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20. 5. 22. 천국인가 지옥인가

아~ 네모네! 2020. 5. 24. 13:54

천국인가 지옥인가

 

이현숙

 

  우리가 사는 이 지구는 천국인가 지옥인가?

동물의 왕국에서 물소가 산채로 사자들에게 찢겨 먹히는 순간 그 투명한 눈을 바라볼 때

굶어죽지 않으려고 엄마젖을 빠느라 땀에 흠뻑 젖은 아기를 볼 때

굿네이버스세이브 더 췰드런광고에 나오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볼 때

잇몸이 아파 제대로 먹지도 못 할 때

부모의 구타로 죽어간 아이들을 생각할 때

계모의 학대로 추운 겨울 욕실에 갇혀있다 죽은 아이를 볼 때

성폭행을 당해 정신 질환을 앓는 아이를 생각할 때

얼굴에 생기는 악성 종양으로 아홉 번을 수술했다는 아이를 볼 때

한밤중 앞집에서 아귀다툼으로 부부싸움을 하는 소리를 들을 때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취소되어 80만원 날렸을 때

여기는 지옥이 아닐까 생각한다.

 

까르르 웃는 아기의 웃음소리를 들을 때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싹을 볼 때

몽실몽실 피어나는 목련꽃 봉오리를 볼 때

물씬물씬 풍겨 나오는 아카시아 향기를 맡을 때

빵집에서 스멀스멀 새어나오는 달콤한 냄새를 맡을 때

비오는 날 카페에서 스며나오는 알싸한 커피 향을 맡을 때

방금 벤 풀에서 나온 싱그러운 풀내음을 맡을 때

땀으로 흠뻑 젖은 몸이 푸른 숲을 지나가는 산들 바람을 맞을 때

진주알 같은 산딸기를 입안에 넣었을 때

코로나19 정부재난지원금 60만원이 든 카드를 손에 들었을 때

빙그레 웃는 둥그스름한 얼굴의 달님을 바라볼 때

눈이 시리도록 하얀 상고대를 보며 설산의 능선을 걸어갈 때

알프스를 걷다가 솜털이 보송보송한 에델바이스를 만났을 때

갓 결혼한 신랑신부가 기쁨에 겨운 입맞춤을 할 때

여기는 진정 천국이 아닐까 생각한다.

 

  천국은 여기도 아니고 저기도 아니다. 여기가 천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천국이고 지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지옥이 아닐까? 아니 같은 사람이라도 때에 따라 어떤 때는 천국이 되고 어떤 때는 지옥이 되기도 한다. 아마도 이 세상에는, 그리고 내 안에는 천국과 지옥이 공존하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