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미세먼지 측정기 이현숙 목이 칼칼하고 가래가 생긴다.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며 북한산을 바라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날은 ‘미세먼지 매우 나쁨’이다. 약간 희미하게 보이면 ‘나쁨’ 그런대로 잘 보이면 ‘보통’ 청명하게 잘 보이면 ‘좋음’이다. 청명한 날은 북한산의 케네디 얼굴이 또렷하게 보인다. 인수봉은 머리, 백운대는 코, 인수봉과 백운대 사이 움푹한 곳은 눈이다. 망경대는 입, 노적봉은 툭 튀어나온 목의 울대뼈다. 집 앞 사가정 공원에는 미세먼지 측정기가 설치되어 있다. 이건 기상대에서 측정한 결과로 표시된다. 하지만 굳이 이걸 보지 않아도 북한산만 보면 알 수 있다. 나의 미세먼지 측정기는 북한산이다. 요즘은 거의 모든 것을 기계에 의존한다. 동풍이 불면 비가 온다거나 저녁노을이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