟 개를 보낼 수 있다.

   다음 날 얼마 전 딸이 구해준 마스크 여덟 장을 가지고 우체국으로 갔다. 꼼꼼한 남편은 주민등록증과 가족관계증명서, 아들의 유학증명서까지 챙긴다. 그런데 우체국에 가서 상자를 사가지고 포장을 한 후 EMS로 보내려고 하니 인터넷에서 접수를 해야 한단다. 그 자리에서 우체국 앱을 깔아서 해보려 해도 데이터가 바닥나 작동이 안 된다. 플레이스토어에 들어가 우체국 앱까지는 깔았는데 그 다음으로 넘어가지를 않는다.

   나는 핸드폰 요금을 적게 내려고 65세 이상만 가입할 수 있는 골드에이지 요금제를 썼더니 데이터가 너무 적어 월말이 되면 바닥이 난다. 할 수 없이 마스크 상자를 들고 다시 집으로 왔다. 컴퓨터에서 다시 우체국 홈페이지로 들어가 접수를 하려니 무슨 내용이 그리도 복잡한지 흰 머리가 다 뽑혀 대머리가 될 판이다. 세관신고까지 해야 하니 연신 버벅거린다. 천신만고 끝에 겨우 성공하여 접수증을 출력했다.

   다음 날 다시 마스크 상자와 주민등록증, 접수증, 가족관계증명서를 가지고 우체국으로 갔다. 직계존비속에게만 보낼 수 있으니 가족관계증명서가 꼭 있어야한다. 오늘은 다행히 별 어려움 없이 성공했다. 집에 와서 아들 며느리에게 마스크 여덟 장 보냈다고 카톡을 보냈더니 감사하다고 즉시 답장이 온다. 미국서는 마스크를 구할 수 없어서 요리사들이 쓰는 부직포 모자를 주문하여 그걸 필터대신 사용하고 있단다.

   사실 나는 마스크 보낼 생각도 못하고 남편이 보내고 싶어 할 때도 미국사람들은 마스크 안 쓴다고 핀잔을 주었다. 남편은 나에게 매정하다고 투덜거렸다. 다행히 그 때는 마스크 한 장도 해외로 반출할 수 없도록 나라에서 금지하고 있어서 남편도 포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 달에 여덟 장까지 보낼 수 있다고 하니 남편이 다시 마음이 동했다. 당장 내일 가서 보내자고 한다.

   하지만 그 과정이 너무 복잡해서 늙은이들은 보내고 싶어도 못 보내게 생겼다. 70대 초반인데 벌써 이렇게 적응하기 힘드니 90까지 살면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다. 우리 같은 컴치는 거의 문맹 수준이다. 세상은 정신없이 내달리는데 그 속도를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다. 고령자는 점 점 늘어가는 판국에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우리 늙은이들은 어찌 살라고 세상은 이렇게 빨리 변해가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