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릿발 같은 인생
이현숙
3월이다. 봄이 오긴 왔나 보다.
산속에 있는 작은 연못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무슨 음악 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가까이 가보니 개구리들이 여기저기서 한창 짝짓기 중이다. 보통 때 들어보던 개구리 소리와는 딴판이다. 여기저기 개구리알이 널려있다. 고양이도 발정기가 되면 아기 울음소리 같은 소리를 낸다. 하긴 사람도 섹스할 때는 기이한 소리를 내기도 한다. 봄은 번식의 계절인 듯하다.
망우산 산길을 걷다 보면 여기저기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난다. 보기만 해도 여리여리 야리야리하다. 만져 보면 갓 태어난 아기 살갗보다 더 보들보들하다. 저렇게 여린 싹이 어떻게 딱딱하고 무거운 흙을 뚫고 올라왔을까 신기하다.
양지쪽에는 새싹이 돋았지만, 응달에는 아직 서릿발이 군데군데 보인다. 서리는 공기 중의 수증기가 땅에 얼어붙은 것이다. 서릿발은 땅속의 물이 얼어서 기둥 모양으로 올라온 것이다. 서리 밑에 붙어서 발 같이 생겼다고 서릿발이라고 했나 보다. 온도가 높을 때는 수증기가 응결하여 풀이나 바위에 달라붙는다. 이건 이슬이다. 지표면 온도가 0℃보다 낮을 때는 수증기가 직접 얼어붙어 서리가 된다.
물이 얼면 투명하고 딱딱한데 수증기가 얼면 불투명하게 하얗고, 포슬포슬하다. 우박은 물이 얼어서 생기고 눈은 수증기가 얼어서 생긴다. 그래서 우박은 투명하고 딱딱한데 눈은 불투명하고 포슬포슬하다.
서릿발은 땅의 물이 얼면서 생긴다. 물이 언 것이라 만져 보면 딱딱하다. 물이 얼면 부피가 10% 정도 늘어난다. 그래서 흙을 밀어 올리게 된다. 봄이 되어 얼음이 녹으면 흙 사이에 가는 틈이 생긴다. 새싹은 이 틈으로 올라오게 된다. 서릿발의 도움이 없었다면 새싹은 땅 위로 올라오지 못했을 것이다. 서릿발이 받쳐주는 힘으로 이 세상 구경을 하게 된 것이다.
나도 서릿발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다음 세대를 위해서 있는 힘껏 밀어 올려주고 싶다. 비록 다 늙어빠져서 힘은 없지만, 마음으로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 그 힘으로 우리 아이들이 세상에 태어나 무럭무럭 잘 자라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4. 3. 31. 나의 미세먼지 측정기 (0) | 2024.04.06 |
---|---|
2024. 3. 17. 짠다고 나오나? (2) | 2024.03.18 |
2024. 3. 1. 자궁 속 인생 (0) | 2024.03.02 |
2024. 2. 17. 기슴팍이 하는 일 (0) | 2024.02.27 |
2023. 12. 23. 징징대는 년 (2) | 2023.1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