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4. 21. 등산화의 일생 등산화의 일생 아 네모네 이현숙 우리 가족의 이름은 마인들이예요. 독일에서 태어났죠. 한국 사람들이 저희를 각별히 사랑하는 관계로 우리들은 형님 동생 모두 함께 비행기 타고~ 배 타고~ 한국으로 왔답니다. 저는 삼성동에 있는 파타고니아 매장에 앉아 있었어요. 하루는 웬 늙수그레.. 나의 이야기 2016.07.09
2016. 4. 10. 생로병사의 불안 생로병사의 불안 아 네모네 이현숙 生: 엄마의 자궁 양수 속에서 신나게 헤엄치며 논다. 갑자기 자궁이 수축되며 조여 오는데 온몸이 으스러지는 것 같다. 뼈가 부서지기 직전 갑자기 밝아지며 넓은 세상으로 내동댕이쳐진다. 탯줄이 잘린다. 갑자기 숨이 막힌다. 질식하여 죽을 지경이다... 나의 이야기 2016.07.09
2016. 2. 18. 용의 씨 용의 씨 아 네모네 이현숙 오래 전 TV에서 드래곤 씨드(Dragon Seed)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용에 무슨 씨가 있나 하는 생각에 끝까지 보았다. 배경은 중국에 혁명이 한창이던 시절이다. 용씨 집안의 젊은 부부가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을 조부모에게 맡기고 혁명 전선으로 뛰어든다. 젊은 부.. 나의 이야기 2016.07.09
2016. 2. 14.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아 네모네 이현숙 기형도 시인의 ‘빈집’이란 시를 읽었다.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라는 구절이 내 가슴을 찌른다. 지난달에 백내장 수술을 했다. 아직 보는 것이 부자연스럽고 눈이 부시다. 수술 후 주의사항에 한 달간은 금주하고.. 나의 이야기 2016.07.09
2016. 2. 4. 엇박의 탄식 엇박의 탄식 아 네모네 이현숙 박소란의 시 ‘노래는 아무 것도’를 보면 ‘악보에 없는 엇박의 탄식이 새어나온다.’ 라는 구절이 있다. 엇박이란 제대로 박자를 맞추지 못하고 어긋남을 뜻한다. 중화중학교에 근무할 때 나이 든 체육선생님이 있었다. 그 사람이 할 줄 아는 노래는 딱 한.. 나의 이야기 2016.07.09
2016. 2. 1. 모래알 위에서 모래알 위에서 아 네모네 이현숙 새벽하늘에 파리한 하현달이 보인다. 하현달 옆에 모래알만한 별도 보인다. 목성이다. 목성은 지구보다 크다.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이다. 지구보다 318배나 무겁고 부피는 1,500배가 넘는다. 목성에서 지구를 보면 얼마나 작을까? 도대체 보이기나 할까? .. 나의 이야기 2016.07.09
2016. 1. 26. 인조인간 인조인간 아 네모네 이현숙 백내장 수술을 했다. 지난여름부터 왼쪽 시야가 뿌옇게 보여 안과에 갔더니 백내장이라 한다. 수술하기 전 당뇨병은 없는지 고혈압은 아닌지 검사를 한다. 그런 병은 없으니 다행이다. 수술 날짜를 잡은 후 간호사가 주의 사항을 적은 종이를 주며 일일이 설명.. 나의 이야기 2016.07.09
2016. 1. 15. 시래기 인생 시래기 인생 아 네모네 이현숙 쌀집 앞을 지난다. 무청으로 만든 시래기를 엮어 놓고 판다. 아버지가 생각난다. 지난 가을까지만 해도 싱싱했을 무청이 퇴색되고 바짝 말라 바스라지게 생겼다. 아버지는 평생 병원을 모르고 살았다. 그리 건강한 편은 아니었지만 죽도록 참는 성격 때문이.. 나의 이야기 2016.07.09
2016. 1. 12. 회전하는 그림자 회전하는 그림자 아 네모네 이현숙 아침 해가 떠서 해질 때까지 빙하 위에서 하루 종일 걷는다. 아침에 출발할 때는 왼쪽에 길게 누워있는 그림자가 점점 짧아지며 앞으로 온다. 다시 길어지며 오른쪽으로 돌아간다. 해가 지면 내 그림자도 슬그머니 사라진다. 알라스카에 있는 매킨리산.. 나의 이야기 2016.07.09